한국문화사 제4장 명절 음식 , 그 넉넉함의 향연

7. 잡귀를 물리치는 동지 팥죽

[필자] 이정기

동지는 이십사절기 중 22번째이며 11월에 속하는 절기이다. 이날은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 달리 말하면 동지를 기점으로 밤은 점점 짧아지고 낮이 점점 길어진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동지는 양(陽)의 기운이 시작되는 날로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절기이다. 고대인들도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리고 축제를 벌였다. 태양뿐만 아니라 붉은색의 주술적인 힘을 믿어 불이나 피 같은 것들도 생명과 힘의 표식이 되었다. 즉 동짓날 태양이 부활하는 날로 여겨 붉은색의 팥죽을 쑤어 먹게 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겠다.

주나라에서는 동지를 설로 삼았기 때문에 『주역』에서도 복괘(復卦)를 동지가 있는 11월에 배치하여 태양의 시작과 부활을 알렸다. 괘의 모양도 쌓여 있는 음(陰)의 기운 아래에서 하나의 양의 기운이 올라오는 형상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해의 시작인 원단(元旦, 설)과 함께 동지를 중요하게 여겨 왕과 신료들이 모여 회례연(會禮宴)을 베풀고, 중국에 동지사(冬至使)를 파견하여 예를 갖추곤 하였다. 또한 지방에 있는 관리들은 왕에게 축하의 전문(箋文)을 올리기도 하였다. 『동국세시기』에도 동지를 아세(亞歲, 다음 해가 되는 날)라고 하였고, 민간에서는 작은설이라 하여 설 다음 으로 비중 있는 명절이었다. 고려 후기 문집에 보면 동지에도 설이나 추석처럼 채색 옷을 입고 부모님과 이웃 어른들에게 장수를 기원하며 인사하는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설에 먹는 떡국보다 먼저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서 새해를 축원하기도 하였다. 요즘은 설날에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하지만, 옛날에는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혹은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고 할 만큼 동지를 중요하게 여겼다.

[필자] 이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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