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자를 운송한 배의 크기는 바다와 강이 달랐다

수로를 통한 상품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류 운송을 위한 배이다. 『경국대전』에는 물류 운송에 필요한 배의 규모를 대·중·소의 세 등급으로 나누었다. 또한 수로에서 필요한 강선(江船)과 바다에서 필요한 해선(海船)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환경에 맞는 배의 규격을 정하였다.103) 그 후 조선 후기에 이르면 배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용도에 따라 구분되어 강에서 세곡을 운송하는 배를 참운선(站運船)이라 불렀다.104) 그것은 각각의 실정에 맞추어 배를 운용하기 위함이었다. 즉 바다는 넓고 깊으면서 물의 흐름이 완만하지만 강은 바다에 비해 폭이 좁고 깊이는 얕으며 물의 흐름이 빨라 각기 배의 형태가 달라야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남한강에서 세곡을 나르던 배는 밑바닥이 좁고 길이가 길어 빠른 물살과 좁은 강폭에 잘 적응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반해 바다의 배는 밑바닥이 넓고 평평하며, 상대적으로 길
이는 짧아 깊은 물에서 좀 더 안정성을 갖추도록 만들었다.
조선 초 남한강 수로의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주로 작은 배를 이용하여 세곡을 운송하였다. 그러나 한강 수로를 정비한 이후인 1424년(세종 6)부터는 큰 배와 중간 배를 함께 이용하였고, 그 이후에는 중간 배와 작은 배를 주로 이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105) 그렇다고 해서 획일적으로 중간 배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강폭의 넓고 좁음과 수심의 깊고 낮음에 따라 작은 배와 중간 배를 병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배에 실을 수 있는 세곡의 양은 어느 정도였을까? 이는 세종 때 의정부에서 올린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지금부터는 길이 50척에 넓이 10척 3촌 이상의 배는 큰 배로 인정하여 미곡 250석을 싣게 하고, 길이 46척에 넓이 9척 이상의 배는 중간 배로 인정하여 미곡 200석을 싣게 하며, 길이 41척에 넓이 8척 이상의 배는 작은 배로 인정하여 미곡 130석을 싣게 하소서. 이를 일정한 규정으로 삼되, 만약 수량 외에 더 싣는 사람은 관리도 아울러 논죄하도록 하소서.106)
강에서 운행하는 세곡선 가운데 가장 큰 배는 최고 쌀 250석을, 중간 배는 200석을, 작은 배는 130석을 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리하여 더 많은 양을 실을 경우 배가 좌초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 이상은 싣지 못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리하여 남한강에서는 1426년(세종 8) 이후 일반적으로 중선이 이용되었으므로 200석의 세곡을 실은 배가 왕래하였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