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3장 개항기 상업 발달과 대외 무역4. 대외 무역의 전개와 국내 산업의 변화수출입 상품

수입 상품

개항 무렵 조선에서 사용되던 섬유는 견, 마, 저마, 목면 등이었다. 신분층과 용도에 따라 주로 쓰던 섬유의 재질은 각기 달랐지만 견포류, 마, 저마, 모시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목면은 조선시대 내내 의복의 기본 재료로서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었다.

개항기에 수입된 섬유 제품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면제품이었다. 개항 초기 면제품의 가장 큰 공급국은 영국이었다. 다만 영국의 수입 상회사가 당시 조선에 없었기 때문에 영국의 면제품은 주로 청나라 상인들이 수입하였다.

그러나 1897년 무렵부터는 수입 시장에서 값싼 일본산 섬유 제품의 비중이 점차 높아졌다. 일본 제품은 영국 제품보다 질은 낮았지만 가격이 저렴하였으며, 천의 길이와 폭이 다양해서 조선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다.178) 일본 제품이 조선 시장에서 비중을 높여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상인들이 대부분의 개항장에서 면직물을 수입하기 위한 일본과 조선 간의 해로 운송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영국 제품은 제물포와 진남포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던 청나라 상인들만 수입하고 있었 다.179) 특히 1890년대 후반기에 이르면 방적면사(紡績綿絲)에서는 일본 제품이 영국 제품을 압도하였다.

수입 면제품이 대량으로 국내에 유입되는 상황 속에서도 전통적인 토포(土布)는 농민들의 작업복이나 평상복 등을 만드는 옷감으로 계속 쓰이면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질적으로 내구성이 매우 강하였던 토포는 육체노동에 종사해야 하는 농민층과 노동자층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1895년 이후에는 이러한 양상에도 변화가 왔다. 즉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이래 20여 년 동안 급성장한 일본의 방적 공업은 조선의 생산품과 같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1905년경에 이르면 조선의 토포 생산은 단순 재생산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되었다.

<석유 광고탑>   
1910년대에 촬영한 석유 광고탑 사진이다. 석유는 개항 이후 조선 사회에 새로 들어온 대표적인 물품으로 등불용으로 많이 사용하였다.

개항 이후 서구적 요소가 유입되면서 조선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것 중의 하나는 석유였다. 조선은 기존의 토착 동식물유를 쓰고 있었지만, 램프가 널리 사용되면서 석유의 소비량이 대폭 증가하였다. 석유 수입량은 1886년에 불과 10만 1207갤런이었지만 10년 정도가 지난 1897년에 이르면 무려 200만 갤런을 넘어설 정도였다.180) 1907∼1909년에는 석유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2.5∼3.5%의 비율을 차지하였다. 석유의 수요는 계절적으로 겨울에 가장 컸고 등불용이 많았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단일 품목으로 수입량 가운데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미국산 석유가 석유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타운센드 상사(W. D. Townsend and Company)가 수입하여 조선 시장에 공급하였다.181)

이 밖에도 성냥, 주류, 염료, 담배 등이 수입되었다. 오스트리아 등 서양제와 일본제 성냥이 선보였으며, 주류도 영국, 독일, 미국 등의 맥주와 일본산 청주가 들어왔다. 옷감을 염색하는 염료, 특히 아닐린(aniline) 염료도 주요한 수입품 가운데 하나였다. 담배는 처음에 미국산이 주로 수입되었으나 1890년 후반부터는 저렴한 일본산이 시장을 장악해 갔다. 목재도 일본에서 수입되었으나, 철도 건설용 목재는 미국에서 들여오기도 하였다. 또한 국내의 밀 경작 상황에 따라 미국산 밀가루가 수입되었다. 요컨대 수입 시장은 개항기 이후 점차 품목의 다양화와 수입국의 다변화가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외국 담배 광고>   
『매일신보』 1913년 11월 2일자에 실린 영미 연초 주식회사의 담배 광고이다. 처음에 담배는 미국산이 주로 들어왔으나 1890년경부터 일본산이 시장을 차지하기 시작하였다.
[필자] 오성
178) 러시아 대장성, 김병린 옮김, 앞의 책, p.245.
179) 러시아 대장성, 김병린 옮김, 앞의 책, pp.246∼247.
180) 러시아 대장성, 김병린 옮김, 앞의 책, p.256.
181) 『통상휘찬(通商彙纂)』 6, p.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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