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유행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Willendorrf) 근교 후기 구석기 유적에서 여성상(女性像)이 발견되었다. 커다란 유방과 불룩한 배, 터질 듯이 풍만한 엉덩이가 인상적인 높이 10㎝ 정도의 이 여성상은 당시의 이상적인 여성상을 나타낸 것으로 여겨져 ‘비너스’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이와 같은 ‘비너스’는 신석기 시대에 이르면 유럽이나 메소포타미아 지역, 인더스 강 유역, 중국, 일본 등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신석기 유적에서도 여성상으로 여겨지는 유물이 출토되었다. 함경북도 청진의 농포 유적에서는 5.6㎝ 크기의 흙으로 빚어서 구은 인형이 출토되었는데 허리가 잘록하고 엉덩이가 퍼져있는 듯해 여성을 형상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1) 평안북도
용천 신암리 유적에서도 흙으로 빚은 인형이 출토되었는데, 얼굴과 팔다리는 없어졌지만 허리가 잘록하면서 가슴에 유방을 표현한 돌기가 있어 여성으로 보고 있다.2)
선사 시대에 발견되는 이들 여성상은 대부분 볼륨 있는 몸매에 가슴과 엉덩이, 배 등 여성의 성적 특징이 강조되어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여성의 육체적 미의식에서 오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표현한 것, 다산과 풍요와 관련된 호신부, 가족이나 종족의 조상인 조모신(祖母神), 원시 종교와 관련된 무녀상(巫女像) 등으로 해석되고 있다.3) 시대나 지역마다 의미 차이는 다르겠지만, 이들 여성상의 출토는 선사시대 여성을 신성하게 여기고 숭상하였음을 보여준다.
[필자]
김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