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과 지방 관아의 세시 의례

지역마다 유사하게, 또는 서로 달리 나타나는 세시 풍속의 현상들은 ‘지역적 변형’의 결과라는 관점에서 체계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세시 풍속의 종류와 영역 중에서 국가가 중앙 집권 강화의 목적으로 설정한 사전적 세시 의례(歲時儀禮)를 주요 연구 대상을 삼고자 한다. ‘사전(祀典)’이란 나라의 제사를 지내는 것과 관련하여 예조(禮曹)에서 예전(禮典) 등을 통해 규정한 사제 규범(祀祭規範)을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의 「길제(吉祭)」 내용을 일컫는다. 따라서 사전적이라는 말은 그 설정의 주체가 국가이고 그 취지가 중앙집권적, 또는 국가의 지방통제적인 데에 있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지역 단위에서의 사전적 세시 의례의 성격과 그 변형 과정은 조선 초기와 후기의 양상을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초기의 내용들은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사에서, 후기의 것들은 『동국여지비고(東國輿地備考)』(고종 연간)와 각종 읍지 기사를 중심으로 살
펴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성종 때 간행된 『동국여지승람』 50권을 중종이 이행(李荇, 1478∼1534) 등에게 증수(增修)의 명을 내려 1531년에 5권이 늘어난 55권으로 간행된 것이다. 『동국여지승람』은 1478년(성종 9)에 양성지(梁誠之) 등이 4년에 걸쳐 편찬하여 첫 번째 고본(稿本)이 만들어지고, 이어서 1481년에 완성된 책이다. 이 책은 세종 6년(1424) 이래의 관찬지지(官撰地志) 편찬 사업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1485년(성종 16)에 김종직(金宗直) 등이 다시 편찬하였지만, 현재는 편자인 서거정의 서문만이 『신증동국여지승람』을 통해 전해진다. 그러므로 ‘신증’을 통해서도 『동국여지승람』 편찬 당시와 ‘신증’ 당시, 즉 조선 초기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