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편 한국사고려 시대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Ⅱ. 문화의 발달2. 문자와 언어
    • 01권 한국사의 전개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03권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
    • 04권 초기국가-고조선·부여·삼한
    • 05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Ⅰ-고구려
    • 06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Ⅱ-백제
    • 07권 고대의 정치와 사회 Ⅲ-신라·가야
    • 08권 삼국의 문화
    • 09권 통일신라
    • 10권 발해
    • 11권 신라의 쇠퇴와 후삼국
    • 12권 고려 왕조의 성립과 발전
    • 13권 고려 전기의 정치구조
    • 14권 고려 전기의 경제구조
    • 15권 고려 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16권 고려 전기의 종교와 사상
    • 17권 고려 전기의 교육과 문화
    • 18권 고려 무신정권
    • 19권 고려 후기의 정치와 경제
    • 20권 고려 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변화
        • 1. 불교사상의 변화와 동향
          • 1) 무신정권기 불교계의 변화와 조계종의 대두
            • (1) 무신정권기 불교계의 현황
            • (2) 무신정권과 선종
            • (3) 조계종의 대두
          • 2) 지눌의 사상
            • (1) 선·교갈등의 문제
            • (2) 지눌의 생애
            • (3) 심성론
            • (4) 수행론
            • (5) 간화선
          • 3) 수선사의 성립과 전개
            • (1) 정혜결사의 취지와 창립 과정
            • (2) 최씨무신정권의 후원과 결사이념의 변화
            • (3) 원의 간섭과 수선사의 친원불교화
          • 4) 백련사의 성립과 전개
            • (1) 백련사 결사운동의 성립과 불교관
            • (2) 백련사 결사의 사회적 기반
            • (3) 백련사 결사운동의 전개와 추이
          • 5) 원의 정치간섭과 불교
            • (1) 고려와 원과의 관계
            • (2) 불교계의 동향
          • 6) 임제종의 수입과 불교계의 동향
            • (1) 임제종 수입과 그 배경
              • 가. 사상적 배경
              • 나. 임제선의 도입
            • (2) 임제선풍의 전개
              • 가. 보우의 선풍과 현실참여
              • 나. 혜근의 임제선 선양
              • 다. 경한의 무심선풍
            • (3) 그 후의 불교계
          • 7) 대장도감과 고려대장경판
            • (1) 대장경이란 무엇인가
            • (2) 고려대장경의 구성
            • (3) 고려대장경의 판각
              • 가. 고려대장경의 조조동기와 판각시기
              • 나. 대장도감 설치와 판각장소
            • (4) 대장경판의 해인사 전래와 유통
              • 가. 해인사에의 전래
              • 나. 고려대장경 판본의 유통
            • (5) 고려대장경의 위치
        • 2. 성리학의 전래와 수용
          • 1) 신유학의 전래와 고려 사상계의 동향
            • (1) 송대 신유학의 성립과 고려 유학계의 대응
            • (2) 고려 불교계의 변화와 새로운 유학사상
            • (3) 신진관료의 대두와 새로운 사풍의 전개
          • 2) 주자성리학의 수용과 특징
            • (1) 주자성리학의 수용
            • (2) 성리학 수용과정에서의 특징
          • 3) 불교와의 관계
            • (1) 성리학 전래 이전의 불교와 유학
            • (2) 불교배척운동과 새로운 유불관계의 형성
        • 3. 풍수·도참사상 및 민속종교
          • 1) 풍수·도참사상
            • (1) 풍수·도참사상의 변모
            • (2) 풍수타락의 원인과 지기론
            • (3) 남경천도설
          • 2) 민속종교
            • (1) 무격의 성격과 역할
              • 가. 강신무와 세습무
              • 나. 무격의 종교적 역할
            • (2) 무고
            • (3) 무격에 대한 열광적 신앙
            • (4) 무격배척과 금압
      • Ⅱ. 문화의 발달
        • 1. 과학과 기술
          • 1) 천문학
            • (1) 천문관측기구와 제도
            • (2) 관측활동과 그 기록들
            • (3) 역법의 정비
          • 2) 지리학과 지도
            • (1) 지도의 제작
            • (2) 풍수지리학
          • 3) 인쇄술과 제지기술
            • (1) 고려의 목판인쇄
            • (2) 청동활자 인쇄술의 발명
            • (3) 제지기술
          • 4) 무기제조와 조선
            • (1) 화약과 화포의 전래
            • (2) 화통도감과 화기의 제조
            • (3) 고려의 배
          • 5) 그 밖의 산업기술
            • (1) 도량형
            • (2) 물레바퀴
            • (3) 금속공예기술
            • (4) 목면의 재배와 무명의 등장
            • (5) 새로운 청자기술의 개발
          • 6) 의약학과 생물학
            • (1) 고려의학의 자주적 발전
            • (2) 고려의약학의 체계적 전개
            • (3) 의약의 교류
            • (4) 의료제도의 변천
            • (5) 동물의 사육
        • 2. 문자와 언어
          • 1) 문자
          • 2) 언어
        • 3. 문학
          • 1) 설화와 민간전승
          • 2) 속악가사
          • 3) 경기체가·시조·어부가·가사
          • 4) 불교문학
        • 4. 역사학
          • 1) 각훈의≪해동고승전≫
            • (1)≪해동고승전≫의 편찬
            • (2) 각훈의 생애와 편찬배경
            • (3)≪해동고승전≫의 특징과 문제
            • (4) 각훈의 역사인식
          • 2)<동명왕편>의 역사인식
            • (1)<동명왕편> 저술의 배경
            • (2)<동명왕편>에 나타난 역사의식
              • 가. 전통적 신이사관의 추구
            • (3) 고구려 계승의식의 표방
          • 3) 일연과≪삼국유사≫
            • (1) 일연의 생애와 사상적 경향
            • (2)≪삼국유사≫의 찬술기반
          • 4)≪제왕운기≫의 편찬
            • (1)≪제왕운기≫편찬의 배경과 동기
            • (2)≪제왕운기≫에 반영된 역사관
          • 5) 민지의≪본조편년강목≫
            • (1)≪본조편년강목≫의 편찬과 그 성격
            • (2) 민지의 생애와 기타 저술
            • (3) 민지의 사학사적 위치
          • 6) 이제현의≪국사≫
            • (1)≪국사≫의 편찬과 그 성격
            • (2) 이제현의 생애와 기타 사서
            • (3) 이제현의 역사서술과 그 인식
          • 7) 기타 역사서의 편찬
            • (1) 실록의 편찬
            • (2) 기타의 역사서
          • 8) 고려 후기 역사서술의 특징
            • (1) 무신집권기 사학의 위축
            • (2) 역사서술에 대한 원의 간섭
            • (3) 고려 말 사관제도의 보강
            • (4) 고려 당대사의 정리
            • (5) 역사의 문학적 표현
        • 5. 미술
          • 1) 건축
            • (1) 건축활동
            • (2) 강화궁궐 및 성곽
            • (3) 목조건축
              • 가. 주심포양식
              • 나. 다포양식
              • 다. 건물유구
          • 2) 석조물과 조각
            • (1) 석조물
              • 가. 석탑
              • 나. 석조부도
              • 다. 석등
              • 라. 석비
              • 마. 당간과 지주
            • (2) 조각
              • 가. 석불상
              • 나. 금동불상
              • 다. 철불상
              • 라. 소조불상
              • 마. 협저칠불상
              • 바. 목조불상
              • 사. 능묘조각
          • 3) 서화
            • (1) 회화
              • 가. 일반회화
              • 나. 불교회화
            • (2) 서예
          • 4) 공예
            • (1) 도자공예
              • 가. 12세기 후반부터 13세기 전반-절정기
              • 나. 13세기 후반 이후-쇠퇴기
            • (2) 금속공예
            • (3) 목칠공예
        • 6. 음악
          • 1) 왕립음악기관의 제도와 활동범위
            • (1) 대악서·관현방·아악서의 유래와 체제
            • (2) 왕립음악기관의 음악인과 활동범위
          • 2) 향악
            • (1) 향악과 향악정재
              • 가. 신라향악의 전통과 그 방향
              • 나. 고려의 향악 및 향악정재의 등장
              • 다. 향악의 악조와 음악양식
            • (2) 향악기와 향악활동
              • 가. 향악기
              • 나. 향악활동
          • 3) 당악과 당악정재
            • (1) 송의 교방악사와 당악정재
              • 가. 송나라 교방악사의 등장
              • 나. 고려의 당악정재
            • (2) 고려의 당악과 당악기
              • 가.≪고려사≫ 악지의 당악곡
              • 나. 고려시대의 당악기
          • 4) 대성아악의 등장과 그 향방
            • (1) 대성아악의 아악기와 악현
              • 가. 아악기의 등장
              • 나. 아악의 악현과 연주절차
            • (2) 대성아악의 역사적 변천
          • 5) 고취악과 기악
            • (1) 고취악과 연주형태
            • (2) 기악과 잡기
              • 가. 기악과 잡기의 전통
              • 나. 잡기의 창우와 경시서의 여기
        • 7. 무용과 연극
          • 1) 산대잡극
            • (1) 연등회·팔관회와 백희
            • (2) 교방가무희
          • 2) 나희
          • 3) 조희
          • 4) 재인과 광대
        • 8. 체육
          • 1) 격구
          • 2) 궁사
          • 3) 투호
          • 4) 마상재(마술)
          • 5) 축국
          • 6) 수박
          • 7) 각저
        • 9. 민속
          • 1) 세시풍속
            • (1) 봄철의 세시풍속
              • 가. 원단
              • 나. 입춘
              • 다. 인일
              • 라. 자오일
              • 마. 상원
              • 바. 연등회
              • 사. 2월 초하루
              • 아. 석전
              • 자. 개빙
              • 차. 한식
              • 카. 상사
            • (2) 여름철의 세시풍속
              • 가. 불탄일
              • 나. 단오
              • 다. 유두
            • (3) 가을철의 세시풍속
              • 가. 칠석
              • 나. 백중
              • 다. 추석
              • 라. 중구
            • (4) 겨울철의 세시풍속
              • 가. 지신제
              • 나. 팔관회
              • 다. 동지
              • 라. 수세
          • 2) 민속놀이
            • (1) 예능적 내용
              • 가. 처용희
              • 나. 나희
              • 다. 산대잡희
              • 라. 수희
            • (2) 경기적 내용
              • 가. 격구
              • 나. 수박희
              • 다. 각저희
              • 라. 석전희
            • (3) 유희적 내용
              • 가. 추천희
              • 나. 지연희
              • 다. 호기희
              • 라. 척초희·초인희
              • 마. 농환희
              • 바. 장간희
              • 사. 죽마희
              • 사. 투란희
            • (4) 오락적 내용
              • 가. 위기
              • 나. 투호
              • 다. 저포희
              • 라. 쌍륙
        • 10. 의식주생활
          • 1) 의생활
            • (1) 개관
            • (2) 복제의 정비
            • (3) 몽고복식의 영향
            • (4) 고려 후기의 복식
          • 2) 식생활
            • (1) 곡물의 증산과 병과류의 기술증진
              • 가. 미곡의 증산
              • 나. 떡의 보급
              • 다. 유밀과의 성행과 다식
            • (2) 숭불환경과 차·채소음식·조면의 발달
              • 가. 차의 성행과 진다례·다정
              • 나. 청담한 채소요리의 발달
              • 다. 사원에서의 조면과 양주업
            • (3) 고기음식과 유즙, 기타 찬물류
              • 가. 고기음식과 우유
              • 나. 장류와 젓갈
              • 다. 기타 찬물류
            • (4) 고려의 대외교류와 식생활
              • 가. 원·객관·주식점의 개설과 접객양식
              • 나. 대외무역식품과 음식의 교류
              • 다. 연회와 제향음식
          • 3) 주생활
            • (1) 백성의 살림
            • (2) 제택의 규모와 생활
            • (3) 살림집의 성향
    • 22권 조선 왕조의 성립과 대외관계
    • 23권 조선 초기의 정치구조
    • 24권 조선 초기의 경제구조
    • 25권 조선 초기의 사회와 신분구조
    • 26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Ⅰ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28권 조선 중기 사림세력의 등장과 활동
    • 29권 조선 중기의 외침과 그 대응
    • 30권 조선 중기의 정치와 경제
    • 31권 조선 중기의 사회와 문화
    • 32권 조선 후기의 정치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34권 조선 후기의 사회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36권 조선 후기 민중사회의 성장
    • 37권 서세 동점과 문호개방
    • 38권 개화와 수구의 갈등
    • 39권 제국주의의 침투와 동학농민전쟁
    • 40권 청일전쟁과 갑오개혁
    • 41권 열강의 이권침탈과 독립협회
    • 42권 대한제국
    • 43권 국권회복운동
    • 44권 갑오개혁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동
    • 45권 신문화 운동Ⅰ
    • 46권 신문화운동 Ⅱ
    • 47권 일제의 무단통치와 3·1운동
    • 48권 임시정부의 수립과 독립전쟁
    • 49권 민족운동의 분화와 대중운동
    • 50권 전시체제와 민족운동
    • 51권 민족문화의 수호와 발전
    • 52권 대한민국의 성립

2) 언어

 고려 후기는 고려가 몽고(원)와 힘을 겨루면서 민족적 자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 시대에 해당한다. 고려는 13세기에 접어들면서 강성해진 몽고로부터 노골적인 압박을 받아 오다가 마침내는 그 침입으로 말미암아 강화도로 도읍을 옮기는 등 피어린 항쟁을 벌였다. 결국 몽고에 져서 80여 년간 몽고의 간섭을 견뎌야 하는 곤경에 빠지게 되었고 따라서 고려사회 전반에 미친 몽고의 영향은 크나큰 것이었다.

 원의 전성기에는 고려의 태자는 원의 서울인 북경에 머물러 있었고 임금이 승하하면 원나라 공주와 결혼하여, 그 원나라 부인을 데리고 새로이 임금이 되어 개경으로 부임하는 것이 관례가 되다시피 하였다. 그 무렵 고려의 임금은 모두 忠자로 시작되는 원의 諡號를 받았는데 25대 충렬왕으로부터 30대 충정왕, 그리고 31대 공민왕에 이르기까지 7명에 이르는 임금이 모두 원나라 서울에 인질로 잡혀가 살다가 몽고말에 능숙한 사람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들 가운데 충렬왕·충선왕·충숙왕·충혜왕·공민왕 다섯 왕은 원의 공주를 왕비로 맞이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은 13·4세기에 고려의 언어가 몽고어를 새로운 외래어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어사의 관점에서 보면 국어어휘가 고유어와 한자어라는 이중체계를 유지하다가 고려 후기에 이르러 몽고어를 외래어로 받아들임으로써 드디어 국어어휘가 고유어·한자어·외래어의 삼중체계를 확립한 시기가 되는 것이다.

 임금이나 태자가 원나라 왕실에 머물러 살았다는 것은 왕족 한두 사람의 몽고어 습득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딸려 있는 많은 수행인이 함께 생활하였을 것이요, 거기에 호종하는 귀족 및 지식인의 활동도 전제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사람으로는 元卿과 李齊賢을 손꼽을 수 있다.≪高麗史≫列傳에 의하면 원경은 성품이 호쾌하고 말타기와 활쏘기를 좋아했으며 어려서부터 몽고어를 배워 여러 번 충렬왕 및 공주를 따라 원에 가서 살면서 원 世祖의 총애를 받았다고 되어 있다. 세조는 항상 그를 ‘나린 가라(narin gara, 納麟哈剌)’라는 별명을 붙여 부르며 귀여워하였는데 사람을 대하여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자상하고 민첩하기 때문에 ‘나린’이라 하였고 검은 수염이 윤기있고 아름다워 ‘가라’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0444) 이 ‘나린 가라’를 우리말로 바꾸면 ‘민첩하고 귀여운 검은 수염쯤’ 되겠는데 직역하면 ‘민첩한 까망’이다. 이러한 낱말이≪고려사≫에 기록될 정도라면 고려사회에 몽고어가 얼마나 큰 세력으로 유행하였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 이제현(1287∼1367)은 고려 말의 문인학자로 그의 저서≪益齋亂藁≫·≪益齋集≫·≪櫟翁稗說≫등은 고려 말의 문학과 제반 학문의 깊이와 넓이를 헤아리는 데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책들이다. 그가 원나라 서울에서 당대의 대학자들과 교류한 것은 그의 몽고어 실력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짐작케 한다. 그는 충숙왕 원년(1314)에 원에 머물러 있던 충선왕이 萬卷堂을 세우고 그를 부르자, 그 곳 燕京(지금의 북경)에 가서 원의 姚燧閻·趙孟頫 등과 함께 고전을 연구하였다.

 이와 같은 고려 후기의 사회·문화적 제반 분위기로 보아 상당량의 몽고어가 유행어의 성격을 띠고 통용되었을 것이나, 그것들이 그 당시의 문헌에는 전하는 것이 없다. 조선왕조에 들어와 편찬된≪高麗史≫·≪龍飛御天歌≫·≪飜譯朴通事≫·≪訓蒙字會≫등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을 뿐이다. 이들 몽고어로부터 들어온 외래어들은 흥미롭게도 특정한 어휘영역에 몰려 있다. 그것들은 주로 말·매 및 군사에 관련된 용어들이다. 전통적인 문화사회의 용어들은 몽고사회에서도 한자어를 그대로 사용하였을 것이므로, 몽고어로서 고려사회에 통용될 수 있었던 것은 유목민족 특유의 물질문화 요소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것은 말·매를 중심으로 한 군사용어에 집중되었다. 물론 이들 어휘는 현대국어에서는 실용성을 상실하고 대부분 死語의 신세를 면치 못하였으나, 고려 후기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증거어의 구실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 시기 몽고외래어로 확인된 어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0445)

 첫째 말(馬)과 관계되는 어휘

① 가라()

검은 색 말을 뜻하는 낱말이다.≪譯語類解≫에 ‘黑馬 가라’(下 28)이라 되어 있고≪飜譯朴通事≫에 五明馬를 ‘가라간져죡앳’(上 27)이라 되어 있다. 몽고어 gara가 일반적으로 黑을 뜻하나 국어에서는 오직 말종류에만 적용된다는 사실이 몽고어로부터의 차용임을 증명한다.

② 간쟈(), 간져()

흰줄박이 말(玉面馬)을 뜻하는 낱말이다.≪老乞大諺解≫에는 破臉馬를 간쟈(下 8)이라 하였고,≪譯語類解≫에는 線臉馬(뺨에 흰줄이 있는 말)(補編 48)라 하였다.≪飜譯朴通事≫에는 ‘가라간져죡앳’이라 하여 ‘간져’로 표기되었다. 몽고어 galǰan은 ‘말 앞머리의 흰줄무늬’를 가리키는데 이 낱말의 차용으로 생각된다.

③ 고라()

누른색 말을 뜻하는 낱말이다.≪譯語類解≫에 ‘黃馬 고라’(下 28)이라 하였고≪飜譯朴通事≫에는 土黃馬를 ‘고라’이라 하였다. 몽고어 gula ‘누른 색’에서 차용된 것이다.

④ 구렁()

밤색 말을 뜻하는 낱말이다.≪老乞大諺解≫에는 ‘구렁 栗色馬’(下 8)라 하였고,≪飜譯朴通事≫에는 栗色白臉馬를 ‘구렁쟘불’(上 63)이라 하였다. 몽고어 küreng은 짙은 갈색을 가리킨다.

⑤ 아질게()

애기 말(兒馬)을 뜻하는 낱말이다.≪訓蒙字會≫ 馬字註에 ‘兒馬 아질게’(上 19)이라 되어 있고,≪蒙語類解≫에는 ‘兒馬 수, 아질가 모리’(下 30)라는 기록이 보인다. 몽고문어 ảjirγ-a(兒馬)에서 차용하였을 것이다.

⑥ 졀다()

붉은 색 말을 가리키는 낱말이다.≪飜譯朴通事≫에는 ‘赤馬 졀다(上 42·63)’이라 하였고≪老乞大諺解≫에도 ‘赤馬 졀다’(下 8)이라 되었다. 중세 몽고어 jẻerde(赤馬)에서 차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⑦ 공골()

누른 색 말을 가리키는 낱말이다. 이 낱말은 17세기 이후의 문헌인≪老乞大諺解≫(下 8),≪漢淸文鑑≫(14·22)≪譯語類解≫(下 28) 등에 ‘黃馬 공골’ 또는 ‘土黃馬 공골’로 표기되었고 16세기 문헌으로는≪飜譯老乞大≫(下 8)에만 보인다. 고라()과의 색깔 차이가 있을 것이지만 문헌에 구별하여 설명된 것이 없어 알 수가 없다. 몽고문어에는 gongγor로 나타나고≪元朝秘史≫에는 gongqor로 나타난다.

⑧ 셜아()

은갈색이 도는 흰 말을 가리키는 낱말이다.≪老乞大諺解≫(下 8),≪譯語類解≫(下 28),≪飜譯老乞大≫(下 9)에 모두 “셜아”이라 적혀 있다. 중세몽고어 sirγa에서 온 단어라 생각된다.≪飜譯老乞大≫(下 9)에는 ‘白馬’를 ‘셜아’이라 하였으나 순수한 백마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譯語類解≫(下 28)에 銀褐馬를 ‘셜아’이라 했고 백마는 ‘셜아’이라 하였음을 보아 그것들이 구별되었음을 알 수 있다.

⑨ 가리운()

말갈기 색깔이 검은 말을 가리키는 낱말이다.≪老乞大諺解≫(下 8)와≪譯語類解≫(下 28)에는 ‘가리운 ’이라 되어 있고≪漢淸文鑑≫(14·22)에는 ‘가리온춍이’(黑鬃靑馬)이라 되어 있어 17, 18세기에 ‘가리온’과 ‘가리운’의 두 형태가 있었음을 보인다. 몽고문어의 qaliγun, 중세몽고어의 qali’un에서 차용한 것이라 믿어진다.

⑩ 부루()

은회색 말을 가리키는 낱말이다.≪譯語類解≫(下 28)·≪同文類解≫(下 37)에 ‘江紗馬 부루’이라 보인다. 몽고문어의 buγural∼buγurul에서 온 것으로 생각된다.

⑪ 녹대

이 낱말은 현대 제주도 방언으로 굴레(마소의 목에서 고삐에 걸쳐 얽어 매는 줄)를 가리킨다.≪蒙語類解≫(下 15)에는 ‘籠頭 바구레 ○녹토 一云 두룹치’라 되어 있는데 이것들은 몽고문어의 noγto와 dörübči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아 제주도 낱말 ‘녹대’는 바로 몽고문어 noγto의 차용이라 생각된다.

⑫ 가달

이것 역시 현대 제주도 방언에서 재갈[鐵銜]을 뜻하는 낱말인데 단독으로는 쓰이지 않고 ‘가달석’(가운데로 꼬부려 접고 양끝을 馬銜에 접어 매고서 말 위에 타 앉을 때에 말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는 데 쓰는 고삐줄)이라는 낱말 속에 남아 있다.≪元朝秘史≫와≪華夷譯語≫에 qada’ar(轡頭)이 있으므로 이 낱말의 차용이라 생각된다.

 이상으로 말(馬)과 관련된 낱말 12개가 국어의 어휘자산으로 고려 후기 이래 오늘날까지 그 잔영을 남기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들 낱말은 거의 전부 현대국어에서는 생명을 잃었으나 고려 후기에서 조선왕조에 걸쳐서는 중요한 낱말로 활용되었다.

 둘째 매(鷹鶻)와 관계되는 어휘

⑬ 갈지게

누른 색 매를 가리키는 낱말이다.≪訓蒙字會≫에 ‘黃鷹 갈지게’(上 15)라 되어 있고≪譯語類解≫에도 ‘黃鷹 갈지게’(下 25)라 되어 있다. 중세몽고어 qarčiγai에서 온 것이다.

⑭ 나친

‘나친이’라는 낱말로 큰 매의 일종이다.≪訓蒙字會≫에는 ‘나친曰鴉鶻’(上 15)이라 되어 있고≪譯語類解≫에는 ‘鴉鶻 나친이’(下 25)라 되어 있다. 몽고문어에 način으로 되어 있으나 원래 이 낱말은 터키어의 lačin에서 온 것으로 생각된다.

⑮ 도롱태

새매의 한 가지를 가리킨다.≪金剛經三家解≫에 ‘愮字 도롱태라’(4, 34)라는 구절이 있고≪南明集諺解≫에 ‘도롱태(愮子)(上 6)가 나오며≪訓蒙字會≫에도 愮 도롱태숑’(上 15)이라 적혀 있다.≪元朝秘史≫와≪華夷譯語≫에 모두 turimtai로 되어 있고 몽고문어에는 turimtai, turumtai, durimtai의 세 가지로 나타난다.

(16) 보라(매)

가슴털이 보라색을 띤 매의 일종이다.≪訓蒙字會≫에 ‘秋鷹 보라매’(上 15)가 있고≪譯語類解≫(下 25),≪同文類解≫(下 24)≪漢淸文鑑≫(13, 50) 등에도 모두 ‘秋鷹 보라매’라 되어 있다. 여기의 ‘보라’는 중세몽고어 boro에서 온 것이다. 현대국어에서 ‘보라 색’의 ‘보라’는 바로 이 낱말이다. 아마도 몽고외래어에서 현대에까지 살아 남아 있는 낱말은 이것이 유일한 것이 아닐까 싶다.

(17) 숑골

흔히 우리 時調에 ‘숑골매’로 나타나는 매의 일종이다.≪訓蒙字會≫에는 ‘海靑숑골’(下 15)이라 되어 있고≪新增類合≫에는 ‘鶻 숑고리 골’(上 12)이라 적혀 있다. 몽고문어에는 šingqor와 šongqor의 두 가지가 나오고≪元朝秘史≫에는 šinŋqor이라 보인다.

(18) 익더귀

토기사냥을 잘하는 매라하여 兎鶻이라고도 하는 매의 일종이다.≪訓蒙字會≫(上 15)·≪譯語類解≫(下 25)·≪漢淸文鑑≫(13, 50)에 모두 ‘兎鶻 익더귀’라 되어 있다. 몽고문어의 itelgü에서 온 것일 터인데 형태상의 변형이 일어났음을 보인다.

(19) 튀곤

누른 빛 도는 흰빛 매를 가리키는 낱말이다.≪訓蒙字會≫(上 15)와≪譯語類解≫(下 25) 에 모두 ‘白黃鷹 튀곤’으로 나타난다. 몽고문어의 tuiγun에 대응하는 것이다.

 위에 논의한 7개의 매 이름 이외에도 한글문헌에는 찾아볼 수 없으나≪新增鷹鶻方≫ 및≪世宗實錄≫에는 ‘照骨, 結外’ 등이 더 나온다. 고려 후기에서 조선조에 걸쳐 매사냥이 얼마나 중요한 생활의 일부였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셋째 군사용어에 속하는 어휘

(20) 고도리

화살촉을 가리키는 낱말이다.≪訓蒙字會≫(中 29)에 骨業·髇·骲의 새김말로 나타나는데≪蒙語類解≫(上 36)에 ‘撲頭 고도리 ○고도리’라 되어 있어 몽고차용어임을 알 수 있다. 몽고문어에 γodoli로 나오고≪元朝秘史≫에 qodoli가 보인다.

(21) 바오달

군대 幕舍, 軍營을 가리키는 낱말이다.≪訓蒙字會≫(中 8)에 ‘營 바오달영’이라 되어 있고 ‘바오달 티다(下營)’, ‘바오달 터 營盤’ 등의 예를 들고 있다. 몽고문어에 baγudal이 있고 중세몽고어 형태는 ba’udal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2) 바톨

勇士라는 뜻의 낱말이다.≪龍飛御天歌≫에 아기바톨[阿其拔都]이란 사람이름이 나오고 그 註記에 ‘아기는 우리말의 어린 아이를 가리키고 바톨은 몽고어로 용감하여 맞설 자가 없는 이를 가리킨다’고 되어 있다.≪元朝秘史≫에 ba’atur,≪華夷譯語≫에 ba’atur이 보이는데 모두 勇士의 뜻이다.

(23) 오뇌·오

활가락지를 가리킨다.≪楞嚴經諺解≫(9, 20)에는 ‘括 삸오뇌라’라고 되어 있고≪訓蒙字會≫(中 28)에는 ‘彄 활오 구’라 되어 있다. 몽고문어에 onu, oni의 두 형태가 있다.

(24) 텰릭

武官의 군복을 가리킨다. 후대에 ‘天翼’으로도 적히고 중국어로 ‘帖裏’라 적히기도 하였으나 몽고문어 terlig에 소급하는 낱말임이 분명하다.

 이 밖에도 몽고외래어로 고려 후기 이래 우리 나라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낱말은 더 있다. 궁중에서 임금에게 올리는 진지 즉 御膳을 ‘수라’라 하는데 이것은 중세몽고어 “šülen(湯)”에서 유래한 것으로 믿어진다. 그리고 각종 관직명 내지는 工匠人 명칭에 사용되었던 “-色”(茶色·馬色·書房色·世子吉禮色 등)은 몽고문어 bičigeči(書史)에 소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제주도 방언에서 작은 산을 “오름”이라 하는 것도 분명히 몽고어에 유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실들은 고려 후기의 언어가 얼마나 많이 몽고어를 새로운 외래어로 받아들였는가 하는 사회현상을 반영한다. 또한 이렇게 받아들인 외래어는 표면적으로는 사라져버렸지만 그 앙금이 얼마나 오래도록 남아 있는가 하는 것도 알 수 있다.

 고려 후기에 일어났던 몽고어의 유입은 국어어휘사에서 이렇게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물론 이 시기에 우리 나라에서 몽고어학습의 열풍이 불었음도 짐작할 수 있다. 충렬왕 21년(1295) 정월에는 원에서 蒙古字敎授가 개경에 파견되어 몽고어학습에 임한다. 또 충숙왕 11년(1324)에는 고려의 학자 安軸이 원의 制科에 급제하여 遼陽路 蓋州判官이 되는 등 고려사회가 몽고문화와 몽고의 생활풍습에 깊이 빠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나 원의 멸망과 함께 몽고어의 유행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몽고외래어와≪鄕藥救急方≫의 자료들은 13세기 중엽의 고려어를 반영한다. 그러나 그 당시의 언어형태를 보여주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고 15세기 이후 조선조에 이르러 훈민정음이 창제된 다음에 기록된 것은 14세기 동안에 상당한 音韻變化를 입은 것으로 짐작되지만 자료가 없어 자세히 언급할 수 없음이 유감이다. 여기에서는 단지 된소리계열의 등장, 반치음 △의 형성, 音節末 자음의 內破化, ㅅ(s)음 앞에서의 ㄹ(l)탈락 등이 발생하였음을 언급하는 데 그치려 한다.

<沈在箕>

0444)≪高麗史≫권 124, 列傳 37, 元卿.
0445) 이 분야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성과는 李基文,≪國語 語彙史 硏究≫(東亞出版社, 1991) 제9장에서 제13장에 집중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