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해동제국총도(<지도 4>)
지도의 명칭과 같이 해동제국 전체를 포함하는 지도이며, 현재 일본의 本州·四國·九州·一岐·對馬·琉球를 포함하는 지도이다. 섬과 섬들의 상대적인 거리와 방위는 정확하지 않으나 당시의 지도로서는 훌륭한 지도이다.
海東諸國總圖의 일기도·대마도·유구국도를 제외한 일본국도와 서해도구주도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일본도인 소위「行基圖」라고 불리는 지도와 같은 유형에 속한다. 즉 일본의 각 주를 거북이 등의 무늬 모양이나 누에고치를 연결한 모양과 유사하게 그렸고, 일본 전체의 해안선도 현실적인 곡선이 아니고 도형에 가까운 곡선의 연결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행기도 계통의 일본도는 태종 2년에 우리 나라에서 만든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일본국도에 나타난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고, 간본으로는≪해동제국기≫의 해동제국총도가 가장 오래된 것이다. 행기도는 초기의 것은 대부분이 필사본이고, 현전하는 것은 일본의 경도에 있는 仁和寺 소장본이 가장 오래된 필사본이다.462)≪해동제국기≫와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일본도는 한국식으로 고쳐 그리기는 하였으나, 그 모양으로 볼 때 행기도가 틀림없다고 생각된다.463) 해동제국총도를 비롯한≪해동제국기≫에 첨부된 모든 지도는 독특한 한국식의 파도무늬가 바다에 그려져 있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일본도와 해동제국총도를 비교해 보면, 전자에서는 四國과 淡路섬이 本州에 연속된 것 같이 그려져 있으나 해동제국총도에서는 이것이 고쳐졌다. 그리고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서는 志摩州가 본주의 육지에 접해 있으나 해동제국총도에서는 섬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차이점으로 미루어 보면 일본에서 도입된 두 지도의 원도는 동일한 지도가 아니다. 그러나 두 지도가 모두 본주의 북쪽 바다에 見付島를 그려넣었다. 일본의 행기도에서 견부도는 모두 본주의 태평양측에 그려져 있지 본부의 북측에 그리는 예는 없다고 한다. 이러한 점으로 보면 시대적으로 후에 만들어진 해동제국총도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일본도를 참고로 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