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미군정기의 사회갈등
미군정기의 사회경제적 혼란상은 기본적으로 일제 식민통치체제가 붕괴됨으로써, 그리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와 질서는 아직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던 상황에 의해 야기된 혼란이었다. 그러나 미군정기 사회의 혼란은 이 같은 사회경제적 혼란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미군정기 사회가 일제 식민통치가 남겨놓았던 계급적·민족적 갈등에 의한 또 다른 혼란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군정기의 사회갈등은 당시의 정치적 갈등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은 미군정기 사회갈등이 정부 수립을 둘러싼 좌파세력과 미군정-우파세력 간의 정치적 갈등에 의해서도 강력한 영향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차원의 혼란과 갈등이 상호 영향을 미치며 전개되었던 당시의 상황에서 사회갈등만을 분리하여 살펴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서는 사회경제적인 혼란으로 야기되었던 아래로부터의 영향과 정치적 갈등의 위로부터의 영향을 고려하는 가운데, 주로 노동문제와 농민문제를 중심으로 미군정기 사회갈등을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