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Ⅰ. 구석기문화
  • 1. 구석기시대
  • 1) 구석기시대의 시기구분
  • (2) 구석기시대의 시기구분
  • 가. 전기 구석기시대

가. 전기 구석기시대

 전기 구석기를 유럽지역과 아프리카에서는 각기 독특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유럽에서는 Abbevillian문화와 Acheulean문화가 해당되며 아프리카에서는 Oldowan문화와 아슐리안문화가 전기 구석기에 해당되는 문화이다. 이 중 올도완문화는 호모 헤빌리스에 의해 약 250만년 전에 시작된 구석기문화로 동아프리카에서 약 150만년 전에 호모 에렉투스가 개발한 아슐리안문화가 출현할 때까지 지속된 가장 원시적인 석기문화이다. 아슐리안석기공작은 아슐리안주먹도끼로 상징되는데, 큼직한 석핵 또는 대형박편의 양면을 가공하여 만든 것으로 여러 가지 평면형태로 분류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타원형 또는 뾰족한 끝을 가진 첨두형이 많다. 아프리카에서는 약 150만년 전에 이미 이러한 형태가 출현하고 있으며 10만년 전, 즉 중부 홍적세의 후반까지 널리 사용된 석기문화이다. 이 석기공작은 전형적인 주먹도끼 이외에도 찍개류·긁개류·다각면원구·정형화된 석핵들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석기제작기법이 올도완에 비하여 훨씬 발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아프리카의 일부 삼림지역은 이후에도 Sangoan문화라는 주먹도끼의 전통이 지속되었다.

 동아시아지역은 아프리카 외의 지역으로는 가장 오래전에 고인류가 서식한 지역인데 쟈바의 Sangiran에서는 약 100만년 이전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보이는 호모 에렉투스가 발견되었고 중국 하북성의 니하만에서는 약 100만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석기문화가 발견되었다. 그래서 이 지역은 호모 에렉투스가 가장 북쪽으로 진출한 지역이 된다. 그런데 동아시아지역은 오랫동안 유럽과 아프리카지역과는 달리 전기 구석기시대에 아슐리안주먹도끼가 발견되지 않은 찍개문화권으로 간주되어 왔으나013)Movius, H. L. Jr., Early Man and Pleistocene Stratigraphy in southern and Eastern Asia, Papers of the Peabody Museum of American Archaeology and Ethnology, Harvard University, Cambridge, 1944. 최근에 한반도의 전곡리에서 서구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다수 발견되어 전통적 견해를 부정하는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 밖에도 중국 산서의 公王嶺유적들, 광서의 百色유적이나 몽고 등의 전기 구석기유적에서도 원시형주먹도끼로 보이는 석기들이 다수 발견되어 전기 구석기시대 동안 아슐리안형의 석기공작이 동아시아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한반도에서는 많은 지점에서 전기 구석기유물이 발견되었다고 주장되고 있는데 하부 홍적세로 올라갈 수 있는 유적은 아직 보고된 바 없으며 발견될 가능성도 그다지 많지 않다. 현재까지는 중부 홍적세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유적에서 출토된 석기들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의 전기 구석기의 특징은 석기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불규칙하고 임의적인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주먹도끼류나, 다각면원구, 찍개류 그리고 긁개류들이 나타나는데 대부분이 많지 않은 박리면으로 덮혀 있고 2차가공을 보이는 것의 수효가 극히 제한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祥原의 검은모루유적이나 평양의 용곡동굴유적, 전곡리를 비롯한 임진강과 한탄강의 몇 지점들, 동해안의 심곡리와 도화리유적, 단양의 금굴유적 등이 이 시기에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되고 있다. 이러한 지점의 형성연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의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 연대의 범위가 여하간에 석기문화는 2차가공이 뚜렷하지 않고 타격면가공 등의 발달된 기법이 나타나지 않는 전기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들이다.

 검은모루의 석기들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유물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 석기라고 주장되는 것들이 인공이 가해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014)김신규·김교경,<상원 검은모루 구석기시대 발굴보고>(≪고고학자료집≫ 4, 1974), 3∼39쪽.
鄭永和,<韓國舊石器文化硏究의 諸問題>(≪人文硏究≫ 16, 嶺南大, 1994), 281∼312쪽.
석기의 수효가 극히 적을 뿐 아니라 석기의 가공이 불확실하고 퇴적과정이 애매하여 국제적인 논쟁의 하나로 남아 있다. 용곡동동굴의 하부층에서 발견된 석기들은 대단히 불규칙한 것들인데 찍개·다각면원구 그리고 박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석기들은 인골과 함께 출토되었다는 점이나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절대연대(약 4만년 전에서 7만년 전)가 알려진 유물이라는 점에서 중요한데 이 석기들은 전기 구석기의 원시적인 특징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석기공작이라고 하겠다.

 전곡리유적에서 출토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비롯한 석기문화는 한반도의 전기 구석기문화를 대표하는 석기공작으로 그 양이나 단일유적으로서의 규모 등에 있어서 단연 최대의 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유적에서는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이외에도 비교적 잘 다듬어진 석기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찍개·다각면원구·긁개와 주산알모양의 석핵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유적의 연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제기되고 있는데 전기 약 40만년 전의 전기로부터 약 4만년 내지 5만년 전의 유적이라는 설에 이르기까지 제기된 설의 범위가 가장 큰 유적의 하나이다. 최근에는 최상부층에서 약 2만 5천년 전의 일본에서 날아온 화산재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도 있었고, 또한 중간층에서 9만년 전쯤의 화산재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015)최성락·坂田邦洋,<南海岸地域 考古學遺跡에서의 火山灰層의 調査-先史遺蹟의 編年을 위한 硏究->(≪歷史의 再照明≫한림과학원총서 31, 1995), 97∼145쪽.
早田勉,<始良火山の噴火>(≪始良火山の噴火, 始良火山の噴出後の九州とその人びと-2万年前の石器文化≫, 九州舊石器文化硏究會, 1996).
그러나 기반암의 연대가 약 30만년이라는 K/Ar연대가 있는데 이를 토대로 지형적인 변천과정이 짧은 기간에 일어났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대략 20만년 전까지 올라갈 수 있는 유적으로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타당한 추정으로 보인다. 파주의 금파리·주월리와 가월리, 고양의 원당 등의 유적에서도 전곡리와 유사한 석기공작들이 발견되었으며, 이외에도 한탄강과 임진강을 따라 여러 지점에서 석기산포지가 확인되었는데 이러한 유적들도 연대의 범위가 전곡리와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단지 지표층에 가깝게 나타나는 경우에 후대의 퇴적일 수도 있을 것이며 또한 현무암대지 위의 퇴적이 늦은 시기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 낮은 지역이라면 연대의 차이가 있으리라고 보인다.

 단양의 금굴유적도 전곡리와 유사한 석기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다양한 단계의 원시형 주먹도끼와 찍개류·다각면원구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이 유적은 동물뼈들과 같이 발견되어서 당시의 환경을 복원하는데 주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금굴의 제1층을 60만년에서 70만년 전, 그리고 제2층을 45만년 전으로 주장하고 있는데016)손보기,<단양 도담리지구 유적발굴조사보고>(≪忠州댐水沒地區 文化遺蹟發掘調査綜合報告書≫ I, 충북대 박물관, 1984), 15∼100쪽.
―――,<단양 도담리지구 유적발굴조사보고>(≪忠州댐水沒地區 文化遺蹟延長發掘調査報告書≫ I, 충북대 박물관, 1985).
연대 추정에 무리가 있는 듯하다. 이 유적의 연대를 동물상을 토대로 이 유적의 하부층들은 중부 홍적세 후기로 추정하는 의견도 있다.017)崔茂藏,<韓國舊石器時代의 自然環境>(≪韓國考古學報≫ 19, 1986), 5∼18쪽. 이러한 유적 이외에 전기 구석기로 추정되는 석기가 출토된 유적으로는 심곡리와 도화리가 있는데 이러한 유적들은 해안단구에서 발견된 유적이다. 유물의 수효가 많지는 않지만 원시형의 주먹도끼류도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유적이 발견된 지점들이 동해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한반도내에서 고인류의 확산문제에 대하여 새로운 시사를 던지는 유적들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유적들은 앞으로 한반도에 대한 제4기지질학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면 연대에 대한 보다 정확한 추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반도 전기 구석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석기공작의 원시성에 있으며 이와 동시에 주먹도끼공작의 출현으로 인하여 이 두 가지 특성이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가에 대한 해석의 미비라고 하겠다. 그리고 전기적인 석기공작 특성이 언제 출현하여 어느 시기까지 연속되며 또한 발달된 석기공작집단과 공존 유무가 앞으로 연구의 과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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