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Ⅰ. 구석기문화
  • 1. 구석기시대
  • 1) 구석기시대의 시기구분
  • (2) 구석기시대의 시기구분
  • 나. 중기 구석기시대

나. 중기 구석기시대

 중기 구석기는 일반적으로 석기공작에서 조정된 타격면을 이용한 석기제작이 나타나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나 동아시아지역과 같은 곳에서는 이러한 기법, 즉 르발르와기법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상부 홍적세의 초기, 즉 약 10만년 전에서부터 약 3만 5천년 전까지의 시기에 속하는 석기공작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중기 구석기를 약 20만년 전까지의 시기로 지칭하는 경우도 있어서 시간적인 범위도 통일된 것은 아니다. 사하라 이북의 아프리카나 유럽에서는 Neanderthal인에 의해 제작된 중기 구석기문화를 흔히 Mousterian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프랑스의 중기 구석기유적인 무스띠에(Moustier)에서 온 말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중기 구석기공작(Middle Paleolithic 또는 Middle Stone Age)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중기 구석기시대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Homo sapiens들은 죽은 자를 매장한 흔적이나 신앙의 흔적들, 그리고 원시적인 조각예술품들을 남기기 시작한다.

 한반도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지역에서는 르발르와기법이 현저하지 않고 소형석기는 증가하게 되는데 많은 지역에서 전기 구석기시대의 원시적인 석기전통이 지속되고 있고 이는 주먹도끼의 전통이 두드러지게 발달하지 않은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형석기들도 많은 가공을 보이는 것은 극히 적으며 전반적인 형태가 전기 구석기적 특징과 구분이 되기 어려운 점이 많다. 한반도내에서도 석장리의 일부 중간층, 명오리출토의 석기문화, 굴포리 하층의 석기문화 등이 중기로 분류되고 있지만 석기의 가공이 비교적 정교하여진 현상 이외에 뚜렷한 기술적인 변화를 볼 수 없다.

 굴포리 하층문화는 굴포리 1기문화라고 부르고 있는데, 석기가 대단히 불규칙하고 비정형적인 것들이 발견되고 있다. 현재 흔히들 약 10만년 전의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연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자료가 없다. 이 유적에서 출토된 석기들은 대부분 직접타격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찍개와 석핵·격지·모룻돌 그리고 칼이라고 부르는 석기가 발견되었다. 명오리에서는 많은 유물들이 출토되었는데 대형석기들로는 주먹도끼·찍개 그리고 석핵 등이 출토되었고, 박편석기로는 찍개·박편도끼·칼·송곳·홈날석기·첨기·긁개 등의 다양한 석기가 보고되었다. 이러한 석기의 분류에는 약간의 문제점이 있는데 채집된 석기의 1/3이 다듬어진 석기로 분류하였으나018)최무장, 앞의 글. 2차가공이 뚜렷이 드러나는 석기는 별로 많지 않다. 그리고 이 유적에서 르발르와기법이 언급되고 있는데 전형적인 것인지 또는 유사한 것인지에 대하여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르발르와기법을 사용할 수 있는 석기제작이라고 한다면 외견상 훨씬 정형화된 석기형태를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단양 수양개유적의 하부층에서도 중기 구석기로 주장되는 석기유물들이 채집된 바 있는데 첨기·주먹대패 그리고 찍개로 명명된 것들이 채집되었다.019)이융조,<단양 수양개구석기유적 발굴조사보고>(≪忠州댐水沒地區 文化遺蹟發掘調査綜合報告書≫ I, 충북대 박물관, 1984), 101∼86쪽. 석장리의 중부층, 즉 제7과 8 그리고 9문화층에서 출토된 석기들도 중기 구석기로 주장되고 있으나,020)손보기,<석장리의 전기-중기구석기문화층>(≪韓國史硏究≫ 7, 1972), 1∼58쪽. 이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론이 제기되었다.021)鄭永和,<韓國의 舊石器>(≪韓國考古學報≫ 19, 1986), 63∼103쪽. 앞의 두 문화층 제7과 8문화층의 유물들은 전기 구석기로 분류된 문화층들, 즉 이 하부의 문화층들과 석기의 형태상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 구석기공작으로 인정하는데 문제점이 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제9문화층, 즉 자갈돌찍개문화층에서는 가공이 뚜렷한 석기들이 출토되었는데 르발르와기법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으며 르발르와지수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르발르와기법에 의한 석기가 분명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이 기법이 적용되었을 만큼 석기의 정형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회의적이다. 이러한 중기 구석기문화 외에도 제주도 빌레못동굴의 석기들도 이 시기로 분류되고 있고 용곡동의 중부층의 석기들도 이 시기로 분류되지만 전기와 구분할 만한 뚜렷한 특징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이 중기 구석기문화의 설정은 형태학적인 연구와 함께 지질학적 그리고 고생물학적 연구를 통하여 연대의 설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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