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Ⅰ. 구석기문화
  • 1. 구석기시대
  • 2) 구석기시대의 자연환경
  • (2) 식물상과 동물상
  • 나. 식물상자료

나. 식물상자료

 식물상자료의 보존은 식물의 일부분이든 또는 꽃가루이든 염토·뻘질의 고운 입자의 토양에서, 그리고 알카리성보다 산성토양의 환경에서 가능성이 더 높은 편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시간이 흐를수록 잔존의 가능성은 낮아지며, 특히 꽃가루 경우는 樹種에 따라 파괴율·번식경로·방출 빈도수가 다르기에 분석결과에 대한 단순비교와 해석은 오류의 위험이 뒤따르기도 한다.

 나뭇잎이나 열매의 경우는 육안으로 보이는 그 자체에 대한 식물분류가 연구의 시작이 된다. 그러나 나무와 숯의 경우는 수목해부학 전공자에 의한 식물의 세포조직에 대한 구성형태의 조사가, 그리고 꽃가루분석은 시료의 화학처리과정을 거친 후 화분학전공자에 의한 현생꽃가루와 도감에 의한 형태 비교과정을 거쳐 검토가 시작된다.

 환경연구와 관련하여 고고학에서 가장 선호하는 분석방법은 꽃가루분석으로서, 이것은 꽃가루가 선사인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 이동과정에서 퇴적에 포함되게 된다는 점과 여러 종류의 식물상자료를 동시에 수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퇴적의 층위별 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선사유적을 대상으로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된 식물상자료의 연구는 1973년에 보고된 충남 공주군 석장리유적의 경우이었다.071)Sohn Pow-key, The Upper Palaeolithic Habitation, Sokchang-ni, Korea : A summary report, Yonsei Univ. Museum, Seoul, 1973, p.23, 18 photo and 36 draw. 이 유적의 후기 구석기시대 층위(C-14연대, 20830±1880BP)에서 출토된 숯에 대한 수목감정과 꽃가루분석 결과는 지금으로 보아서는 매우 초보단계의 것이었으나,072)Shon Pow-key, 위의 글.
손보기,≪석장리 선사유적≫(동아출판사, 1993).
한국고고학사에서의 의미와 고고학에서의 식물학분야 응용이라는 점에서는 매우 의의가 크다.

 그 후 구석기시대 유적에서의 식물상자료연구는 충북 제천 점말동굴,073)손보기,<한국구석기시대의 자연-특히 점말동굴의 지층별 꽃가루분석과 기후의 측정->(≪한불연구≫ 1, 1974). 충북 청원 두루봉 2굴,074)이융조,≪청원 두루봉 제2굴 구석기문화의 연구≫(延世大 博士學位論文, 1983). 경기 연천 전곡리,075)文化財硏究所,≪全谷里遺蹟發掘報告書≫(文化財管理局, 1983). 평남 상원 용곡 1호 동굴076)인류진화발전사연구실,≪룡곡동굴유적≫(김일성종합대출판사, 1986). 등지에서 대표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 후속된 연구의 경우 분석의 의의는 있었다 하겠으나 확인된 꽃가루의 수가 미흡하여 용곡 1호 동굴을 제외하고는 생물학적 평가요건을 크게 밑도는 분석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현재 우리 나라의 고고학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점을 감안하면서 지금까지의 식물상연구에 관한 성과를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표 1>·<표 2>).

  용곡1동굴
8지층
용곡1동굴
9지층
용곡1동굴
10지층
용곡1동굴
11지층
용곡1동굴
12지층
석장리 점말동굴 두루봉
2굴
전곡리
Concentristes
조류
    12            
Sphagnum
물이끼
    1            
Briales
녹색이끼
8   1            
Hymenophyllun
잔부채이끼
1   4            
Osmundaceae
고비과
2 6 9 37 4        
Osmunda
고비
13         +      
Onoclea
아산고사리
2   1            
Polypodiaceae
고란초과
11 4 26            
소 계 37 10 54 37 4   4 16  
Cycadaceae
소철과
3                
Ginko
은행나무
4           +    
Abies
전나무
  1 1       + +  
Picea
가문비나무
7         + +    
Tsuga
솔송나무
2 1 1       +    
Larix
이깔나무
    4       + +  
Pinaceae
소나무과
3                
Pinus
소나무
22 17 7 51 72 + + + +
Metasequoia
수삼나무
2 1 6            
Taxodium
탁소디움
1   10            
Cryptomeria
삼나무
6                
Cupressaceae
편백과
1   16            
Magnolia
목련
5 11 8     +      
Acer
단풍나무
    4     +      
Liquidambas
풍향나무
    3            
Tilia
피나무
    2       + +  
Betulaceae
자작나무과
7                
Betula
자작나무
5           + +  
Alnus
오리나무
4         + + +  
Carpinus
서어나무
2   1       + +  
Quercus
참나무
7   3       + + +
Fagus
너도밤나무
2           +    
Juglandaceae
가래나무과
3                
Juglans
가래나무
2   1       +    
Pterocarya
날개호두나무
2   7            
Carya
나도호두나무
2                
Ulmus
느릅나무
2   1       +    
Zelkowa
느티나무
4                
Myrica
소귀나무
    1            
Ilex
감탕나무
3 3 1       +    
Polygonaceae
여뀌과
    5            
Chenopodiaceae
명아주과
16 4   53 5   +    
Compositae
국화과
    1            
Iridaceae
붓꽃과
    9            
미확인종 7 12 10 9 4   + +  
소 계 124 50 102 113 81   344 409 6
AP/NAP(개수)  
101/16
34/4
 
77/15
 
51/53
 
72/5
 
- 299/12
 
322/59
 
2/4
 
AP//NAP(%)  
86/14
89/11
 
84/16
 
49/51
 
94/6
 
- 96/4
 
85/15
 
-

<표 1>꽃가루분석

① 용곡 1호 동굴(층위별·종류별, 인류진화발전사연구실, 앞의 책, 155∼159쪽).
 석장리(손보기, 앞의 책, 1993 및 Sohn Pow-Key, 앞의 글, 1973).
 점말동굴(손보기, 앞의 글, 1974).
 두루봉 2굴(이융조, 앞의 책).
 전곡리(文化財硏究所, 앞의 책).
② 목록에 나타난 이외의 꽃가루 확인종(참고문헌, ①과 같음)
 석장리 : 쥐똥나무·수련과·석송과·백합과·사초과
 점말동굴 : 밤나무·녹나무·사시나무·버드나무·주목·더글러스전나무·쑥·끈끈이주걱·벼과·포자 및 미확인종 일부
 두루봉 2굴 : 주목·진달래·쥐똥나무·사초과·벼과·백합과·부들·쑥·현삼

유 적 수 종 문 헌
석장리 집자리층 오리나무·상수리나무·단풍나무 손보기, 앞의 책
Sohn Pow-Key, 앞의 글
두루봉 2호 참나무·소나무·단풍나무 이융조, 앞의 책

<표 2>수목해부 감정자료

① 식물상자료 전반을 통해 볼 때 우리 나라 구석기시대의 기후상태는 매우 추운 기후를 나타내는 극지기후나 툰드라기후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하겠으며 또한 이와는 반대성격의 열대기후 또는 전형적 아열대기후도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②<표 1>에 나타난 식물상의 전반 구성은 지금의 중위도권 온대지방의 삼림과 비교되는 종류들로서 일부 種은 온난(낙엽성활엽수 : 너도밤나무·참나무·자작나무·오리나무·서나무·피나무)과 한랭(상록성침엽수 : 전나무·솔송나무·소나무·가문비나무)의 정도를 서로 달리하기에 시기에 따른 기후변화가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③ 꽃가루분석이 이뤄진 유적들 가운데서 퇴적이 연속성을 보이고 또한 비교적 긴 시간을 두고 쌓인 곳은 용곡 1호 동굴과 점말동굴이다. 이 가운데서 완벽한 자료라고는 할 수 없으나 비교적 다량의 꽃가루가 층위별로 밝혀진 곳은 용곡 1호 동굴이며, 이 곳을 중심으로 선사환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③-1. 용곡 1호 동굴 퇴적의 꽃가루분석 시기는 8지층(아래퇴적)부터 12지층(위퇴적)까지 5개층이며, 이 5개층의 퇴적시기와 기후상황에 대하여 보고서는 8∼10지층이 갱신세 전기와 중기(제4기 하세 Q1과 중세 Q2로 기록)로서 아열대성이 강한 온대성기후의 식물상, 그리고 11·12지층이 갱신세 후기(제4기 상세 Q3으로 기록)의 한대성 온대기후로 특징지어진다고 기록하고 있다.077)인류진화발전사연구실, 위의 책, 162∼163쪽. ③-2. 보고서의 기록과 연관하여 용곡 1호 동굴의 퇴적과 문화상에 대하여 학자들은 의견을 달리하고 있으며, 보고서의 기록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퇴적형태와 문화상으로 보아 용곡 1호 동굴의 8∼10지층은 4빙기 전반부(4∼8만년 전)에 그리고 11지층은 4빙기 후반부(1∼4만년 전)에 각각 퇴적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보고서는 8지층의 석기형태와 TL연대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동굴퇴적이 四紀 전시기에 걸쳐 쌓인 것으로 보고 있으나, 동굴퇴적의 양상과 출토된 화석인골의 특징 및 문화상 등은 보고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용곡 1호 동굴의 퇴적을 4빙기(1∼8만년 전)의 양상으로 보아 검토하도록 한다. ③-3. 용곡 1호 동굴의 식물상 분석결과는 木本類(Arboreal Pollen, 이하 AP로 기록)가 30종, 草本類(Non-Arboreal Pollen, 이하 NAP로 기록)가 4종으로 밝혀져 종의 구성에서 목본류가 초본류보다 우세(AP:NAP=88%:12%)한 편이고, 층위별로 볼 때에도 11지층을 제외하고는 4개 지층 모두에서 목본류가 점하는 꽃가루수가 초본류를 능가하고 있다. ③-4. 감정된 목본류의 구성은 중위도권의 온대성식물들로 특징지어지며, 이 종류들은 지금도 한반도에 넓게 펴져 있는 종류들이어서 넓은 의미에서는 지금의 기후상황과도 비교할 수 있다. ③-5. 층위별로 식물상구성(포자류 제외)을 살펴보면 4빙기 전반부는 다양한 종의 구성(8지층 25종, 9지층 7종, 10지층 21종)을 보이는 한편, 후반부(11·12지층)에는 소나무와 명아주과 2개 종만이 검출되어 후반부는 기후상황이 전반부보다도 많이 퇴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③-6. 지금도 한반도에 넓게 퍼져 있는 소나무는 용곡 1호 동굴의 경우 4빙기 대부분의 시기에 걸쳐 우점종(8·9·12지층과 우점종에 조금 못미치는 11층 포함)을 차지하고 있으며, 식물상 구성측면에서 전반부보다는 후반부 경우 빈도수가 높아 후반부의 기후 퇴조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③-7. 식물상 구성측면에서 4빙기 전반부는 후반부보다도 다양한 식물들로 짜여져 있고 빈도수 역시도 분산되어 있다(9지층이 8·10지층에 비해 단조로운 것은 꽃가루 감정수가 다른 층에 비해 절반 이하인 점도 영향이 있었을 것임). 이 점은 전반부의 기후여건이 후반부보다도 온난하였다는 것을 상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③-8. 4빙기 전반부에서 기후여건으로 보아 서로 상치될 수 있는 낙엽성활엽수와 상록성침엽수의 구성비를 보면 전체적으로 상록성침엽수(전나무·솔송나무·소나무·가문비나무 ; 8지층 25%, 9지층 38%, 10지층 13%)가 낙엽성활엽수(너도밤나무·참나무·자작나무·오리나무·서나무·피나무 ; 8지층 16%, 9지층 0%, 10지층 6%)보다 우위에 서 있어 4빙기 전반부가 온난하였다고는 하지만 한랭성기후가 지배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거론된 바를 다시 한번 정리하여 보면, ㉠용곡 1호 동굴의 편년은 4빙기에 해당되며, ㉡꽃가루분석 결과는 현재 우리 나라에 분포하는 온대성식물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식물상 전반은 한랭성을 전제로 한 가운데 낙엽성과 상록성식물들이 섞여 있었으며, ㉣4빙기 전반부는 후반부보다도 온난성을 보이지만 상록성침엽수가 우위를 보이며, ㉤4빙기 후반부는 전반부의 점차적 기후퇴조로 본격적인 추위를 겪은 것으로 말할 수 있다.

 용곡 1호 동굴의 식물상자료는 북반구의 온대성기후를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곳에서 언급되는 온대성과 온난성기후 용어는 빙하기의 한 부분으로서 이해되어야지 현세보다도 따뜻하였다거나 같은 정도의 상태로 이해되어서는 안되겠다.

 여기에서 직접 거론되지 않았지만 <표 1>과 <표 2>에 보이는 석장리주거지에서 분석된 꽃가루와 수목감정자료, 점말동굴(용곡 1호 동굴과 퇴적시기 및 퇴적형태가 비교됨)의 꽃가루자료, 두루봉 2굴(갱신세 중기와 후기의 중간단계로 보고됨)의 꽃가루와 수목감정자료, 이 자료들도 대부분 용곡 1호 동굴 분석자료와 종 구성에서 유사성을 띠고 있으며, 이러한 여러 지역의 자료들은 빙하기 동안의 기후상황을 추정하는 보완자료들로 사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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