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Ⅰ. 구석기문화
  • 1. 구석기시대
  • 2) 구석기시대의 자연환경
  • (2) 식물상과 동물상
  • 다. 동물상자료

다. 동물상자료

 동물뼈는 화석화과정을 도울 수 있는 광물성이 풍부한 알카리성토양 환경에서 보존 가능성이 높으며, 유기물과 물의 이동(광물성을 함유한 경우는 예외)이 빈번한 곳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동물화석이 발견되는 곳은 고고학유적뿐 아니라 석회암지대의 자연동굴·함몰지역·수직성의 바위틈 퇴적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며, 바닷가나 내륙의 뻘퇴적 또는 泥炭 속에서도 공기차단으로 인한 부패정지 상태의 화석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어느 한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종류의 화석이 나왔는지는 발굴과정의 정밀도에 따라 좌우된다. 예를 들어 육안으로 쉽사리 구분이 가능한 화석을 발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1㎜ 이하 크기의 설치류 등 이빨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경우는 발굴에서 걷은 모든 토양을 가는 체(0.5㎜기준)에 담아 물로 씻은 후 건조시켜 거기에 남은 미세화석을 분리하여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 뒤따른다. 따라서 어떠한 유적에서 몇 종류의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단순한 보고서의 기록은 큰 의미가 없으며, 발굴과정과 화석분리과정 그리고 종의 감정과정 모두를 살펴보지 않고는 유적간의 실질적인 비교가 가능하지 않다.

 동물분류는 대체로 작은 젖먹이동물(小哺乳類)과 큰 젖먹이동물(大哺乳類)로 나눠서 감정하게 되는데, 크기의 예외가 있어 이 차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드나 관례에 따르면 토끼의 크기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구분에 따라 나눠진 화석들은 대체로 科 또는 屬 단위까지 고고학자에 의해 분류되어 각 분야별 전문가에게 분석이 의뢰되며, 감정된 결과는 고고학자에 의해 퇴적 및 문화상 등을 고려하여 종합평가된다.

 구석기시대 유적이라는 것이 후일에 인지된 바이지만 우리 나라 선사유적에서 갱신세 동물화석이 처음 알려진 것은 함북 온성군 동관진 연대봉유적(1933∼35년 발굴)에 관한 1939년의 발굴보고078)Tokunaga, S. and T. Mori, Report of diggings at Dokantin, the Coast of the River Toman, Korea, Report of the first scientific expedition to Manchoukuo, Ⅱ-Ⅳ, Tokyo, 1939.를 통해서였다. 그로부터 동물화석에 관한 본격적인 관심과 연구는 1964년 평남 상원군 검은모루조사079)고고학연구소,<상원 검은모루유적 발굴중간보고>(≪고고민속론문집≫ 1, 사회과학출판사, 1969).와 1972년 충북 제원군 점말동굴조사080)손보기, 앞의 글.가 큰 계기가 되었으며, 현재는 전국의 석회암지대를 중심으로 20여 곳의 동물화석을 포함한 유적들이 알려져 있다.

 이들 동물화석이 포함된 유적들 가운데 여기서는 9개 유적을 선정하여 검토하고자 하며, 이 유적들의 선정 배경은 우선적으로는 층위별 퇴적상황이 알려져 있고 동시에 문화상을 통해 시대를 가늠할 수 있는 곳들이라는 데에 있다.

 식물상 검토의 용곡 1호 동굴 사례에서도 그러하였지만 여기서도 이 유적들의 편년체계는 보고서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 그 예로서 검은모루(보고서 주장은 중기 갱신세), 용곡 1호 동굴 8·9지층(보고서-중기 갱신세)과 10지층(보고서-후기 갱신세 초반), 금굴 Ⅶ·Ⅷ지층(보고서-중기 갱신세 초반과 중반)과 Ⅳ지층(보고서-Riss/Würm간빙기), 두루봉 2굴(보고서-중기 갱신세), 점말 Ⅲ지층(보고서-중기 갱신세), 두루봉 9굴(보고서-중기 갱신세 늦은 시기)의 경우 등이다.081)박영철,<한국의 구석기문화-유적의 현황과 편년문제>(≪韓國考古學報≫28, 1992), 5∼130쪽. 따라서 이 곳의 동물상에 대한 관찰 방법은 식물상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루어지겠다.

  동관진연대봉

검은
모루
용곡1호8·9지층 용곡1호10지층 용곡1호11지층 점말Ⅲ지층 점말Ⅳ·Ⅵ지층 상시 금굴Ⅶ·Ⅷ지층 금굴Ⅳ지층 금굴Ⅱ지층 두루봉
2굴
두루봉9굴
아래층
두루봉9굴
위층
Macaca sp.
원숭이 일종
    +               +        
M. robustus
큰원숭이
              +         +   +
Elephantidae
코끼리과
    +                        
Elephas primigenius
털코끼리
+                            
Coelodonta antiquitatis
털코뿔이
+             +              
Dicerorhinus mercki
쌍코뿔이
      + +                    
D. Kirchbergensis
쌍코뿔이
    +             + +   +    
Equus sp.
말 일종
+     + +         + +   +    
E. przewalskii
+                            
E. caballus
            + + +            
E. sangwonensis
    +                        
Sus sp.
돼지 일종
                        +    
S. scrofa
멧돼지
  + + + +       +   + +     +
Moschus moschiferus
사향노루
  +         + + +   +        
Cervus sp.
사슴 일종
            + +     + + +    
C. nippon
사슴
  +   + + +                  
Pseudaxis sp.
사슴
                +            
P. grayi
사슴
    +                   +    
P. grayi var.
사슴
                  + +   + + +
Cervus elaphus
큰사슴
+ + + + + +     +   + + +    
C.elaphus canadensis
큰사슴
+                            
Megaloceros sp.
큰뿔사슴
+                            
M. sangwonensis
큰뿔사슴
    +                        
M. flabellatus
넓적큰뿔사슴
    +                        
Capreolus capreolus
노루
  +   + + + + + +   + + +    
C. cf. pygargus
큰노루
+                            
Hydropotes sp.
복작노루 일종
                +   +        
H. inermis
복작노루
  +   + +                    
Capra cf. hircus
염소
                +            
Rupicapra sp.
영양 일종
                    + +      
Bubalus sp.
물소 일종
    + +                      
Bos sp.
소 일종
  +           +              
Bos primigenius
+   +               +   +    
Bison exguus
들소
+                            
Nemorhaedus goral
산양
  +   + + +                  
Ovis sp.
산양 일종
                    + +      
O. cf. ammon
야생양
+                            
Lutra lutra
수달
              + +            
Meles sp.
오소리 일종
                +       +   +
M. meles
오소리
  + +   + + +       +        
Martes sp.
산달 일종
              + +            
M. zibellina
검은단비
              +              
Gulo sp.
오소리 일종
                +            
Mustela sp.
족제비 일종
                +   +   +   +
M. sibirca
족제비
            + +              
Ursus arctos
큰곰
    + + +     +     + + +    
U. apelaeus
동굴곰
    +         +     +   +    
U. thibetanus
반달가슴곰
                        +    
Vulpes sp.
여우 일종
            + +              
V. vulpes
여우
  +   +   +     +   + +      
Nyctereutes sp.
너구리 일종
              + +   + +     +
N. procyonoides
너구리
      + + +             +    
Cuon sp.
이리 일종
        +                    
C. alpinus
이리
    +               +        
Canis sp.
개 일종
                +            
C. lupus
늑대
      +             +   +    
Felis euptilura
          +                  
Felis(Panthera) tigris
호랑이
    + +   +   + +   + + +    
F. (P.) pardus
표범
            + + +       + +  
Panthera cf. leo
사자
              +   + +       +
Lynx lynx
스라소니
                    +        
Hyaena sp.
하이에나 일종
+     +             +   +    
H. (Crocuta) ultima
동굴하이에나
+ +                     +    
H. brevirostris
짧은턱하이에나
    +             +          
H. brisson
하이에나
            + +              
Ochotona sp.
우는토끼 일종
+   +         +         +   +
Lepus sp.
멧토끼 일종
  +           + +   +   +   +
Curus sp.
청서 일종
              +             +
Tamias sibiricus
다람쥐
                        +    
Citellus tomanensis
다람쥐
+                            
Castor sp.
해리
    +                        
Myospalasx cf. epitimgi
땅쥐
    +                        
M. cf. psilurus
땅쥐
      +                      
M. cf. epsilanus
땅쥐
+                            
Clethrionomys sp.
대륙밭쥐 일종
              + +           +
Cricetulus triton
비단털쥐
          +                  
Microtus sp.
갈밭쥐 일종
  + +                   +    
M. brandti
북쪽갈밭쥐
    +       + +              
M. brantioides
갈밭쥐
            + +     +       +
M. ratticeps
갈밭쥐
                    + +      
M. epiraticeps
갈밭쥐
    +       + +     + +      
M. mandaricus
갈밭쥐
                        +    
M. maekawai
갈밭쥐
+                            
M. fortis
갈밭쥐
    +       + +              
M. sangwonensis
갈밭쥐
    +                        
Pitymys simplicidens
간단이빨쥐
    +                        
Mimomys sp.
습들쥐
    +                        
Evotomys sp.
밭쥐 일종
              +              
Allocricetus cf. bursae
비단털쥐
                +           +
A. chommalensis
비단털쥐
              +              
Apodemus sp.
등줄쥐 일종
                        +    
A. agorinus
등줄쥐
                        +    
A. sylvaticus
산림쥐
    +         +              
Rattus rattus
집쥐
    +                   +    
Mus cf. musculus
생쥐
                +   +       +
Siphneus sp.
뛰는쥐 일종
                            +
Erinaceus sp.
고슴도치 일종
              + +     + +   +
Sorex sp.
뒤쥐 일종
              +         +   +
Crocidura sp.
땃쥐 일종
                        +    
Talpa sp.
두더지 일종
            + + +   + + +   +
Rhinolophus ferrum-equinum
관박쥐
            + + +   +   +   +
Myotis nattereri amurensis
아무르박쥐
                            +
Nyctalus cf. lesileri
멧박쥐
                            +
Plecotus sp.
긴귀박쥐 일종
            + +     +       +
P. auritus
긴귀박쥐
                        +    
Miniopterus sp.
긴날개박쥐 일종
            + +              
M. schreibersii
긴날개박쥐
                +   +   +    
Murina sp.
관코박쥐 일종
            + +              
M. leucogaster
관코박쥐
          +         +   +   +
Lastonycteris noctivagans
은털박쥐
                            +

<표 3>한국 갱신세 동물군 목록

고고학연구소, 앞의 글.
손보기,≪구석기유적-한국·만주-≫(한국선사문화연구소, 1990).
이융조, 앞의 책.
인류진화발전사연구실, 앞의 책.
Tokunaga S. and T. Mori, 앞의 책.

 <표 3>은 9군데의 유적에서 발굴된 우리 나라 갱신세의 동물화석 출토상황을 모아 놓은 것으로, 분포지역을 보면 함북 1개 지역, 평남 3개 지역, 충북 5개 지역으로 함북을 제외하고는 모두 석회암 분포지역에 해당된다. 유적의 형태로 보면 동관진 연대봉(야외유적)을 제외하고는 모두 석회암 동굴유적으로서 역시 석회암지대의 유리한 입지를 반영하고 있으며, 동굴의 규모는 용곡 1호 동굴(폭 8∼12m, 길이 40m 이상)과 같이 큰 경우도 있으나 점말동굴(폭 1m, 길이 12m)과 같이 작은 경우도 있으며 모양새도 다양한 편이다.

 퇴적과 문화상을 통해 본 편년관계는 후기 구석기시대로 볼 수 있는 4빙기 후반부(1만∼4만년 전)의 유적은 동관진, 만달리, 용곡 1호 동굴의 11지층, 점말동굴 Ⅳ∼Ⅵ지층(일부), 상시리, 금굴 Ⅱㄹ지층이, 중기 구석기시대인 4빙기 전반부(4∼8만년 전)유적은 용곡 1호 동굴의 10지층, 점말동굴 Ⅳ∼Ⅵ지층(일부), 금굴 Ⅳ지층, 그리고 4빙기보다 앞선 시기(8만년 전 이전)의 유적은 검은모루, 용곡 1호 동굴의 8·9지층, 점말동굴 Ⅲ지층, 금굴 Ⅶ·Ⅷ지층, 두루봉 2굴, 두루봉 9굴로 각각 구분되고 있다.

 동물상의 종 구성은 출토지역의 전반적 기후상태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발견된 지점의 환경 즉 위치(동굴 또는 야외), 지형(산지 또는 평지), 식피상태(삼림·초원·늪지) 등을 반영하게 된다. 따라서 어느 유적에서 일부 종은 나타나고 어떠한 종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여 그러한 종이 당시에 살지 않았다는 증거는 될 수 없으며, 동물상 평가는 포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유념하여야 하겠다.

 여기서 또 하나 지적되어야 할 사항은 지금까지의 동물화석에서 종의 감정이 상당한 부분 고고학자에 의하여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우리 나라의 고생물학계에 제4기에 관한 전문가가 없었다는 현실에서 부득이한 경우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보고된 자료를 이용하는 측면에서 보면 현재 각종 보고서에 나타난 종 단위까지를 고려한 보고 내용은 감정과정을 고려할 때 무리한 점이 없지 않으며, 유적 상호간의 비교와 시대편년 문제를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 곳에서의 동물상 검토는 科 또는 屬 단위 위주로 이뤄질 예정이기에 엄밀한 기후상태 추적에는 상대적으로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맹점을 안고 있으며, 이 자료들은 어느 때인가 제4기 고생물전문가에 의해 재차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갱신세 동물군의 전반 구성을 살펴보면 온대성동물군(멧돼지과·사슴과·노루과·소과·족제비과·곰과·개과·고양이과·설치류)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개관할 수 있으며, 일부의 종은 아한대성과 아열대성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서식환경의 측면에서 본 동물구성은 대부분이 삼림성동물군(짧은꼬리원숭이과·돼지과·곰과·개과·호랑이과·하이에나과·족제비과)으로 이뤄져 있으나 일부는 초원형 또는 늪지형의 성격(코끼리과·코뿔이과·말과·소과)을 띠며, 이러한 종류들 가운데에도 삼림과 늪지를 오가는 종류들도 적잖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목록에 게재된 다수의 쥐종류와 박쥐종류들은 화석이 발견된 지점의 동굴환경의 특성을 나타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종의 구성 측면에서 살펴볼 때 추운 기후의 대표종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는 털코끼리(맘모스)·털코뿔이·들소·동굴곰·동굴하이에나·우는토끼·해리가 있으며, 특히 이 7종 가운데 앞의 5종은 혹한의 기후를 나타내며 현세에 들어 절멸된 종이라는 데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에 반하여 따뜻한 기후의 대표종으로는 원숭이·쌍코뿔이·복작노루·물소·반달가슴곰을 들 수 있으며, 원숭이는 현재 북방한계선이 일본 북해도라는 점, 쌍코뿔이(D. mercki)는 유럽의 경우 중부(중기) 갱신세의 간빙기 동안에 Elephas antiquus와 함께 따뜻한 기후의 대표종이었다는 점, 복작노루와 물소는 현재의 분포선이 중국 양자강지역의 아열대성기후구이라는 점, 그리고 반달가슴곰은 현재 우리 나라의 중부지역이 주된 서식지라는 점들을 각각 고려하면 되겠다.

 시대별로 기후변화 상황을 보려고 하면 유적의 퇴적층별 동물상을 살펴보아야 한다. 위 목록(<표 3>)에 나타난 각 유적의 동물상을 살펴보면 기후여건이 서로 상반되는 것들이 적잖이 섞여 있다. 각 유적에서 나타난 상반된 기후여건의 대표적 동물들을 보면, 검은모루의 따뜻한 동물상(이하 W로 기록) 원숭이·물소와 추운 동물상(이하 C로 기록) 동굴곰·우는토끼·해리, 두루봉 2굴의 W-원숭이·반달가슴곰과 C-동굴곰·동굴하이에나·우는토끼, 두루봉 9굴 위층의 W-원숭이 C-우는토끼, 금골 Ⅳ지층의 W-원숭이·복작노루와 C-동굴곰, 점말동굴 Ⅳ-Ⅵ지층의 W-원숭이와 C-털코뿔이·동굴곰·우는토끼, 만달리의 W-복작노루와 C-동굴하이에나 등이 그러한 경우인데, 이러한 상반된 출토사례의 원인은 ① 퇴적이 교란된 경우 ② 감정·비교종의 문제점 ③ 일부 종들이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적응하는 경우로 크게 나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도 현재 그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기는 힘든 상황이며, 교란의 경우는 한정된 동굴 공간에서 어떠한 물체이든 퇴적 직후부터 뒤섞임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인식되어야 하겠다.

 동물상의 시대별 변화상을 살펴보면 우선 「앞선 시기」로 구분된 동물상 가운데는 따뜻한 동물군(원숭이·쌍코뿔이·복작노루·물소·반달가슴곰)과 추운 동물군(동굴곰·동굴하이에나·우는토끼)이 섞여 있는 형태로 나타나 있다. 이 점은 앞서 거론한 유적의 시대편년과 관계되는 문제로서 언제인가는 간빙기형의 것과 이에 앞서는 빙기의 것이 구분될 필요가 있음을 말한다.

 중기 구석기시대와 후기 구석기시대를 포함하는 4빙기 동물군에도 앞서와 마찬가지로 따뜻한 기후에서 사는 종류들(원숭이·쌍코뿔이·복작노루)과 추운 기후의 것들(맘모스·털코뿔이·들소·동굴곰·동굴하이에나·우는토끼)이 동시에 나타나 있다. 따뜻한 동물군의 이러한 현상이 간빙기(3빙기와 4빙기 사이 시기, ¾)의 잔존형을 뜻하는지 또는 적응상태를 말하는지는 앞으로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지만, 우리 나라의 지리를 고려하면 마지막까지 잔존한 형태의 것들이 적잖이 존재하였을 것으로 헤아려진다.

 4빙기 동물군 가운데서 또 하나의 특징은 1만년 전 현세로 들어서면서 멸종된 종류들(맘모스·털코뿔이·동굴곰·동굴하이에나)이 집중적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이 종류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동물상변화를 분명히 보여주는 예로서 자주 거론되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의 이러한 출토사례는 4빙기의 추위 정도가 다른 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심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에서 거론된 우리 나라 갱신세의 동물상과 기후변화 상태를 다시 한번 요약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밝혀진 동물화석을 중심으로 볼 때, ① 동물상 전반구성은 온대삼림성 동물군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며, ② 현 상황으로는 시기구분이 미흡하나 4빙기에 「앞선 시기」에는 온대성 동물군이 주가 된 가운데서도 아열대성 성격을 가리키는 일부 종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③ 4빙기는 추운 기후를 나타내는 다수의 절멸동물들이 포함되어 상대적으로 추위의 정도가 심하였다고 할 수 있다.

<朴英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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