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Ⅱ. 신석기문화
  • 1. 신석기시대
  • 2) 신석기시대의 자연환경
  • (2) 식물상과 동물상
  • 나. 동물상

나. 동물상

 동물화석은 기후 및 환경복원에서 식물화석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아래에서 보게 되듯이 우리 나라 몇몇의 유적에서 나온 동물화석을 증거로 우리 나라의 신석기시대 기후가 지금보다 따뜻하다는 추정을 할 수 있는데, 이는 식물화석의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다. 또 동물화석이 출토된다는 것은 당시의 사냥, 물고기잡이 및 집짐승기르기와 직결되어 있어 당시의 살림살이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도 중요하다.

 과거에 우리 나라의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나온 동물화석은 많았을 것이나 여기에 대한 고고학자들의 관심이 적었으며, 동물화석연구 전문가가 거의 없었던 관계로 감정되어 나와 있는 자료가 많지는 않다. 북한에서는 남한에서보다 이 부분에 대해 일찍 관심을 기울여서 서포항·궁산·농포조개더미와 범의구석유적에서 출토된 짐승상을 보고한 바 있다.370)김신규,<우리나라 원시유적에서 나온 포유동물상>(≪고고민속론문집≫2, 1970), 73∼120쪽. 이에 의하면 동부아시아의 늦은 갱신세에 특징적인 털코끼리-털코뿔이 짐승상(Mammuthus-Coelodonta fauna)의 대표적 요소들은 없어지고 완전히 현대짐승상의 종적 구성을 가진다고 하였다. 종적 구성을 보면 전북구의 북방형 대륙동물상이며 가까운 러시아 연해주나 중국 동북지방의 짐승상과 같은 종 또는 가까운 종(아종)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종의 구성을 보면 동북지방과 서부지방의 지형 차이도 나는데 서부 저평지대에서는 사슴·복작노루 등이 많고 동북부의 높은 지대에는 메짐승의 비율이 훨씬 높다고 한다. 즉 청동기시대의 짐승뼈를 포함하면 범의구석에서 18종, 서포항에서 22종의 메짐승의 뼈가 출토되었으나 궁산과 입석유적이 있는 서부지방에서는 7종의 메짐승뼈가 나왔을 뿐이다.

 가장 많이 나오는 여러 사슴종 및 누렁이(말사슴)는 현재 북부의 고지대에만 몰려 살고 있으나 뼈화석의 출토로 보아 원래는 우리 나라의 서부와 남부 그리고 동북부 바닷가의 낮은 지대에서 살았음을 보여준다. 즉 오늘날의 사슴과 누렁이의 분포는 자연분포가 아니라 산림채벌과 사냥 때문이었다고 한다.371)김신규,<선봉 서포항 원시유적에서 드러난 짐승뼈에 대하여>(≪조선고고연구≫1990-3), 13∼18쪽. 복작노루는 동북부지방에서 나오지 않는데 북에서 남으로 달리는 낭림산맥 등의 산줄기가 분포의 장벽이었다고 여기고 있다. 짐승들의 크기도 지역에 따라 달라서 동북부지방의 것이 남부 및 서부지방의 것보다 크다고 한다.372)김신규, 위의 글.

 남한에서도 동삼동373)Sample, L. L., Tongsamdong : A Contribution to Korean Neolithic Culture History, Arctic Anthropology 11-2, 1974.·수가리374)釜山大博物館,≪金海 水佳里貝塚≫(1981).·상노대도375)손보기,≪상노대도의 선사시대 살림≫(1982).·송도376)國立光州博物館,≪突山 松島≫Ⅰ·Ⅱ(1989·1990).·연대도377)國立晉州博物館,≪煙臺島≫Ⅰ(1993). 등 남해안지방의 조개더미유적에서 짐승뼈가 많이 보고되었다. 동물화석연구는 북한보다 늦게 시작되었으나 남해안지방의 조개더미에서는 물고기종류, 거북 등의 물뭍동물, 새, 젖먹이짐승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동물뼈가 잘 분류되었다.

 북한이 보고한 것과, 남해안지방에서 출토된 짐승뼈의 목록을 종합해 만든 우리 나라의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출토된 짐승상은 위의 <표 3>과 같다.

유 적 상노대도 동삼동 수가리 구평리 연대도 서포항 궁산 농포 범의구석
(신석기+청동기+철기)
동 물 화 석
등줄쥐 Apodemus agrarius                
집쥐(짧은꼬리집쥐) Rattus norvegicus            
메토끼 Lepus manchuricus            
청서 Sciurus vulgaris                
검은돈 Martes zibbellina                
산달 Martes cf. flavigula          
수달 Luta lutra          
오소리 Meles meles            
큰곰 Ursus arctos              
여우 Vulpes sp.            
너구리 Nyctereutes procyonoides      
개과 Canis sp. ind.                
개 Canis familiaris    
고양이 Felis sp.              
살쾡이 Prionailurus bengalensis                
삵 Felis euptilura                
표범 Felis pardus              
승냥이 Canis lupus                
물개 Callorhinus ursinus sp. indet            
바다사자(남바다사자) Zallophus californicus          
바다사자 Zallophus labatus                
잔점무늬넝에 Phoca vitulina                
집돼지 Sus scrofa domestica              
멧돼지 Sus scrofa
고라니(복작노루) Hydropotes inermis        
노루 Cervus capreolus        
사슴 Cervus nippon      
우수리사슴(꽃사슴)Cervus nippon horturolum            
대륙사슴 Cervus manchuricus              
적록 Cervus xanthopygus                
사향노루 Moschus moschiferus              
누렁이(말사슴) Cervus elaphus            
산양 Nemorhedus goral                
소 Bos cf. taurus            
말 Equus sp.              
작은곱등어 Phocaenoides dalli                
물소 Bubalus bubalus                
고래과 Cetaceae indet          
수염고래 Balena cf. australis              
돌고래 Dalphinus dolphis            
바다거북과 Chelonidae                
바다거북 Chelonia mydas                
거북 Geoclemys reevesii                
개구리 Anura fam. indet                
새뼈            
참수리 Haliaeëtus pelagicus                
가마귀 Corvus corone              
가마귀 Corvus levaillanti japonensis              
가마우지 Phalacrocorax carbo            
슴새 Puffinus leucomelas              
독수리 Falconidae                
솔개 Milvis migrams lineatus                
황오리(혹부리오리) Casarca ferruginea                
검은머리 흰죽지류 Authya marila mariloides                
검둥오리 Melanitta fusca stejnegeri                
농병아리 Podiceps griseigene caspicus              
바다쇠오리 Synthlitoramphus antiquus                
꿩 Phasianus karpowi            
갈매기              
신천옹 Diomedea albatross              
색가오리과 Dasyatidae              
매가오리 Holorhinus tobijei                
알락곰치 Muraena pardalis                
하스돔과 Pomadasyidae                
농어 Lateolabrax japonicus              
참돔 Pagrosomus major              
쥐돔 Prionurus microlepidotus                
어름돔 Plectorhynchus cinctus                
감성돔 Acanthopagrus schlegelii              
검은돔 Acanthopagrus swicolus            
붉돔 Evynnis                
도미 Chrysophyrys major                
양놀래기 Labridae                
졸복 Sphoeroides pardalis              
대구 Gadus morrha macrocephalus          
다랑어 Thunnus sp.              
숭어 Mugil cephalus            
고등어 Scomberomorus niphonius              
Pneumcophorus sp.                
정어리 Clupeidae                
넙치 Paralichthys oilvaceus              
방어 Seriola quinqueradiata              
상 어 Isuridae              
Caleorhinidae                
Squalidae              

<표 3>우리 나라의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나온 동물화석

 우리 나라의 젖먹이짐승들의 사는 지역·환경 등에 대한 북한 쪽의 해석은 <표 3>에서 보듯이 남해안지방에서도 유효하다. 북한지방의 사정과 달라진 몇 가지 점을 꼽아 보자면 첫째, 남해안지방 유적에서는 북한의 유적에서 매우 흔한 토끼(Lepus manchuricus)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데, 여러 유적에서 짐승상이 더 보고되어야 정확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둘째, 집돼지 등의 집짐승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남해안지방의 신석기시대 조개더미유적에서는 아직 「개」 이외의 집짐승기르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듯이 보인다.378)수가리에서는 소뼈가, 그리고 연대도에서는 소·말뼈가 보고되었으므로 위의 <표 3>에 포함시켰으나 전자의 것은 지표채집이며 후자는 층위표시가 없는 것이다(釜山大博物館, 앞의 책, 266쪽 및 國立晉州博物館, 앞의 책, 365쪽 참조). 셋째, 특별한 기후를 지시하는 짐승으로는 궁산에서 나왔던 물소(Bubalus bubalus)와 상노대도 4층∼2층에서 나온 바다거북이 있다. 이들은 열대-아열대에 사는 종들이므로 당시의 우리 나라의 기후가 지금보다 따뜻했다는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 이들과 함께 동삼동에서 나온 말전복, 수가리에서 출토된 산호 등도 신석기시대의 기후가 따뜻했다는 추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남해안지방의 신석기시대 조개더미에서는 조개류도 무척 많이 나와 동삼동이나 상노대도에서는 40여 종씩 보고되고 있다. 남해안지방의 조개류들은 크게 바다에서 사는 종과 뭍에서 사는 종으로 구별된다. 대개의 조개더미에서는 굴(그 밖의 갓굴·토굴 등)이 주체로 되어 있으나 동삼동처럼 홍합이 가장 많이 나오는 드믄 경우도 있다. 이는 암벽해안으로 둘러싸인 동삼동유적의 입지때문이다. 남해안지방에서 자주 보고되는 조개류를 보면 굴·홍합 이외에 소라·울타리고둥·밤고둥·눈알고둥·전복·피뿔고둥·두드럭고둥·비단가리비·투박조개·반지락·개조개·백합·가무락조개 등이 있고, 민물조개인 재첩도 자주 나타난다. 이 가운데 전복·투박조개 등은 대개 조간대에 살지 않고 그보다 깊은 수심 5m 이하 정도에 주로 서식하는 것들로서, 이것들을 얻기 위해 일정한 기술(「잠수」 등의)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석기시대의 짐승뼈·물고기·조개류 등을 종합한 전체 동물상은 당시 유적의 소환경(micro environment)을 유추하기에도 좋다. 예를 들면 수가리의 경우, 물가에 잘 나타나며 연체동물·고기·과일 등을 잡식하는 너구리·오소리뼈가 나오는 것은 내만이던 수가리의 환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379)金子浩昌 外·申敬澈 譯,<水佳里貝塚出土 骨角貝製品 및 動物遺存體)(≪金海 水佳里貝塚≫Ⅰ, 1981), 223∼300쪽. 재첩이 자주 많이 나타나는 것도 역시 내만의 환경을 가리키는 것이다. 곰뼈와 함께 아기밤달팽이·깨알달팽이 등의 작은 육지달팽이가 나오는 것은 유적의 뒤쪽이 산을 끼고 있는 지세임을 반영한다.380)金子浩昌, 위의 글. 송도조개더미는 거의 전부가 염도도 낮고 얕은 바다에 사는 조개들로 이루어진 유적인데 오늘날 주변 해안에서 따는 조개들도 이들과 거의 같아서, 옛날 조개더미가 만들어지던 때와 지금의 환경이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381)최도성,<송도 조개더미유적 출토 패류의 분류와 검토>(≪突山 松島≫Ⅱ, 1990), 153∼162쪽. 동삼동과 상노대도의 경우는 물고기와 조개류를 통해 볼 때 외해성의 입지를 나타낸다.

 동물화석에 덧붙여, 아직은 연구가 시작단계에 불과한 미세화석연구도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옛 기후를 알려주는데 큰 화석보다 훨씬 정확하다고 하므로 앞으로 각광을 받을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 나라에서 제3기 및 제4기의 해양 미화석이나 현생 플랑크톤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졌으나 후빙기의 미화석연구는 매우 적은데, 앞서 소개한 한일합동조사대가 시흥 군자리 습원과 무안 가흥리의 퇴적물에서 쌍편모충류(雙鞭毛蟲類 : Dino flagellata)를 찾아내어 당시의 환경을 내만으로 추정한 적이 있다.382)安田喜憲 外, 앞의 글(1980), 4∼9쪽. 일산지구에서는 토탄층에서 나온 규조류를 분석하여 이 곳 골짜기의 최대 海進期가 6,000∼5,100BP임을 밝혀내었다.383)황상일,<규조분석>(≪자연과 옛사람의 삶≫, 1992), 155∼175쪽. 또 포항평야와 울산 달동, 호남평야에서 시추한 퇴적물자료로 규조류를 분석한 것이 있다.384)曹華龍, 앞의 책. 여기에 따르면 포항평야에서는 약 7,000∼8,000BP에 외해성 환경을 나타내는 규조류가 많이 드러났다가 그 뒤 점차 연해성 환경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늘어나고, 2,000BP에 가까워지면서 민물에 사는 규조류들이 나타나서 해수로부터 육화되는 환경의 변화를 알려주고 있다. 울산 달동에서 시추한 자료에서는 민물·바닷물·汽水性의 규조류가 섞여 나오는데, 3,000BP 이전부터 2,000BP로 가면서 점차 민물의 규조류가 늘어나면서도 동시에 바닷물에 사는 규조류가 늘거나 줄고 있어 이것으로 소해진·해퇴를 추정하고 있다. 앞으로 신석기유적들을 발굴할 때 미세화석의 분석이 같이 이루어지면 바람직할 것이다. 이들은 특히 당시의 기후뿐만 아니라 현재 논의가 많은 신석기시대 해수면 변동의 폭 및 그 시기의 추정 등에 매우 좋은 정보를 줄 수 있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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