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11월 17일 강제로 체결된 을사조약으로 대한제국은 실질적으로 주권을 잃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되었는데 1906년 2월 통감부가 업무를 개시하면서 모든 행정조직을 뜯어 고쳤다. 이 때 새로운 행정건물들을 신축할 전문적인 기구로서 1906년 9월 칙령 제55호에 의한 度支部建築所를 신설하였다. 촉탁 고문으로 일본 대장성 건축부장 츠마키요리오(妻木賴黃)와 야노하시겐기치(矢橋賢吉)가 있었고, 츠마키에 의하여 자재관급제도를 도입하고, 야노하시에 의하여 마포에 한국 최초의 벽돌공장을 세웠다. 이 기구의 초기 직원으로 소장 柳正秀, 소원 유승겸·김명제·조한철·이범익이 있었고, 일본인 사무관과 기사가 있었는데, 한국인 직원들이 어느 정도의 서양식 건축지식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일본인 쿠니에 히로시(國技博)가 조선총독부 설계자의 한 사람으로 기록된 것으로 보아 그의 역할이 컸다고 하겠다.
탁지부는 1907년 4월 본래 의정부청사로 기공하였던 건물을 그 청사로 쓰게 되었으며, 그 해에 대한의원 본관, 工業傳習所 본관 등도 착공하였다.
대한의원 본관(사적 248호)526)윤일주, 앞의 책, 83∼85쪽.
주남철, 위의 책, 300∼303쪽.
서울대학교병원,≪大韓醫院本館實測調査 및 修理報告書≫(1982).은 건평 1,355.3㎡(410평)의 2층 벽돌구조로 1908년(순종 2) 대한제국 탁지부에서 설계 시공한 건물이다. 1906년 9월에 탁지부 건축연구소가 신설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이 건물이 건축연구소의 첫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또 당시에 촉탁으로 일본인 기사 야노하시가 봉직하였다고 하는데 이 사람이 설계에 관여하였을 가능성 또한 큰 것이다.
대한의원은 1907년(광무 11) 3월 10일 대한제국 칙령 제9호로 설치되어, 종래의 廣濟院, 학부 소관의 관립경성의학교 부속병원, 궁내부 소관의 적십자병원을 흡수하여 통합되었다.
평면은 중앙에 현관을 두고 이의 중심선을 중심축으로 하여 좌우대칭되는 평면을 이루고 있다. 현관부는 건물 몸체에서 돌출하였는데 남쪽 정면으로는 4단의 계단을 두어 현관 바닥에 오르게 하였고, 동서 양측으로는 경사를 두어 자동차가 현관문 앞에 이를 수 있도록 하였다.
현관을 들어서면 현관홀이 되고, 다시 들어서면 중복도와 만나게 된다. 현관 좌우에는 계단실을 두었고, 현관 반대편은 뒤쪽 출입구의 홀이 된다. 현관을 중심으로 좌우에 방들을 배치하였는데, 동서로 길게 난 복도를 중심으로 전면 남쪽에는 두개의 방과 끝부분에 돌출된 큰 방을 두었고, 복도 북쪽으로는 크고 작은 방들을 배치하였다.
2층 또한 1층과 기본 골격은 같게 방들을 배치하였다. 입면은 중앙에 시계탑을 우뚝 세우고 그 좌우로 좌우대칭되는 2층, 벽돌집으로 구성하였다.
지붕은 우진각지붕이 되지만, 양측 좌우 끝단의 돌출된 방 전면에 삼각형 박공면을 형성하였고, 1층에는 튜더아치(Tudor Arch)의 창문을, 2층에는 수평아치의 창들을 동일 간격으로 두었다. 다만 좌우 돌출부에서는 1층에 좁은 간격으로 두 개의 창을 두고, 2층에는 두 개 창의 수평창틀을 하나로 하고, 다시 반원아치로 마감하였는데, 이런 창문모양은 르네상스말기 이탈리아 동북부지방에서 파랏조(Palazzo)나 빌라(Villa)건축에 널리 쓰이던 팔라디오(Palladio)로부터 시작된 베네티안 윈도우(Venetian Window)인 것이다.
중앙에 높이 솟은 시계탑의 꼭대기는 벌버스돔(bullbous dome)으로 장식하였고, 돔 아래에는 쌍원주를 네 곳에 놓아 드럼(drum)부를 형성하였는데 이런 것은 바로크적인 요소이다.
기본구조는 벽돌조로서 벽돌연속 기초 위에 벽돌을 쌓아 내력벽을 형성하였는데 지표면 30㎝ 정도까지는 지대석을 설치하였다. 또 벽체의 창틀돌림띠를 화강석으로 하였고, 그 아래의 하벽 모서리 또한 화강석으로 마무리하였다. 벽돌로 쌓은 벽체는 길이쌓기와 마구리쌓기를 혼용하여 통줄눈이 생기지 않게 하였다.
1층 바닥은 철근콘크리트 슬라브의 인조석갈기이고, 2층은 목조바닥인데 1층 바닥은 개수된 것으로 추측된다. 지붕틀은 왕대공지붕틀로 함석마감이다.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