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4장 결혼에 비친 근대

3. 강제 결혼이 빚어낸 여성 범죄

[필자] 신영숙

일제강점기 싹을 틔운 자유연애·자유결혼이 이에 쉽게 따르지 못하는 사회에서 여러 가지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예는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이 시기 조혼·매매혼 같은 부모에 의한 강제혼이 결혼 당사자인 여성에게 또는 여성에 의한 사회적 범죄로 이어진, 극단적이지만 주목할 만한 현상이 보인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결정된 결혼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이 여성 범죄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311) 이때 결혼과 관련된 여성 범죄는 두 가지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 즉, 남편보다 연상인 여성의 경우와 남편보다 나이가 어린 여성이 결혼 생활을 적응하지 못할 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나이 어린 여성이 나이 많은 남편의 성욕에 공포감을 갖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남편을 살해하든가 또는 시가에 방화하는 예가 있다. 또는 어린 남편을 둔 부인이 간부(姦夫)를 두기도 했고, 간부와 도망을 갔다는 예도 드물지 않았다.

당시 이와 같은 여성 범죄를 단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여성이 자신이 처한 비극적 상황을 타개하려고 극단적인 방법을 썼다고 치부할 것은 아니다. 그들이 남편이나 시부모의 학대에 대한 자괴감·분노 등으로 자신의 장래를 해결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충 분한 설명이 될 수 없다. 왜냐 하면 범죄 자체가 장래를 위한 길이 아님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당시 잘못된 결혼의 희생양이 된 여성이 소극적으로는 자살하거나 도망하는 방법으로, 적극적으로는 살인·방화 등으로 대응했던 것은 당시 여성에게 불리한 결혼 문화를 극단적으로 반영한 예들이라 하겠다. 동시에 이는 또 다른 당시의 과도기적 결혼 양상을 읽게 해 준다.

[필자] 신영숙
311)류승현, 「일제하 조혼으로 인한 여성 범죄」, 박용옥 엮음, 『여성 : 역사와 현재』, 국학자료원, 2001, 357∼393쪽 참조. 이하 내용에 이 논문의 자료가 큰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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