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의 교과목
교생들이 향교에서 공부하는 과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학』이 었다. 유학의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소학』은 주자와 그의 제자들이 편찬하였다고 한다. 『소학』은 유학을 공부하는 방법, 사람이 지켜야 할 기본 덕목인 삼강오륜,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 교훈이 될 만한 옛사람들의 말, 충신과 효자들의 행적 등의 내용을 내편(內篇)과 외편(外篇)으로 나누어 서술한 것이다. 『소학』이 향교의 주요 과목이었음은 향교 입학 자격을 결정할 때에 『소학』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지를 시험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또한, 태종 때 권근의 『권학사목』을 보면 당시 지배층에서 『소학』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소학』의 글은 인륜(人倫)에 절실하니 이제부터는 지방의 생도에게는 이 책을 먼저 읽어야 다른 경전을 읽을 수 있게 허락하여야 한다. 또한, 생원시를 보기 위하여 태학에 들어가는 자는 성균관 정록소에서 이 글을 통하는가, 통하지 못하는가 시험하여 과거 응시를 허락하도록 영원한 법식으로 삼는다.121)
교생들이 소과를 보려면 반드시 『소학』을 배워야만 하였던 것이다.
성종 때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는 교화보다 나은 것이 없다. 교화는 반드시 학교에서 시작된다.”고 하며 군현의 유생들은 물론 어른과 아이들도 모두 『소학』을 배우게 하였다. 1601년(선조 34)에도 임진왜란을 겪은 후 학교 교육이 해이해져서 백성의 풍속이 어지럽다고 하며, 『소학』을 전국 향교에 내려 보내서 읽게 하였다. 조선의 지배층은 향교 교육을 실시해서 향촌의 백성에게 유교적 이념을 확산시키려고 하였다. 그러므로 유학의 기본 이념을 담고 있으면서 이해하기 쉬운 『소학』을 향교 교육의 기본 과목으로 강조한 것이다.
사서오경도 교생이 공부해야 할 기본 교과였다. 향교의 교육 과정은 과거 시험과 관련이 있었다. 교생이 응시하는 소과는 생원시와 진사시로 나누어져 있었다. 생원시는 사서와 오경 한 편씩을 읽고 뜻을 풀이하는 시험이었으며, 진사시는 부(賦) 한 편과 고시(古詩)·명(銘)·잠(箴) 가운데서 한 편을 짓는 시험이었다. 그러므로 소과에 응시하려는 교생들은 사서오경을 공부해야만 하였다. 사서오경은 학문을 하는 사람이면 마땅히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향교 교육의 중심 교과로 두고 있었다.
『소학』과 사서오경 외에도 『성리대전(性理大全)』, 『효경』,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 등도 향교에서 공부하는 중요한 교과였다. 『성리대전』은 1415년에 명나라의 호광(胡廣)이 송나라와 원나라의 성리학자 120명의 학설을 정리하여 편찬한 책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에 성리학이 전래되면서 들어왔으며, 조선시대에는 세종 때 이 책을 간행하여 경연에 많이 사용하였고, 지방에도 보급하여 향교의 교과로 활용하였다. 『효경』은 유학의 윤리 덕목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던 효에 관해 공자와 그의 제자 증자가 문답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429년(세종 11)에 『소학』은 과거 응시 과목이 되어 모두 학습하였는데 『효경』은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의 필독서인데도 읽지 않는 폐단이 있다고 하여 『효경』 250질을 인쇄하여 향교에 배포하였다. 『삼강행실도』는 1434년에 세종이 집현전에 명하여 군신(君臣), 부자(父子), 부부(夫婦)의 도리를 지킨 사례를 충신, 효자, 열녀로 선정하여 그 행실을 기록한 책이다. 향교를 비롯한 교육 기관에 『삼강행실도』를 보급하여 공부하게 함으로써 백성들에게 유교의 기본 윤리를 깨닫고 실천하게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향교에서는 『통감(通鑑)』, 『사기(史記)』, 『송원절요(宋元節要)』 등의 역사서를 공부하기도 하였다.
121) | 『증보문헌비고』 권207, 학교고6, 학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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