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근현대 과학 기술과 삶의 변화를 내면서

올해는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이한 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계기로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과학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일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과학 기술은 근대 문명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까닭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근·현대 우리나라 과학 기술의 역사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저술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이 책은 4장에 16개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은 광복 이전의 과학 기술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 조선인이 서양의 기술 문명과 만나는 계기를 전기·전신·전화를 중심으로 다루고,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까지 철도를 매개로 벌어진 다양한 사건과 인식에 대해 검토한다. 이어 일제 강점기에 식민지 백성이 과학 기술에 대하여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를 살펴보며, 조선의 지식인들이 과학 기술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했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제2장은 광복 이후 과학 기술이 제도화되는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광 복 후 1950년대까지 과학 기술의 재건을 위해 이루어진 노력에 대해 살피고, 1960년대 이후 남한에서 과학 기술 활동이 형성되고 발전하는 과정을 검토하며, 북한에서 과학 기술 활동이 전개되어 온 양상과 그 성격에 대해 고찰한다. 그리고 남북한의 주요 과학 기술자들이 ‘한국 사회’라는 맥락에서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제3장은 우리나라 사람이 배우고 개발한 과학 기술의 사례 중에서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것을 선정하여 다루고 있다. 통일벼로 상징되는 녹색 혁명의 경과와 성격에 대해 고찰하고, 1970년대의 포항 제철을 중심으로 철강 기술의 습득을 위해 이루어진 노력을 검토한다. 이어 한글 타자기에서 ‘글’에 이르는 한글의 기계화에 대해 살펴보며, 삼성 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신화’가 창출되는 과정을 정리한다.

제4장에서는 과학 기술을 매개로 우리나라 사람의 생활이 변화되어 온 양상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와 도로망의 발전을 중심으로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커뮤니케이션의 지평이 확장되는 계기를 전화·라디오·텔레비전·컴퓨터·인터넷을 통해 다룬다. 이어 과학 기술을 매개로 가정에서의 일상생활이 달라지는 모습을 그려보며, 구한말에서 현재에 이르는 의학과 보건 의료에 대해 논의한다.

이 책이 근·현대 우리나라 과학 기술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포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10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과학 기술이 걸어 온 발자취에 대하여 유익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책에서 다룬 주제 중에는 필자들이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도 있고 다른 분들의 연구를 활용한 것도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참고 문헌에 제시되어 있는 좋은 연구를 해 주신 선배 연구자들께 감사드린다.

2005년 8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필자] 송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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