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4장 일제 강점기의 화폐2. 은행권 발행과 도안

전쟁 시기 고액권의 증가와 품질 저하

<조선은행권 권면별 비중 및 전체 발행고 추이>   
✽조선은행 조사부, 『경제 연감』 1949년판, Ⅳ-78쪽.

조선은행권은 1원, 5원, 10원, 100원 이외에도 10전, 20전, 50전의 소액권(지불 어음)을 발행하였으나 양이 적어 전체의 1%도 되지 않았다. 권면별 비중의 추이를 보면 1910년대에는 1원권과 10원권이 30∼40%대로 1, 2위를 다투었고, 1920∼1930년대는 10원권이 50% 이상을 차지하며 줄곧 수위를 달렸다. 꾸준히 증가하던 100원권은 1940년대 초반 격심한 통화 증발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비중이 늘어나 결국 1945년에는 1위를 점한다. 고액권의 증가는 주로 물가 상승과 전쟁 비용 증대를 반영한 것이었다.

<조선은행권 갑5원권(앞면)>   
1945년에 발행된 무번호권 갑5원권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품질은 조악해지고 도안은 간소해졌다. 1944년부터 광복까지 발행된 갑권은 인쇄 도수를 1도 줄이고 뒷면은 주로 신문, 서적 간행에 사용되는 철판으로 인쇄하였다.
<조선은행권 갑5원권(뒷면)>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고액권이 증가한 반면 은행권의 도안은 간소해지고 품질은 조악해졌다. 1932∼1938년간에 새로 발행된 개(改)권들은 영문 지불 약속 문구, 일문 법적 발행 근거 문구, 서무부장 인장이 생략되었다. 1944년부터 1945년 광복 전까지 발행된 갑(甲)권은 뒷면 인쇄를 요판(凹版) 인쇄에서 철판(凸版) 인쇄로 대체하고 인쇄 도수도 1도씩 줄였으며, 무번호권으로도 발행되었다. 또한 앞서 보았듯이 일본은행권이 법적으로도 불환 지폐가 됨에 따라 앞면의 태환 규정에 ‘금화’가 빠졌고, 뒷면에 교전국 언어 영어로 쓰인 화폐 단위도 생략되었다.

[필자] 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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