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3장 부국강병의 토대, 조선 전기의 무기와 무예1. 부국강병의 길군사 선발을 위한 무예

수박

고려시대에 유희적인 성격이 강하였던 수박은 조선 초기에 들어와 무사 선발 시험 과목의 하나로 채택되면서 성격이 변하였다. 갑사와 방패군을 선발할 때 기사나 보사 능력을 우선적으로 시험하였지만 차선책으로 수박을 시험해서 무사를 뽑기도 하였던 것이다.161) 수박과 관련한 규정은 『경제육전(經濟六典)』에 반영되어 법제화되었다. 규정에 의하면 갑사의 시취에서 수박으로 네 명을 이기는 자를 상등(上等)으로, 세 명을 이기는 자를 중등(中等)으로 삼았다. 이처럼 수박이 갑사와 방패군 등의 무사를 선발하는 기준이 되자 민간에서도 수박을 연마하는 풍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후 수박은 하급 무사의 전유물이 되면서 『경국대전』에는 시 취 과목에서 제외되었다. 그것은 수박을 무예보다는 하나의 유희로 인식하는 측면이 강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즉, 수박은 수박희(手搏戲)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려시대 이래 유희의 하나로 널리 성행하였고, 궁중에서도 왕을 비롯한 종친(宗親)들의 관람용 경기로 자주 행해졌다. 따라서 수박은 점차 무예적인 성격은 약화되고, 민간으로 보급되어 유희적·체육적 측면이 강화되었다.

[필자] 박재광
161)『태종실록』 권19, 태종 10년 1월 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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