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5장 풍수지리와 정치

1. 음양오행 사상과 풍수

[필자] 임종태

감여(堪輿) 또는 지리(地理)라고도 하던 풍수(風水)는 산천이 어우러진 땅의 형세를 관찰하여 그것이 인간의 화복(禍福)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사람이 사는 마을, 나라의 도읍, 조상의 묘를 선택하는 기법이다. 따라서 그 속에는 세계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의 관계에 대한 옛사람들의 지식이 녹아 있다. 그런 점에서 풍수지리는 과거 사람들이 인간과 그를 둘러싼 환경을 어떻게 이해하였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과 같다.

물론 현대 과학의 관점에 익숙한 우리들의 눈으로 보면 풍수의 지식과 활동은 그다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운명이 자기가 살고 있거나 자기 조상의 묘를 쓴 땅의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는 풍수의 믿음은 땅과 인간, 죽은 조상의 유골과 후손 사이에 무언가 ‘초자연적’인 감응 관계가 있음을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풍수를 비합리적이며 미신적이라고 비판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소수이기는 하지만, 풍수지리를 여전히 믿고 또 이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러한 풍수의 현대적 옹호자들조차도 현대 과학의 관점에 근거해서 풍수를 변호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은 풍수 의 원리가 현대 과학의 관점과도 부합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에 근거하여 풍수를 비판하거나 반대로 옹호하려는 시도는 옛사람들의 풍수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적절한 태도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것은 현대 과학이 등장하기 이전 과거 사람들의 생각, 즉 오늘날의 과학적 상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던 사람들의 생각을 왜곡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을 몰랐던 전통 사회의 사람들은 오늘날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았으며, 어떤 지식 체계의 합리성 여부를 오늘날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서 판단하였다. 따라서 만약 우리가 현대의 과학 지식을 잠시 접어 두고 옛사람들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면, 풍수지리는 아주 자연스럽고 나름의 합리성을 지닌 지식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전통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땅과 인간의 감응을 ‘초자연적’이라거나 불가해한 현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름의 합리적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필자] 임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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