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1장 미술의 탄생

3. 미술 개념의 분화와 질서화

[필자] 윤세진

‘미술’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기존의 사물들을 하나로 포괄해야 할 자연스러운 필요성에서 생겨난 용어가 아니라 이질적인 문화가 접속한 근대 시공간에서 ‘외삽(外揷)’된 번역어이다. 때문에 미술이라는 용어의 탄생과 함께 현재 우리가 미술의 하위 범주로 생각하는 각각의 용어도 일대 변동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의 개념들이 미술이라는 큰 범주에 통합되면서 개념상의 굴절을 겪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회화, 조각, 공예 등의 단어 역시 근대에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신조어의 등장과 함께 각 용어의 위상 또한 변화되었다.

전통 미술이 공예와 조각 중심이었던 데 비해, 근대 이후에는 미술이라고 하면 회화나 조각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특히 디지털 문화가 확산되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시각 문화가 다양해진 탓에 현재는 미술의 영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었지만, 지금도 많은 미술 대학에서는 여전히 회화와 조각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근대 초기에 공예가 산업 진흥의 중심에 놓이면서 ‘순수 미술’과는 다른 ‘공업 기술’로 고려되는 한편, 회화와 조각을 중심으로 한 서구 미술의 가치 체계 가 동아시아에 그대로 유입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근대 미술의 탄생은 기존 범주들의 위계와 가치를 뒤집으면서 사물의 질서를 새롭게 재편하였다.

[필자] 윤세진
창닫기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