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4장 미술과 시장

2. 일제 강점기의 미술 시장

[필자] 권행가

1905년 일본의 통감부가 들어서고 1907년 공식적으로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순종에게 양위(讓位)하면서 실질적으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나 다름없었다. 미술의 맥락에서 보자면 대한제국의 몰락은 도화서의 해체로 인한 화원의 소멸을 의미하였으며, 일본에 의한 근대화는 미술 제작뿐 아니라 교육 제도, 미술가 집단의 성격, 미술품의 감상 문화로부터 미술 시장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일어나기 시작하였음을 의미한다.

이 시기 미술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골동상과 경매 시장을 중심으로 한 고미술품 거래가 시장을 압도적으로 주도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체 유통 구조를 주도한 것은 대부분 일본인들이었으나 1930년대 이후는 점차 조선인의 수가 증가하여 고객층이 일본인과 조선인의 이중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에 비해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 유통 통로는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즉 작가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전문 화상도 존재하지 않았고 화랑도 발달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일제 강점기 동시대 미술 시장의 특징은 휘호회(揮毫會), 공적 전람회, 개인전, 그룹전, 각종 서화 연구회 단체전 등의 전람회가 화랑의 판매 기능을 겸하는 과도기적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필자] 권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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