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4장 왕실의 권위와 상징물5. 어가 행렬을 통해서 본 왕실의 권위

어가 행렬의 주요 구성

궁중 의례 중 가장 화려함을 보여 주는 혼례식 때에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행렬의 전반부는 왕의 행차를 앞에서 인도하는 선상군병(先廂軍兵)과 독(纛, 쇠꼬리로 장식한 큰 깃발), 교룡기(蛟龍旗, 상상 속의 큰 용인 교룡을 그린 깃발) 등 왕을 상징하는 의장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어 등장하는 어가 행렬은 어가 앞에서 화려하고 장엄하게 어가의 출현을 알리는 부분, 각종 기치(旗幟)와 의장물을 들고 가는 의장병, 분위기를 돋우는 내취(內吹, 악대)와 고취 악대(鼓吹樂隊)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어 수행 행렬이 어가의 뒤를 따르는데, 수행 행렬은 문무백관 등 호위 배종(護衛陪從)하는 신하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가 행렬>   
1795년 정조의 화성 능행 반차도 중에서 어가 행렬 부분이다. 왼쪽부터 정조가 타기로 되어 있는 어가(正駕轎)를 중심으로 백택기, 주작기 등의 각종 깃발과 등자(鐙子), 입과(立瓜), 부월(斧鉞), 봉선(鳳扇) 등의 의장물을 든 의장병이 에워싸고 있고, 그 뒤를 거대한 용기(龍旗)를 5명의 군사가 들고 따르고, 이어서 대각(大角), 북, 징, 피리, 해금 등을 연주하는 악대가 따르고 있다.
<어가 행렬>   

어가의 수행 행렬 다음에는 왕비 행렬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왕비의 책봉에 관계된 교명, 금보 등을 실은 가마와 왕비의 가마, 왕비를 배종하는 궁녀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후반부는 행차를 마무리하는 부분으로, 후미(後尾)에서 국왕을 경호하는 후사대(後射隊)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어가 행렬에서는 왕실의 권위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곳곳에 등장한다. 이를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의장기는 상징적인 표지 기능을 하는 깃발이다. 하늘, 해, 달, 산천, 사신도(四神圖)에 표현된 동물, 가구선인(駕龜仙人)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왕실의 권위를 돋보이게 하는 다양한 의장물도 등장한다. 의장물은 시각적인 것과 악기 같은 청각적인 것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시각적인 것은 다시 창, 칼, 도끼 등과 같은 군사적인 힘을 상징하는 것과 그늘을 만들어 주는 실용성과 신선이 주로 사용하였다는 상징성을 겸비한 선(扇, 부채), 양산(陽繖), 개(蓋) 등이 등장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청각적인 요소인 악기는 행렬에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행렬 앞뒤의 동작을 일치시키는 기능도 하였다. 즉 오늘날 구령을 맞추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었으나 혼례식에서는 악기를 진열하기만 하고 실제 연주는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황룡기(黃龍旗)>   
국왕이 군대를 친열(親閱)할 때 각 군영(軍營)에 명령을 내리던 사각기(四角旗)이다. 어가 행렬의 의장기로도 사용하여 왕실의 권위를 나타내었다.

행사에 동원되는 사람은 신분과 맡은 임무에 따라 각기 특징 있는 의례복을 착용하였다. 의례복은 신분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며, 형태나 색채에서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여성 가운데 일부는 너울 같은 가리개를 쓰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행렬 중에는 오늘날의 차량에 해당하는 말도 많이 보인다. 신분이 높은 인물이 말을 탄 것으로 나타나는데, 말을 탄 내시와 여인도 더러 있어 눈길을 끈다. 말은 백마를 비롯하여 회색이나 적색 계통 등 여러 가지 색깔을 띠고 있어서 다양한 품종이 행사에 동원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필자] 신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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