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대학연의』 이해의 확대

인조는 즉위 후에 석강으로 『대학연의』를 강하였다. 이정귀(李廷龜, 1564∼1635)는 『대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자신의 4대조(四代祖)인 이석형의 『대학연의집략』을 바치기도 하였다. 이후 효종도 『대학연의』를 강하면서 시비가 명백하고 논의가 통쾌하여 마음을 확 틔우고 지식을 넓히는 것으로 『대학연의』만한 것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였다.⁹⁶⁾ 현종이 즉위하자, 홍문관은 진강할 책들을 올리면서 송준길(宋浚吉, 1606∼1672)의 말을 빌려 『대학연의』는 경(經)과 사(史)를 겸하고 있으면서 규잠(規箴)의 뜻까지 곁들여 있다고 하여 강독할 것을 권하였고,⁹⁷⁾ 송준길은 『대학연의』에 인용된 사설(史說)이 매우 좋으니 경서에 편입시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⁹⁸⁾ 또 이단상(李端相, 1628∼1669)은 역사서인 『통감』보다는 경전인 『심경(心經)』과 『대학연의』에 전심하여 강독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단상은 『대학연의집략』을 지은 이석형의 6대손으로 『대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대학연의집략』을 함께 강독할 것을 건의하였다. 이는 이정구의 뒤를 이어 『대학연의집략』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숙종 때에는 『대학연의』보다 이이의 『성학집요』를 강조하는 양상도 일부 나타났다. 오도일(吳道一, 1645∼1703)은 『대학연의』는 요점 정리가 모자라고 이이의 『성학집요』가 『대학』의 뜻을 잘 간추려 정리하였다고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연의』가 강조되어 숙종은 진덕수의 사람됨에 감탄하여 도학과 문장을 극찬하기도 하였다. 또 이정구·이단상의 후손 이정신(李正臣, 1660∼1727)은 『대학연의집략』의 강을 건의하기도 하였다.

영조 때에도 『대학연의』, 『성학집요』, 『대학연의보』에 대한 강이 경연에서 이루어졌다. 영조는 『성학집요』를 극찬하면서 조명리(趙明履, 1697∼1756)를 시켜 『성학집요』의 서문을 짓기도 하였다. 또 영조는 『대학연의보』를 매우 세밀하다고 하였는데, 서명신(徐命臣, 1716∼1787)은 이에 응해 진덕수의 『대학연의』는 제가에 그친 반면에 『대학연의보』는 거기에다 치국·평천하를 보충하였다고 하면서 구준을 높이 평가하였다.

이러한 관심은 정조 때에도 이어졌다.⁹⁹⁾ 정조는 『대학연의보』를 매우 좋아하였으며, 긴요한 구어(句語)를 뽑아 내어 늘 볼 수 있는 자료로 삼으려고 정지검(鄭志儉, 1737∼1784)에게 『대학연의보초(大學衍義補抄)』를 독주(讀奏)하라고 명하였다.¹⁰⁰⁾ 『대학연의』와 『성학집요』를 강조하는 상소도 이어져 위백규(魏伯珪, 1727∼1798)는 『대학연의』와 『성학집요』를 보결(寶訣)로 삼기를 청하였다.¹⁰¹⁾ 이러한 관심은 마침내 『대학연의』와 『대학연의보』에서 가장 긴요하고 감계(鑑戒)가 될 만한 것을 뽑아 1799년(정조 23) 『대학유의(大學類義)』를 편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¹⁰²⁾ 『대학연의』와 『대학연의보』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탕평 정치(蕩平政治)를 통해 새로운 군주상을 지향하고자 한 정치 이념을 잘 보여 준다. 특히 『대학연의보』는 중종대 이후 진강되지 않다가 탕평 정국과 함께 영·정조대에 다시 관심을 끌었다.¹⁰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