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4장 음악사의 또 다른 흔적들

2. 우리나라의 주요 음악 유물과 종류

[필자] 송혜진

우리나라 음악 고고학 자료 중 유물 악기의 종류는 용도에 따라 음악 연주와 놀이 등의 공연에 반주로 사용된 악기(musical instruments), 굿을 할 때 사용한 무구(巫具), 불교 의례에 사용한 법구(法具), 군대에서 사용한 군기(軍器), 농악(農樂) 등 민간의 일상에서 사용된 생활 악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음악 연주에 사용한 악기는 음악 전통과 함께 음악사의 주류로 전승되었지만, 불교·무속 등의 종교 의례에 사용된 악기, 군대 악기, 민속의 생활 악기 등은 음악사의 기록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들 음악 유물은 음악 연주에 사용되지 않는 고유의 ‘소리 도구’도 있고, 연주용 악기와 동일한 종류라 하더라도 악기의 규격, 색, 장식 등이 다른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 음악사를 조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우리나라 음악 고고학 자료는 시대별로 나누면 삼국시대 이전,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삼국시대 이전의 음악 고고학 자료 중 대표적인 것은 함경북도 웅기군 굴포리 서포항 유적지에서 발굴된 골제 적(笛), 광주시 신창동과 경북 경산시의 철기시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현악기, 광주시 신창동에서 발굴된 타악기 등이다.

삼국시대 및 통일신라시대의 음악 고고학 자료는 대전시 월평동 유 적지에서 출토된 현악기 부속품 ‘양이두(羊耳頭)’, 일본 쇼소인(正倉院) 소장 신라금(新羅琴), 일본 덴리 대학교(天理大學校) 소장 도자기 횡적(橫笛), 경기도 하남시 이성산성에서 출토된 요고(腰鼓) 등이 있다. 쇼소인 소장 목제 요고는 백제 악기로 단정할 수 없지만 백제인 미마지(味摩之)가 일본에 전한 기악(伎樂) 반주용이라는 점에서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음악 문화 상황을 살피는 데에 도움을 준다. 또 삼국시대 유물 중에는 크고 작은 토제(土製) 구슬과 방울이 다수 전한다. 이들 유물의 용도는 고대부터 전승되어 온 ‘구슬던지기(弄丸)’ 놀이에 사용하였거나 의례용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박물관에서는 밑면 지름이 6∼8㎝가량이며 상부와 좌우에 구멍이 뚫린 구형 토제 유물을 ‘훈’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토제 유물에 대해서 국악학계에서는 그동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토제 유물을 ‘토적(土笛)’으로 소개한 인접 국가의 음악사 연구의 예에 비추어 삼국시대 및 통일신라시대의 ‘구멍 뚫린 구형 토제 유물’도 우리나라 음악 고고학 자료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고려시대의 음악 고고학 자료는 금고(金鼓)·징·꽹과리 등의 금속 타악기류, 사찰에서 사용한 법구류의 타악기, 도자기로 만든 장구통이 주류를 이룬다. 고려시대 금속 타악기 유물은 주로 사찰에서 사용한 금고 또는 반자(飯子), 경쇠(磬子), 바라(鉢羅) 등의 법구(法具)와 군대에서 사용한 금고류로, 궁중과 민간의 일반적인 음악 연주에 쓰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동안 음악학자들의 학문적 관심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으나 불교의 법구나 군대에서 사용한 군기로서의 악기는 오랜 세월 동안 의례와 실생활의 주요 음악 도구로 전승되었다. 또한 불교 문화가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법구는 무속이나 민간 신앙 의례, 민속놀이 악기로 수용되기도 하고, 군역(軍役)을 맡았던 백성들이 일상 음악에 군악의 여러 악기를 받아들임으로써 상호 긴밀한 영향 관계를 형성하였다. 그런 점에서 현전하는 법구와 군기(軍器) 유물은 전통 사회에서 어떻게 제작·연주·수용되었는지를 알려 주며, 불교 의 례, 군례(軍禮), 무속, 풍물굿과 어떤 영향 관계를 맺으며 전승되었는지를 알려 주는 중요한 음악사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고려시대의 음악 고고학 자료 중에는 관악기 모양의 청동제 관(管), 나발의 동구(銅口), 공민왕의 유품이라는 구전(口傳)과 함께 보존되어 온 거문고 등이 있다.

조선시대의 음악 고고학 자료는 이전 시대에 비해 풍부한 편이다. 종묘(宗廟), 문묘(文廟)에서 사용한 유교 의례용 악기, 궁중에서 사용하다가 현재 국립 고궁 박물관에 보존되고 있는 악기, 전국 각지의 여러 사찰에 소장되어 있는 불교 의례용 악기, 육군 박물관·해군 박물관·전쟁 기념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는 군악용 악기, 무속과 민속을 통해 전승되어 온 악기, 선비와 관리가 소유하던 거문고, 옥저(玉笛) 등의 악기가 다수 전한다. 이 중 조선 전기 거문고인 탁영금(濯纓琴),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 1653∼1733)이 소장했던 거문고와 옥저, 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 1360∼1438)이 소장했던 옥저 등의 음악 유물 20여 점은 국가 지정 문화재로 국가의 관리를 받고 있다.

이 절에서는 이상에서 살핀 여러 음악 자료를 음악 기록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선별한 다음 각 유물을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로 구분하여 유물의 제작 연대, 재질, 용도, 기능 등의 항목으로 소개하였다. 아울러 유물의 특징, 역사적 의의 등을 함께 서술하였다.

[필자] 송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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