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4장 음악사의 또 다른 흔적들6. 조선시대의 음악 도상 자료

무신도의 주악 도상과 악기

무신도(巫神圖)는 무속에서 모시는 신의 형상을 그린 무화(巫畵)로 종교적 의례화 범주에 속한다. 종교성을 중시하여 풍속성이 강하게 반영된 무속화라는 명칭 대신 무화라 부르는 것이 옳다는 견해도 있다.

<창부씨>   
인왕산 국사당(國師堂)에 걸려 있는 무신도 중 창부씨이다. 창부씨는 광대씨라고도 하는데, 액을 막아 준다고 한다. 피리를 불며 줄을 타고 있는 모습으로 공중에 떠 있는 자세가 기묘하여 마치 춤을 추고 있는 듯 흥겨워 보인다.
<삼불제석>   
국사당 무신도 중 삼불제석이다. 불교의 수호신인 제석천(帝釋天)은 민간 신앙에 수용되어 출산을 주관하는 삼신(三神)의 의미로 변화하였다. 승복을 입고 고깔을 쓴 채 연꽃 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왼쪽의 제석은 타악기를 들고 있다.

무속화는 무신(巫神)을 그린 것과 무속의 풍속을 그린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굿에는 반드시 연주가 따랐고, 악기를 연주용 및 의례용으로 중시하였기 때문에 주악 도상을 표현한 무속화가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삼불제석(三佛諸釋)이 손에 징이나 꽹과리 같은 금속 타악기를 들고 있는 경우, 굿의 악사가 신이 된 창부씨(昌夫氏)가 젓대를 연주하고 있는 경우, 장구와 꽹과리 등의 악기로 굿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무속의 주악 도상에 표현된 악기의 상징성과 음악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전문적인 연구가 없었으나 종교와 의례의 전통이라는 관점에서 주요 논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풍속화 중에 굿 장면을 묘사한 것이라든가 불화 중 감로왕도에 표현된 무속 전통도 무속화의 주악 도상의 일부에 포함할 수 있다.

무속화는 굿이 끝나면 굿당의 모든 것을 불태우는 관습에 따라 연대가 오랜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러므로 작품의 연대에서 역사적 사실을 가려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삼불제석이 손에 든 금속 타악기, 창부신이 횡적을 연주하고 있는 도상은 역사성의 한계를 뛰어 넘는 무속의 전승력과 종교적 관습 면에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음악 도상 연구의 대상이라고 하겠다.

[필자] 송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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