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5장 소리의 기록, 음반사1. 1896년 첫 녹음부터 1910년대까지

1900년대 미국 음반사의 진출

<최초의 상업 판매용 음반>   
1907년 미국 콜롬비아 음반 회사에서 발매한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 판매용 음반이다. 한인오, 최홍매가 다정가를 취입한 쪽판이다.
<최초의 상업 판매용 음반-뒷면>   
뒷면에 ‘496’, ‘324’라는 기록이 있고, 음반 제작사의 공장 전경 그림이 부착되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녹음이 담겨 있는 최초의 음반 상품은 1907년 미국 콜롬비아 음반 회사에서 발매한 쪽판이다. 이때 발매한 음반은 모두 국악(國樂)으로 경기 명창 한인오(韓寅五)와 관기(官妓) 최홍매(崔紅梅)의 민요, 가사, 시조 등 수십 장이다. 당시에는 음반이 거의 서울을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에서 팔렸기 때문에 취입(吹入)한 음악은 주로 서울에서 인기 있던 경기 민요였다. 1908∼1910년에는 미국 빅타 음반 회사에서 벽도, 채옥 등이 녹음한 경서도(京西道) 민요, 기악(器樂) 등 다양한 국악 음반을 냈다. 1900 년대 후반에 미국 콜롬비아와 빅타에서 유성기 음반을 취입한 국악인은 거의 대부분 원각사(圓覺社)에서 활동한 민속악 명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빅타 음반 회사 음반>   
1908∼1910년에 미국 빅타 음반 회사에서 제작한 유성기 음반 쪽판이다. 계옥, 모란, 금주, 산옥 등이 녹음한 농타령이 담겨 있다.

190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진출한 미국 음반 회사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녹음하고 미국에서 음반을 생산한 다음 들여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그래서 제작한 우리 음악 음반은 소수에 불과하였고 그마저도 얼마 못가서 손을 떼고 말았다. 당시 미국 음반 회사가 입은 일시적인 적자는 길게 봤을 때 결코 손해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당시 미국 음반 회사가 이처럼 세계 곳곳에 뿌려 놓은 음반 문화의 씨앗은 훗날 미국 팝송 음반이 전 세계를 장악하는 데 큰 디딤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필자] 노재명
창닫기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