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1 전통적인 취락의 입지 원리와 풍수

02. 전통적인 취락의 입지 원리

[필자] 이용석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업을 근간으로 한 정착생활이 주를 이루었다. 주요 취락의 입지는 형성되는 시기에 한 번 정해진 다음에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취락이 처음 조성될 당시 주민들의 자연관·지역관 등 자연과 인문환경에 대한 가치체계와 인식체계를 파악함으로써 당대의 입지요인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 때문에 취락의 입지 요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오늘날의 취락 입지의 원리가 아닌, 그 터를 잡을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가치체계와 인식체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살펴보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선 후기 지리학자인 이중환이 저술한 『택리지』는 당시 사회를 풍미했던 거주지 선호의 기준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으며, 아울러 그 내용을 통해 당시의 자연관과 토지관을 엿볼 수 있다.4) 그 중 「복거총론(卜居總論)」은 『택리지』의 핵심부로서 당대 사대부들이 추구한 이상향의 개념을 유형화한 것으로, 사대부가 살 곳을 택할 때 갖추어야 할 요건에 대한 내용이다.

무릇 살 터를 잡는 데는 첫째 지리(地理)가 좋아야 하고, 다음 생리(生利)가 좋아야 하며, 다음 인심(人心)이 좋아야 하고, 또 다음은 아름다운 산과 물[山水]이 있어야 한다. 이 네 가지에서 하나라도 모자라면 살기 좋은 땅이 아니다. 지리가 아름답고 생리가 좋지 못하면 오래 살 곳이 못되며, 생리가 좋고 지리가 좋지 못하여도 역시 오래 살 곳은 못된다. 지리와 생리가 모두 좋다고 해도 인심이 좋지 못하면 반드시 후회함이 있을 것이고, 근처에 아름다운 산수가 없으면 맑은 정서를 기를 수가 없다.5)

「복거총론」에서는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 네 가지를 들어 ‘살 만한 곳’을 찾는 요건으로 삼았다. 이는 지리와 산수는 지형 조건, 생리는 경제적 조건, 인심은 풍속이나 관습 등의 사회적 조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지리·산수와 같은 자연적 요인 외에도 생리·인심 등의 사회적·경제적 환경과 문화적 전통의 요소도 고려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택리지』는 이상적인 한국적 취락 입지 모델을 추구하고자 했던 것으로, 이상향을 현실의 본토 안에서 찾은 점에서 토착적인 지리적 이상론으로서,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유토피아의 한 전형으로 생각된다. 이 장에서는 이중환이 제시한 지리·생리·인심·산수 등 4대 기본 요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 이용석
4)『택리지』는 크게 四民總論, 八道總論, 卜居總論, 總論 등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민총론에서는 사대부의 신분이 士農工商으로 나뉘어지게 된 까닭을 피력하였고, 팔도총론에서는 우리 국토의 역사와 지리를 지역별로 나누어 사실적으로 기술하였다. 그 중 복거총론은 현대지리학의 立地論에 견줄 수 있는 전통사회에서의 입지 원리로 해석될 수 있다.
5)李重煥, 『擇里志』 卜居總論, “大抵卜居之地 地理爲上 生利次之 次則人心 次則山水 四者缺一 非樂土也 地理雖佳生利乏則不能久居 生利雖好地理惡則亦不能久居 地理及生利俱好 而人心不淑則必有悔吝 近處無山水可賞處則無以陶瀉性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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