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
유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은 성인이며, 이상 사회는 성인의 말씀이 실현되는 사회이다. 그런데 유교는 성인의 말씀을 실천하는데 그치지 않고, ‘모든 사람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 다.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성인은 실현 가능한 보편성을 띠게 된다. 모두가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만인(萬人) 성인론은 『맹자(孟子)』에서 기원한다. 맹자(기원전 372∼289)는 모든 사람이 요·순(堯舜)과 같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하였으며,180) 그 근거로 모든 사람이 선한 본성을 타고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181)
선한 본성이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단서[四端]인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을 말한다. 하지만 인간의 선한 본성을 우산(牛山)의 나무처럼 잘 기르지 않으면 쉽게 사라지는 것으로 보았다. 마음의 특성상 나가고 들어옴이 일정치 않고 그 방향을 알 수 없어, 잡으면 보존되지만 놓으면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맹자는 선한 본성을 잘 기르기 위해서는 마음을 잘 보존하여 성을 길러야 한다[存心養性]고 하였으며, 존심양성의 방법으로 과욕(寡欲)을 제시하였다.
마음을 수양함은 욕심을 적게 하는 것[寡欲]보다 더 좋은 것이 없으니, 그 사람됨이 욕심이 적으면 비록 보존되지 못함이 있더라도 ‘보존되지 못한 것이’ 적을 것이요, 사람됨이 욕심이 많으면 비록 보존됨이 있더라도 ‘보존된 것이’ 적을 것이다.182)
맹자의 성선설은 성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적한 것일 뿐, 선한 본성을 지키기 위한 인위적인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선한 본성을 지키고 몸에 체화시키는 수신(修身)이 요구된다. 맹자가 과욕을 존양의 핵심 과제로 내세운 것은 수신의 관건을 욕망의 문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주희(朱熹, 1130∼1200) 역시 존양의 방법으로 ‘존천리 알인욕(存天理遏人欲)’, 즉 천리를 보존하고 인욕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욕망은 인간의 내면에서 싹터 선한 본성을 해치고, 성인이 되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천리를 해치는 인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수신의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맹자의 선언은 곧 누구나 수신을 통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말과 같다.183)
성인이 되기 위한 수신의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교화서와 수신서는 그 해답으로서, 인간이 마땅히 따라야 할 도리와 규범(천리)을 예로 규정하고, 예의 실천을 통해 인욕을 극복하도록 권장하였다. 예는 여러 차원에서 일상과 삶을 규율하였다. 관혼상제와 같이 생애 주기와 관련된 의례, 사회적 관계에 따른 예는 물론, 음식과 의복 등 일상적 행위 전반에 걸쳐 일정한 형식과 절차를 모두 예로 규정하였다. 수신이란 이러한 예를 체화해 인욕을 극복하고 천리를 보존하는 과정이다.184)
이와 같이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유교의 가치와 규범을 자발적으로 수용하게 만드는 동인이 된다. 더욱이 일상적인 예의 실천을 통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방법론은 성인의 보편성과 함께 대중성을 확산시켜 유교 문화에 대한 자발적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이러한 수신론이 여성에게도 그대로 적용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