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Ⅱ. 유순한 몸, 저항하는 몸-1 예와 수신으로 정의된 몸02. 여성 수신을 위한 기본 관점

남녀유별(男女有別)

[필자] 김언순

유교는 남녀의 결합을 인간 존재의 근원으로 보았다. 남녀의 결합으로 부부가 탄생하고, 부부의 결합으로 인간의 사회 질서가 형성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185) 그리고 모든 예는 남녀를 구별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보았다.

공경하고 삼가며 신중하고 바르게 한 뒤에 친하게 되니, 이것은 예의 대체요, 남녀의 구별을 이루어 부부의 의가 성립되는 까닭이다. 남녀의 구별이 있은 뒤에 부부의 의가 있게 되고, 부부의 의가 있은 뒤에 부자의 친함이 있게 되고, 부자의 친함이 있은 뒤에 군신의 바른 도가 있게 된다. 그러므로 혼례가 예의 근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186)

인간을 신체 조건인 성에 따라 남녀로 나누고, 남녀의 구별을 모든 예의 기본으로 삼은 것은 남녀의 성별 구분을 통해 사회 질서를 형성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유교는 가정을 사회 구성의 기본 구조 로 삼았기 때문에, 가정의 구성과 질서가 유교 이념에 따라 편성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유교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사회 질서는 부계친 중심의 종법적(宗法的) 가부장제이기 때문에 남녀의 엄격한 구별은 필수적이었다.

<모당(慕堂) 평생도(平生圖) 혼인식>   
홍이상(洪履祥, 1549∼1615)의 평생을 그린 평생도 가운데 혼례 관련 장면이다. 신랑이 혼례를 치르기 위해 흰말을 타고 신부 집으로 향하고 있다. 행렬 앞쪽에는 청사초롱, 뒤로는 혼례에 사용될 기러기를 양 손에 들고 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김홍도, 국립중앙박물관]

그렇다면 남녀유별에서 말하는 별(別)의 의미는 무엇일까? 별은 ‘구별’과 ‘다름’을 뜻하며, 별의 내용과 이해방식이 유교가 여성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남녀유별은 관념적으로는 음양론, 그리고 현실 속에서는 내외(內外) 관념에 기초해 해석되었다. 남녀유별의 원리는 남녀를 구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의 정체성 형성과 일상생활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

[필자] 김언순
185) 천지가 있고 난 후 만물이 생기고, 만물이 생기고 난 후 남녀가 있게 된다. 남녀가 있고 난 후 부부가 있게 되고, 부부가 있고 난 후 부자가 있게 된다. 부자가 있고 난 후 군신이 있을 수 있으며, 군신이 있고 난 후 상하가 있게 된다. 상하의 질서가 정해진 후 예를 둘 곳이 있는 것이다(『周易』 「序卦傳」, “有天地然後 有萬物 有萬物然後 有男女 有男女然後有夫婦 有夫婦然後 有父子 有父子然後 有君臣 有君臣然後 有上下 有上下然後禮義有所錯”).
186) 『禮記』 「昏義」, “敬愼重正 而后親之 禮之大體 而所以成男女之別 而立夫婦之義也 男女有別 而后夫婦有義 夫婦有義 而后父子有親 父子有親 而后君臣有正 故曰 昏禮者 禮之本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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