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4 지배 정치 이념의 구현: 유교건축

02. 유교건축의 구성 및 개념

유교건축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즉, 다양한 건축물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불교건축이 탑을 포함한 사찰건축(목조건축)으로 국한되는 것과 큰 대조가 된다. 유교건축의 구성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 볼 수 있다.

첫째, 교육을 위해 설립된 일종의 학교 건축으로 성균관·향교·서원이 있다. 이들은 규모나 교육내용에 차이가 있었을 뿐 건축의 기본 구성개념은 거의 같다. 즉, 학교 영역에 성균관과 향교는 문묘(文廟)를, 서원은 사당을 두어 학문적 지표로 삼았다. 공자 및 성현의 학문적 이념이 가장 충실하게 전달되었던 이곳은 조선의 대표적 유교기관으로서 그 사회적 역할은 매우 컸다.

둘째, 조상숭배 개념의 제례관계로 인해 조성된 건축이다. 거기에는 개인과 문중이 건립의 기초가 된다. 종류로는 종묘·가묘·재각·사우가 있다. 종묘는 조상숭배 개념도 있으나 넓게 보면 국가제례 시설로 이해될 수 있다.

유교의 정수는 ‘효(孝)’이다. 효 개념은 ‘조상-나-후손’이 일족이 되어 연속성을 갖고 생명의 영원함을 믿는다. 결국 거기에서 조상 숭배를 위한 건축적 공간이 필요하게 되고, 그것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유적들이다.

셋째, 삼강(三綱)을 장려하고 유풍을 바로 세우기 위해 국가에서 시행한 제도의 일환으로 생겨난 유형이다. 거기에는 ‘정려(旌閭)’가 있다. 삼강은 군위신강(君爲臣綱)·부위자강(父爲子綱)·부위부강(夫爲婦綱)으로 이러한 윤리의 보급은 조선 초기부터 말기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

<질서정연하게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유교건축은 한국의 어느 건축보다도 ‘질서’가 조영의 기본개념으로 깊숙이 자리한다. 엄격한 유교적 제례절차와도 같이 격에 따라 위계성을 지닌 질서체계가 있다. 질서는 횡적이 아닌 종적(상·하)체계로 일관되어 불교식과 크게 구별된다. 즉, 사찰의 법당 내부는 횡으로 중앙실과 협실 등으로 구별되어 주불과 보조불이 안치되는 반면, 사당은 상·하개념으로 공간이 분할되어 위패가 모셔진다. 특히, 문묘의 경우 그러한 질서개념은 바로 건축적 형태로 나타나는데 집 모양도 공자와 사성(맹자·증자·안자·자사)의 위패가 안치된 대성전은 규모도 크고 화려하며 그 외의 학자가 모셔진 무(廡)는 행랑채 수준에 머문다.

한편, 유교건축에 있어 질서의 미는 축선 사용과 균형에 있다. 특히, 안정된 좌·우 대칭 균형기법은 정적이고 장중한 유교적 분위기를 잘 자아내고 있다.

유교건축은 일면 유교라고 하는 종교 건축이면서도 종교가 주는 신비감이나 뛰어나게 상징적인 건축 요소는 지니고 있지 않다. 같은 시기의 불교건축에서 흔히 보이는 화려함이나 장식적인 면도 없다. 오히려 절제된 단순성만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유교가 실천을 중시하는 학문인 동시에 ‘인’과 ‘예’라는 기본이념으로 백성을 교화하는 데 기본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교문화는 이렇듯 절제·간결·소박의 문화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조선시대 지방의 유교적 상징 공간이었던 대성전도 앞면 5칸이 최고 규모였고 상당수의 향교에서는 앞면 3칸이 보편적인 형태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유교사회에서 국가적 배려나 지방 유림들의 관심으로 본다면 그 이상의 규모로도 건축이 가능했을 것이다.83)

<표> 종류별 유교건축 개요
  성균관 향교 서원 종묘 재각
창건 992년 1127년 1543년 1395년
(조선)
조선 후기
설립주체 국가 국가 개인 국가 문중
장소 중앙 읍치
근거리
읍치
근거리
중앙 선산부근
배향 인물 공자 외 공자 외 선현 역대
왕과 왕비
 
주 공간 제향, 교육 제향, 교육 제향, 교육 제향 대청, 방
주 건물 대성전
명륜당
대성전
명륜당
사당, 강당 정전, 영녕전 강당
배치 유형 전학후묘
(개성)
전묘후학
(서울)
전학후묘
전묘후학
좌학우묘
좌묘우학
전학후묘    
[필자] 김지민
83)김지민, 『한국인의 사상과 예술』한국의 유교건축 편, 서경, 2003, pp263∼266의 내용을 일부 보완하여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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