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1 선사시대사냥의 문화-사냥감에서 사냥꾼으로-04. 구석기시대 동굴 벽화에 나타난 옛사람들의 사냥

구석기시대 동물과 사냥그림

[필자] 조태섭

구석기시대 동굴 벽화에 주로 표현된 것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동물들이다. 뿔에서부터 꼬리까지의 길이가 7m가 넘는 황소들이 동굴벽에 그려지기도 하고(라스코 동굴), 한 동굴에 그려진 매머드가 무려 100마리도 넘는 곳도 있으며(루피냑 동굴), 때로는 지금도 해석이 불가능한 신비한 동물까지도 나타난다.

이러한 표현대상이 되었던 동물 가운데 가장 많이 그려진 짐승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동굴 벽화가 많은 프랑스의 페리고르(Perigord) 지방에서 계산된 총 1,036마리의 동물그림 가운데 제일 많이 표현된 짐승은 말(337마리)로 전체의 32.5%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머드(16.6%)와 들소(15.8%)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후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로 순록(7.2%)·산양(6.5%)·옛소(5.5%) 등이 그려져 있다.(Otte, 2006, p.66)

흥미로운 것은 당시 사람들이 쉽게 사냥할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이 잡아먹었던 순록과 사슴 그림들의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이다. 반대로 매머드·들소·옛소·말 등의 사냥하기 어려운 대형의 큰 짐승들을 더 자주 표현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늘 사냥할 수 있는 짐승들에 대한 관심은 적고, 특별히 사냥하고 싶은 동물들을 표현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가까이 가기에도 힘든 크고 사나운 짐승들 더욱이 이들을 잡기는 매우 힘들었을 짐승들을 선사시대 사람들은 동굴 벽에 그리며 잡게 해달라고 빌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동굴의 벽에 그려진 동물들 가운데에는 더러 창과 같은 무기에 맞은 채 그려진 동물들이 있다. 창에 맞아 상처를 입고 때로는 피를 흘리는 짐승들의 모습이야말로 당시 사람들의 짐승 사냥을 이해하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잘 알려진 부상 당한 짐승들로는 들소, 사슴, 털코뿔이, 그리고 사나운 표범과 같은 맹수도 있다. 이들에 대해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필자] 조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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