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제4기의 시기구분
가) 제3기와 제4기의 경계
제3기와 제4기의 경계시기를 언제로 잡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체계있게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48년 런던에서 열린 국제지질학회 학술대회(International Geological Congress)부터이다. 이 모임에서는 추운 기후의 동물상이 나타나는 이탈리아 남부의 Calabria지역에 있는 바닷물 퇴적층을 제4기가 시작하는 첫단계로 다루었다. 이 곳에서 조사된 몇몇 퇴적층은 근래에 이르기까지 국제지질학회와 국제제4기학회에서 제3기와 제4기를 가르는 기준으로 이용되었다. 그런데 1970년대에 들어와, 칼라브리아의 Vrica지역에 발달된 바닷물 퇴적층을 기준으로 제3기와 제4기의 경계를 긋는 논의가 일어났고, 이에 대한 새로운 연대측정값이 163만년 전으로 발표되었다.028) 현재 국제지질학회에서는 이 연대를 제3기와 제4기의 경계로 잡고 있지만, 이 시대를 연구하는 모든 학자가 그와 같은 연대값을 절대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제4기를 특징짓는 요소로서 추운 기후의 출현을 들 수 있는데,029) 지구상에서 추운 기후의 직접 영향을 받는 기간과 강도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북극이나 남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일수록 추위의 영향을 빨리 받게 된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에서 넓은 범위에 걸쳐 빙하 작용이 영향을 끼치는 시기는 약 24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 무렵에 북반구에도 빙하작용이 일어났다. 그리고 북반구에서 빙하작용이 차츰 강도 높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은 약 90만년 전 이후의 일이다.030)
중국에서는 황토층·빙하퇴적·동물화석·꽃가루분석 등을 통하여 제3기와 제4기의 경계시기를 248만년 전 또는 350∼400만년 전으로 잡을 수 있다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031) 그런데 중국에서는 248만년 전을 경계로 제3기와 제4기를 나누는 기준이 일반으로 적용되고 있다.032)
한편 선사시대에 살았던 동물의 지역별 출현과 분포범위, 진화관계 등도 제3기와 제4기를 구분하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쥐·말·돼지·코끼리·사슴종류 등의 화석을 통하여 제3기와 제4기의 연대를 나누는 방안도 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추운 곳에 어울려 사는 나그네쥐종류(Lemmus)가 북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옮겨간 것은 약 350만년 전이다. 아프리카에서 코끼리(Elephas)는 약 400만년 전에 모습을 드러낸다.033)
제4기를 특징짓는 것 가운데 하나는 사람의 출현과 문화의 발전이다. 우리의 먼 조상으로 볼 수 있는 남쪽사람원숭이(Australopithecus, 南方猿人)는 이미 500만년 이전에 두 발 걸음으로 걸었고, 손쓴사람(Homo habilis, 能人)은 250만년 전, 곧선사람(Homo erectus, 直立猿人)은 170만년 전에 나타나고 그 뒤를 이어 중기 갱신세 후반부에 슬기사람(Homo sapiens)이 나타난다. 뗀석기는 손쓴사람의 단계부터 제작되기 시작한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한국의 제3기와 제4기의 경계시기에 대해서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동해안 중남부 지역의 제4기 계단식 언덕(terrace)을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이 곳에 분포하고 있는 제4기 이른 시기의 퇴적층이 지형 고도 약 80m 이하의 산기슭에 적은 규모로 퍼져 있고, 붉은 갈색을 띠며, 풍화를 받은 특징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이른 시기에 속하는 지층에서 이루어진 古地磁氣의 분석결과가 마츠야마 역전기(Matuyama Reversed Chron)에 해당하므로 이 지역에 나타나는 제4기의 처음은 약 25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정되었다.034)
북한의 함경북도 김책-어랑지역에 퍼져 있는 제4기의 현무암이 열형광법에 의하여 측정되었다. 이 곳에는 네 단계에 걸친 현무암층이 발달하였고, 1단계(180∼160만년 전)와 2단계(130∼110만년 전)에 형성된 현무암층 아래에 제4기 자갈층이 각각 쌓여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다.035)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제3기와 제4기를 나누는 기준은 연구지역과 그 대상에 따라 여러 가지 차이를 보여준다. 지역별 빙하작용의 범위와 강도, 퇴적의 성격, 고지자기, 동물화석의 진화상 특성, 사람종류 화석의 체질상 변화 등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가에 따라 제4기의 처음 연대설정에 차이가 진다.
우리 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제3기의 마감과 제4기의 처음 연대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더 많은 자료를 통하여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국제지질학회에서 공인을 받은 브리카지역의 연대값을 바탕으로 그 경계를 어림잡아 약 170만년 전으로 잡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와 가까운 중국, 그리고 우리 나라 동해안의 중남부지역에서 조사된 자료를 참고할 때, 제4기의 처음 연대를 약 250만년 전으로 올려 잡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 갱신세
제4기는 갱신세(Pleistocene)036)와 전신세(Holocene)로 나뉜다.
갱신세는 다시 전기·중기·후기로 잘게 나뉜다.037) 1973년 오스트리아의 Brug Wartenstein에서 “중기 갱신세 층서와 문화변동의 유형(Stratigraphy and patterns of cultural change in the Middle Pleistocene)”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이 열려, 중기 갱신세의 처음과 마감연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여기서는 다음과 같이 중기 갱신세의 처음과 마감연대를 설정하였다.038)
① 중기 갱신세의 처음 : 고지자기에 말하는 마츠야마 역전기와 브륀 정상기(Bruhnes Normal Chron)의 경계를 중기 갱신세의 시작으로 잡는다. 이 경계시기 이후, 고위도지역에서 추운 기후가 뚜렷하게 영향을 끼치며, 앞에서 말한 고지자기상의 변화는 지구 곳곳에 널리 적용할 수 있다. ② 중기 갱신세의 마감 : 마지막 간빙기가 시작하기 전의 앞 시기로 잡는다.
이상의 내용을 참고로 할 때, 중기 갱신세의 처음은 약 73만년 전, 그리고 그 마감은 약 13만년 전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후기 갱신세는 흔히 이야기하는 마지막 간빙기(Last Interglacial)와 마지막 빙하기(Last Glacial)를 포함한다. 마지막 빙하기 동안 가장 추웠던 BP15,000년 무렵, 바닷물의 높이가 낮아져 서해는 육지로 드러났고, 동해는 한국과 일본에 둘러싸인 커다란 호수와 같은 모습을 지녔다.
다) 전신세
갱신세와 전신세의 경계시기, 곧 전신세039)의 처음 시기를 언제로 잡을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1969년 빠리에서 열린 국제제4기학회 학술대회에서 설정되었다. 이 모임에서는 BP10,000년040)을 전신세의 시작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연대 기준은 스칸디나비아지역에서 특히 잘 들어맞는다.041)
전신세는 마지막 빙하기의 뒤를 잇는 시기로 흔히 후빙기(Postglacial)라고 불리기도 한다. 전신세에 들어와 바닷물은 오늘날과 거의 비슷한 높이에 다달았으나, 시기와 지역에 따라 높낮이의 차이가 조금 드러나기도 하였다. 현재 한국에서는 전신세의 바닷물 높낮이의 변화에 관하여 대체로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는 BP6,000년 이후, 한국의 바닷물이 오늘날과 같은 높이에 다달았으며 변함없이 계속 유지되었다는 것이다.042) 둘째는 BP6,000년 이후에도 작은 규모로 바닷물 높이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주장이다.043) 그런데 최근 경기도 일산지역에서 연구된 자료에 따르면, 약 BP5,000∼2,500년 사이의 바닷물이 지금보다 몇 미터쯤 높은 곳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044)
028) | Tauxe, R. E., N. D. Opdyke, G. Pasini and C. Elmi, Age of the Pliocene -Pleistocene boundary in the Vrica section, southern Italy, Nature 304, 1983. 제4기의 처음 연대를 따질 때, 탄자니아 올두바이의 I·II층에서 조사된 고지자기의 분석결과가 활용되기도 한다. 마츠야마 역전기 동안 잠깐 나타났던 올두바이正常亞期(Olduvai Normal Subchron)의 연대값은 187∼167만년 전으로 나왔다. 따라서 브리카에서 나온 연대값은 올두바이 정상아기의 윗부분보다 조금 늦다(E. Aguirre and G. Pasini, The Pliocene-Pleistocene Boundary, Episodes 8-2, 19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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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 | 그러나 지구상에 나타난 빙하의 출현이 반드시 제4기를 규정짓는 요소는 아니다. 알래스카에는 8백만년 이전, 그리고 남극대륙에는 4백만년 이전에 일어난 빙하의 흔적이 있다(Lumley, H. de, Cadre chronologique absolu, paléomagnétisme, chronologie paléontologique et botanique, esquisse paléoclimatologique, séquences culturelles, H. de Lumley, sous la direction de, La Préhistoire Française, tome I, Eds. du C. N. R. S.,Paris, 1976). |
030) | Beu, A. G., A. R. Edwards and B. J. Pillans, A Review of New Pleistocene Stratigraphy, with Emphasis on the Marine Rocks, M. Itihara and T. Kamei, eds., Proceedings of the First International Colloquium on Quaternary Stratigraphy of Asia and Pacific Area, Osaka, Japan, 1986, 1987. |
031) | 周慕林 等,≪中國的第四系≫(地質出版社, 北京, 1988). |
032) | Liu, T., J. Han and B. Yuan, Quaternary Research in China, Korea·China Quaternary-Prehistory Symposium, 단국대 한국민족학연구소, 1992. |
033) | Klein, R. G., The Human Career, The Univ. of Chicago Press, 1989. |
034) | 이동영,<한국 동해안지역의 제4기 지층발달과 층서적 고찰>(≪박물관기요≫8, 단국대 중앙박물관, 1992). ―――,<제4기 층서>(≪한국의 지질≫, 대한지질학회, 1997). |
035) | 김종래·정남섭,<김책-어랑지역에 발달되여 있는 제4기 현무암의 열형광년대와 분포특성>(≪지질과학≫ 1992-4). |
036) | ‘Pleistocene’이란 말은 1839년 영국의 지질학자 Charles Lyell이 처음으로 제안하였다. 라이엘은 이 시기의 한 특징으로서 당시에 살았던 바다 연체동물의 대부분이 현생종과 비교해서 형태상 특징이 거의 같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 용어에 대응하는 말로 ‘Diluvium(Diluvial Epoch)’, 곧 洪積世라는 낱말이 있다. Diluvium이라는 개념은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설에 근거하여 과거의 지질변화를 설명하려고 19세기 초반 유럽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지만, 오늘날 학계에서는 학술용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제3기에 비하여 새롭게 변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Pleistocene’을 更新世라고 옮기는 것이 본래의 뜻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
037) | 한편 북한에서는 이와 같은 시기구분에 대하여 하세·중세·상세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림경화·리혜원,≪조선의 지질≫, 과학·백과사전출판사, 1987). |
038) | Butzer, K. W. and G. L. Issac, eds., After the Australopithecines, Mouton Publishers, The Hague·Paris, 1975, pp. 857∼872·901∼903. |
039) | Holocene이란 말은 Paul Gervais가 처음 제안하였고, 1885년 국제지질학회에서 이 용어를 받아들였다. 全新世는 完新世 또는 現世(Recent)라고도 불린다. |
040) | BP는 ‘before the present’의 줄임말로서 서력 기원후(AD) 1950년을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서력 기원전(BC) 8,050년은 BP10,000년에 해당한다. BP라는 시간단위는 절대연대측정방법이 발달하면서 널리 쓰이고 있다. |
041) | Harland, W. B., A. V. Cox, P. G. Llewellyn, C. A. G. Pickon, A. G. Smith and R. Walters, A geologic time scale, Cambridge Univ. Press, 1982. |
042) | 박용안,<한국 황해(서해)의 프라이스토세 후기 및 홀로세(현세)의 해수면변동과 기후>(≪한국제4기학회지≫6, 1992). |
043) | 조화룡,≪한국의 충적평야≫(교학연구사, 1987). 이동영·김주용,<지질환경조사>(≪자연과 옛사람의 삶≫-일산새도시개발지역 학술조사보고 1, 한국선사문화연구소, 1992). |
044) | 이동영·김주용, 위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