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백제의 요서영유(설)
백제와 중국과의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있다. 즉 백제가 한때 중국의 요서지방을 영유했었다는「백제의 요서영유설」이다.
≪宋書≫百濟國傳에서 비롯되어≪梁書≫·≪南史≫등의 중국측 사서에 기록된 백제의 요서영유에 대한 내용은 일찍이 주목되어 왔다. 조선조의 실학자들로부터 일본·중국학자들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며 근래에도 이에 대한 관심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연구는 주로 남북조시대 중국의 정세와 백제의 세력정도를 파악하여, 백제의 요서영유에 대한 사실의 긍정·부정에 주안점이 두어졌다. 그러므로 자연히 중국측의 문헌에 나타나는 요서영유 기사의 신빙성 문제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졌고 논자의 관점에 따라 자의적인 해석이 이루어졌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백제의 요서영유에 대한 내용은 오직 중국의 남조계 사서에만 전하여지고 있는 특수한 기사이다. 그러므로 이 기사의 올바른 해석을 위하여는 우선 남북조시대 중국인들이 백제·고구려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던가 하는 점을 이해하여야만 한다. 그것은 당시의 동북아시아사상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당사국인 북조계 사서에는 나타나지 않고 남조계의 사서에만 기록되어 있다는 것은 당시 남조와 북조에서의 이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달랐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더구나 백제의 사료에조차 기록되어 있지 않아서 어떠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기록된 남조계 사서인≪송서≫·≪양서≫·≪남사≫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남북조시대의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고구려·백제·낙랑·대방 등의 동북아시아 정세를 포괄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백제가 요서를 영유했었다고 하는 기사가 남조계 사서에만 기록된 까닭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