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관측기록
일식, 월식을 비롯한 해와 달의 이상현상이나 5행성의 운동 등 천문현상에 대한 기록은 삼국시대 이래 열심히 관측되고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다른 자연 이상현상을 포함하여≪고려사≫에는 약 6,500회의 자연 이상현상이 기록되어 있다.≪고려사≫天文志와 五行志에 남아있는 이 기록 가운데 약 반 가량은 천문현상인데, 잘 살펴보면 상당수는 고려 후기에 기록되었고, 고려 전기의 기록은 훨씬 적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기록 가운데 고려 개국 초부터 목종 12년(1009)까지의 기록은 훨씬 적고, 또 기록의 내용도 그 이후의 것보다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식의 경우 고려 전기와 후기의 관측기록에 큰 차이가 없이 고려 전 기간에 걸쳐 모두 138회의 기록이 남아있지만, 이 가운데 고려가 개국한 태조 원년(918)부터 현종 3년(1012) 사이에는 아예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월식도 비슷한 상황이며, 다른 천문현상의 기록도 처 음 1세기 동안에는 별로 남아있지 않다.
이에 대한 가장 자연스런 해석은 다른 역사기록과 마찬가지로 고려 초기 100년 가량의 역사가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다가 덕종 3년(1034)에 고려 초 기 7대의 실록을 함께 편찬했다는 사실로부터 찾을 수 있다. 조선 초≪고려사≫를 편찬할 때까지 고려의 실록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지금의≪고려사≫에 초기 100년의 기록이 빈약한 것은 당초의 실록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고려 초의 7대 실록이 후기의 실록에 비해 사료가 부족했다는 사실은 실 록 편찬자의 잘못이 아니라 원래 사료가 빈약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거란족의 침입 등으로 어느 정도 사료가 파괴되었을 것도 예상할 수 있지만, 그 보다는 고려 초기에는 아직 사료를 충실하게 보존하고 기록해 둘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했으며, 특히 천문기록에 관해서는 더욱 그랬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