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왕(東川王)이 수도를 평양으로 옮기다
동천왕은 지나(支那)의 위(魏)나라와 전쟁을 하다가 크게 패하여 평양(平壤)에 성을 쌓고 수도를 옮기니 지금으로부터 1659년 전(247)1)이다. 왕이 이처럼 쇠약하고 위태로웠으나, 죽을 때는 나라 사람이 그 덕을 추모하고 슬퍼하였으며 가까운 신하 중에는 자살한 자도 있었다. 거듭 전하여2) 서천왕(西川王) 때는 숙신씨(肅愼氏)【만주(滿洲) 길림성(吉林省)】가 침략해 오니 왕이 동생 달가(達賈)에게 추장을 죽이게 하였으므로 여러 부가 두려워하였다. 아들 봉상왕(烽上王)은 숙부 달가(達賈)3)와 동생 돌고(咄固)를 죽였다. 그 해 농사가 잘 되지 않아 백성이 있을 곳을 잃었으나 돌보지 않았고, 궁실을 크게 지어 백성의 형편이 곤궁해졌으므로 국상(國相) 창조리(倉租利)4)가 왕을 폐하였다.
처음에 왕이 돌고를 죽일 때에 그의 아들 을불(乙弗)이 도망하였는데, 이때 이르러 나라 사람이 그를 맞이하여 세우니, 이 사람이 미천왕(美川王)이다. 미천왕이 죽고 고국원왕(故國原王)이 계승하니 변경에 더욱 일이 많아 전란이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