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는 압록강(鴨綠江) 유역에서 성장한 5개의 정치체인 부(部)가 연합⋅연맹하는 형태로 건국되었다. 이 5개의 부는 계루부(桂婁部), 비류나부(沸流那部)[소노부(消奴部)], 연나부(椽那部)[절노부(絶奴部)], 환나부(桓那部)[순노부(順奴部)], 관나부(貫那部)[관노부(灌奴部)]이다.

5부는 고구려라는 하나의 국가를 건설하면서 통합되었지만, 초기에 각 부는 독자적인 단위 정치체의 성격을 유지하였다. 각 부 내부의 통치는 자치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부 내부의 일을 처리하는 부의 관원이 별도로 있었다.

아울러 고구려 전체의 통치는 각 부의 유력자인 ‘대가(大加)’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결정하였다. 고구려의 왕은 국가 전체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지고 대가 회의를 주재하였으나, 대가 회의의 결정을 따라야만 하였다. 왕은 가장 세력이 큰 부에서 배출되었다. 처음에는 비류나부에서 왕이 나왔지만, 이후 계루부의 세력이 커지면서 계루부에서 왕위를 차지하였다.

5부가 어느 정도 독자성과 자치성을 유지하였기 때문에, 각 부는 반란을 일으키거나 왕권에 저항하기도 하였다. 이는 아직 5부가 하나의 고구려로 완전히 통합되지 못한 한계를 보여 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구려는 5부의 연합⋅연맹 단계를 극복하고 왕권 중심의 중앙 집권 국가로 발전하였다. 그러면서 각 부의 독자성과 자치성은 점차 약화되었다. 이때 부의 이름에도 변화가 일어나, 지명에서 따온 이름이 동부⋅서부⋅남부⋅북부⋅중부와 같은 방위명으로 바뀌었다. 이는 부의 독자성과 자치성이 소멸되고, 부가 수도의 행정 구역이 되었음을 보여 준다. 부가 수도의 행정 구역으로 변화하는 시기는 3세기 말 무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