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3장 판소리의 전개와 변모

2. 판소리의 전개 양상

[필자] 유영대

판소리 사설의 내용은 광대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한정되어 다른 어떤 관념적·추상적인 사고가 포함되지 않았다. 광대가 판소리의 주인공을 묘사하는 데에는 사실 그대로 그리는 풍속화풍을 띠었다. 노래판의 마당, 즉 무대는 시장이나 창촌(倉村), 광산촌 등지였고, 청중도 노동을 하는 민중들이었다. 이 때문에 사설은 길거리, 논밭, 일터 등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는 말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판소리가 형성되고 판소리의 사실성이 일관되게 전개되면서 민중들의 생활이나 의식만을 반영하지는 않았다. 후대에는 양반들이 판소리의 중요한 관객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들의 영향을 받아 관념적이고 사변적인 내용의 시들이 판소리의 사설로 확장되기도 하였다.

판소리 역사에 처음으로 주목한 김동욱145)은 판소리 광대의 활동을 중심으로 세 시기로 분류하였다. 영·정조 시대의 형성기, 순조에서 고종조의 신재효까지를 전성기, 그리고 개화 이후를 쇠잔기로 보았다. 이 분류는 판소리 광대의 수효와 창을 하는 솜씨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김흥규146) 역시 판소리 역사에 주목하였는데, 분류 기준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17세기를 형성기, 18세기를 성장기, 19세기를 변모기로 보아 세 시기로 나눈 점은 김동욱과 비슷하나 신재효를 변모기에 분류시킨 점이 구분된다. 그는 판소리 자체의 융성이나 광대 수효의 증가 또는 창을 하는 솜씨를 분류 기준으로 삼지 않고 문학사회학적인 입장에서 판소리가 가지는 역사적 기능, 민중 문학으로서의 의의에 주목하였다. 그리하여 앞의 두 시기는 판소리가 사회적 기반을 민중으로부터 확보하여 건강한 민중 의식을 나타내는데, 19세기 중엽에 이르면 이미 양반 청중인 좌상객(座上客)들이 판소리를 자신들의 향유 예술로 만들었고, 이 때문에 앞의 시기와는 대조적인 변모를 보인다고 하였다. 이상의 견해를 참조하여 각 시기별로 판소리가 전개되고 변모되는 모습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필자] 유영대
145)김동욱, 『한국 가요의 연구』, 을유문화사, 1961 ; 김동욱, 『춘향전 연구』, 연세대학교 출판부, 1976.
146)김흥규, 「판소리의 이원성(二元性)과 사회사적 배경」, 『창작과 비평』 31, 창작과 비평사, 1974 ; 김흥규,「판소리의 사회적 성격과 그 변모」, 『문학과 사회』, 민음사, 1979.
창닫기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