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불에 쓰는 네 가지 불교 의식물

법당 안에서 본격적인 예불을 올리기에 앞서 전각 바깥에서의 의례가 먼저 진행된다. 우선 목탁을 울려 도량을 청정하게 하고 도량송(道場誦)을 행한다. 도량송은 신앙의 무대이자 단을 준비하는 기초 작업으로, 온 우주의 신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이후 종송(鍾誦)이 이어진다. 종소리는 지옥의 일체중생에게 불음(佛音)을 듣게 하여 이들을 구제하는 의미를 지닌다. 그 후에는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 범종(梵鐘)의 네 가지 의식구가 사용된다. 법고를 울리는 것은 땅에 있는 중생이 듣게 하려 함이며, 목어는 물속에 살고 있는 생물을, 운판은 하늘을 나는 생명체를 구제하기 위한 소리이다. 예불에 사용되는 네 가지 사물은 우주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인 지(地)·수(水)·화(火)·풍(風)을 상징한다.159) 사물의 마지막은 법고를 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다시 전각에서의 예경으로 이어진다.
대웅전에서 행하는 예불은 불단에 대한 예불인 상단 예불, 축원, 『반야심경(般若心經)』 독송으로 이루어진다. 현대에는 대개 상단 예불만이 진행되나 조선시대 의식집에서는 상단 예불, 중단 예불, 하단 예불의 삼단에 대
한 권공 의식이 있었다. 상단에 대한 공양 의례인 상단 권공은 신앙의 대상인 불보살에게 올리는 예불 의식이자 가장 기본적인 예경 의례였다. 조선시대에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상단 예불이 바로 영산작법(靈山作法)이다. 영산작법은 영취산의 석가모니불을 칭송하고 예경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법화 신앙이 성행하면서 영산작법은 가장 이상적인 불교 의식으로 의미가 확대되었고, 점차 크고 작은 각종 의식을 행하기에 앞서서 기본 의례로 자리를 잡았다.160)
아침과 저녁 예불의 예만 보아도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의례는 전각 내부 공간과 야외 공간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나의 의식이 법당 내부와 법당 외부에서 동시에 진행되거나, 사찰 바깥에서 의식에 동참할 영혼을 불러와 전각 내부로 모시는 절차를 통해 내외 공간은 연속적으로 사용되었다. 야외에서의 의식을 재현한 불화가 법당의 내부에 걸렸으며, 야외 의식의 시작이 법당 안에 모셔 놓은 괘불을 야외로 옮기는 절차를 통해 도량으로 나온 불보살의 이동을 상징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의례 문화는 사찰 건축의 이해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조선 후기 의식을 중시하는 신앙 풍조에 의해 사찰에서는 의식을 위한 전각을 새로 세웠으며 기존의 예불 공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의식은 당시의 불교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159) | 정각, 『예불이란 무엇인가』, 운주사, 1993, 227∼23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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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 전각 내 불단에서 상단 권공(上壇勸供)으로 행하던 영산회는 18세기 이후가 되면 대규모의 야외 의식을 위한 독립된 의식 구조를 갖추게 된다. 재전작법(齋前作法)으로 사용되던 영산회 의식의 형성 과정에 대해서는 정명희, 「조선 후기 괘불 탱화의 연구」, 홍익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0, 26∼31쪽 참조. 현재까지 전승되는 영산재 절차에 관해서는 문화재 연구소, 『불교 의식』, 문화재 관리국 문화재 연구소, 1989 ; 법현, 『영산재 연구』, 운주사, 1997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