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2 토기 제작전통의 형성과 발전01. 기술혁신과 공방의 발전, 원삼국시대토기 제작기술의 발전

성형법과 장식

넓게 보면 그릇을 빚어 형태를 만드는 것과 그릇 표면을 다듬거나 각종 장식을 베푸는 일련의 작업을 모두 성형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그릇을 빚어 올리는 방법은 원시적인 점토띠쌓기나 점토판접합법에서 물레질법으로 발전하였다고 보는데, 성형방법에 따라 그 릇의 균형미나 제작의 효율이 크게 다르다. 물론 가장 발달된 성형법은 물레를 돌려 점토 덩이로부터 그릇 형태를 뽑아 올리는 기술이다. 이 물레 성형법은 특별한 점토의 성질과 발달된 도구가 사용되어야만 하고 고도의 숙련된 동작을 요하기 때문에 수준 높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원삼국시대 전기 고식 와질토기 승석문타날단경호>   
타날법은 그릇벽의 두께를 고르게 하고 치밀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릇 몸통을 두드려서 공 모양으로 둥글게 만들기 위해 구사하는 일종의 성형기법이다. 원삼국시대 전기의 승석문단경호 제작자의 기술은 타날법도 엉성하고 그릇을 공 모양으로 잘 만들지도 못하였다.

원삼국시대 토기 제작에는 이러한 물레성형법은 적용되지 못하였지만 이 시대에 물레가 처음 도입되어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활용된 것은 사실이다. 점토띠접합법과 타날법 등으로 1차적인 형태가 만들어지면 저속의 물레 위에서 회전시키면 깎아내거나 문지르는 방법은 원삼국시대 가장 일반적인 물레 사용법이다. 이 방법이 점점 발전하여 원삼국시대 말기에는 항아리를 만들 때 원통형의 1차 형태를 점토 띠를 붙여 대충 만들고 빠른 물레에서 그릇의 3/4 이상을 속도감 있게 만들어내는 기술이 정착한다.

타날기법(打捺技法)도 원삼국시대에 처음 도입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그릇의 벽을 보다 치밀하게 하기 위해 무늬가 새겨진 방망이나 노끈을 감은 막대기로 그릇 표면을 두드리는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삼국시대 타날법은 보통 밑이 둥근 원저단경호나 역시 원통형의 옹을 제작하는 데 주로 구사된 기술이다. 그릇 벽을 다듬는 2차 성형법으로 활용되기보다는 둥근 형태의 그릇을 두드리며 성형하는데 적용되었던 1차 성형법이었다.

<원삼국시대 말기 승석문타날단경호1>   
원삼국시대 말기에는 그릇 몸통을 두드려서 완벽하게 공 모양으로 만들었으며, 그릇 어깨부터 그릇 바닥에 이르기까지 매우 규칙적이고 숙련된 타날법을 구사하였다.
<원삼국시대말기승석문타날단경호2>   
<원삼국시대말기승석문타날단경호3>   
<원삼국시대말기승석문타날단경호4>   

1차 성형, 2차 성형, 장식 등의 일련의 공정은 물과 반죽된 점토를 가지고 일정 시간 동안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어떤 공정은 점토에 습기가 너무 많아서도 안 되고, 어떤 공정은 너무 건조하면 힘들어 진다. 따라서 점토가 건조되어 가는 과정에서 일련의 공정이 일정 속도에 맞추어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결국 이러한 복잡한 성형기법이 적용되려면 일정 시간 안에 꽉 짜인 공정을 몸에 익힌 전문도공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전문적인 숙련공은 원삼국시대에 나타나는데, 특히 이 시대 후기가 되면 전문도공이 고속의 물레질법과 규칙적인 타날법을 익혀 표준화된 형태의 토기를 대량 생산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필자] 이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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