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법과 장식

넓게 보면 그릇을 빚어 형태를 만드는 것과 그릇 표면을 다듬거나 각종 장식을 베푸는 일련의 작업을 모두 성형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그릇을 빚어 올리는 방법은 원시적인 점토띠쌓기나 점토판접합법에서 물레질법으로 발전하였다고 보는데, 성형방법에 따라 그
릇의 균형미나 제작의 효율이 크게 다르다. 물론 가장 발달된 성형법은 물레를 돌려 점토 덩이로부터 그릇 형태를 뽑아 올리는 기술이다. 이 물레 성형법은 특별한 점토의 성질과 발달된 도구가 사용되어야만 하고 고도의 숙련된 동작을 요하기 때문에 수준 높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원삼국시대 토기 제작에는 이러한 물레성형법은 적용되지 못하였지만 이 시대에 물레가 처음 도입되어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활용된 것은 사실이다. 점토띠접합법과 타날법 등으로 1차적인 형태가 만들어지면 저속의 물레 위에서 회전시키면 깎아내거나 문지르는 방법은 원삼국시대 가장 일반적인 물레 사용법이다. 이 방법이 점점 발전하여 원삼국시대 말기에는 항아리를 만들 때 원통형의 1차 형태를 점토 띠를 붙여 대충 만들고 빠른 물레에서 그릇의 3/4 이상을 속도감 있게 만들어내는 기술이 정착한다.
타날기법(打捺技法)도 원삼국시대에 처음 도입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그릇의 벽을 보다 치밀하게 하기 위해 무늬가 새겨진 방망이나 노끈을 감은 막대기로 그릇 표면을 두드리는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삼국시대 타날법은 보통 밑이 둥근 원저단경호나 역시 원통형의 옹을 제작하는 데 주로 구사된 기술이다. 그릇 벽을 다듬는 2차 성형법으로 활용되기보다는 둥근 형태의 그릇을 두드리며 성형하는데 적용되었던 1차 성형법이었다.
1차 성형, 2차 성형, 장식 등의 일련의 공정은 물과 반죽된 점토를 가지고 일정 시간 동안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어떤 공정은 점토에 습기가 너무 많아서도 안 되고, 어떤 공정은 너무 건조하면 힘들어 진다. 따라서 점토가 건조되어 가는 과정에서 일련의 공정이
일정 속도에 맞추어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결국 이러한 복잡한 성형기법이 적용되려면 일정 시간 안에 꽉 짜인 공정을 몸에 익힌 전문도공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전문적인 숙련공은 원삼국시대에 나타나는데, 특히 이 시대 후기가 되면 전문도공이 고속의 물레질법과 규칙적인 타날법을 익혀 표준화된 형태의 토기를 대량 생산하는 것도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