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편 한국사총설01권 한국사의 전개Ⅲ. 한국사의 시대적 특성3. 고려1) 정치적 특성
    • 01권 한국사의 전개
      • 총설 -한국사의 전개-
      • Ⅰ. 자연환경
        • 1. 생태학적 특성
          • 1) 한반도의 위치와 지형
          • 2) 한반도의 기후
          • 3) 식생
          • 4) 동물
          • 5) 생태계
          • 6) 생물상
        • 2. 지리학적 특성
          • 3) 지형
            • (2) 하천과 평야
            • (3) 해안과 해양
          • 4) 기후
        • 3. 인류학적 특성
          • 4) 산촌과 낙도 주민의 생태적 특성
          • 5) 도시인의 주거지역과 생태적 특성
      • Ⅱ. 한민족의 기원
        • 1. 고고학적으로 본 문화계통 -문화계통의 다원론적 입장-
          • 3) 문화계통
        • 2. 민족학적으로 본 문화계통
          • 1) 한민족·한국문화 기원론의 흐름
          • 2) 고대 한민족의 문화적 여러 양상과 그 계통
        • 3. 문헌에 보이는 한민족문화의 원류
      • Ⅲ. 한국사의 시대적 특성
        • 1. 선사
        • 2. 고대
          • 1) 국가의 성립과 발전
          • 2) 통일 신라의 수취제도
        • 3. 고려
          • 1) 정치적 특성
          • 2) 경제적 특성
          • 3) 사회적 특성
          • 4) 사상적 특성
        • 4. 조선
        • 5. 근현대
          • 1) 근대적 사회변동과 자주 개혁의 시련
            • (7) 반제국주의 민족운동의 전개
          • 2) 일제의 한반도 강점과 독립운동
            • (1) 일제의 강점과 식민통치의 기조
            • (2) 식민통치의 시기별 특징
            • (4) 독립운동의 시기별 특징
          • 3) 해방정국과 현대사의 전개
      • Ⅳ. 한국문화의 특성
        • 1. 언어
        • 2. 문학
        • 3. 종교와 사상
          • 5) 한국 종교사의 전개
        • 4. 과학기술 -한국 과학기술사의 시기별 특징-
          • 1) 전통과학시대
          • 2) 근대과학시대
          • 3) 현대과학시대-한국전쟁 이후
        • 5. 미술
          • 1) 선사시대 미술의 특성
          • 2) 삼국시대 미술의 특성
        • 6. 음악
          • 2) 한국음악사의 전개양상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개요
      • Ⅰ. 구석기문화
      • Ⅱ. 신석기문화
    • 03권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
      • 개요
      • Ⅰ. 청동기문화
      • Ⅱ. 철기문화
    • 04권 초기국가-고조선·부여·삼한
      • 개요
      • Ⅰ. 초기국가의 성격
      • Ⅱ. 고조선
      • Ⅲ. 부여
      • Ⅳ. 동예와 옥저
      • Ⅴ. 삼한
    • 05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Ⅰ-고구려
      • 개요
      • Ⅰ. 고구려의 성립과 발전
      • Ⅱ. 고구려의 변천
      • Ⅲ. 수·당과의 전쟁
      • Ⅳ. 고구려의 정치·경제와 사회
    • 06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Ⅱ-백제
      • 개요
      • Ⅰ. 백제의 성립과 발전
      • Ⅱ. 백제의 변천
      • Ⅲ. 백제의 대외관계
      • Ⅳ. 백제의 정치·경제와 사회
    • 07권 고대의 정치와 사회 Ⅲ-신라·가야
      • 개요
      • Ⅰ. 신라의 성립과 발전
      • Ⅱ. 신라의 융성
      • Ⅲ. 신라의 대외관계
      • Ⅳ. 신라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가야사 인식의 제문제
      • Ⅵ. 가야의 성립
      • Ⅶ. 가야의 발전과 쇠망
      • Ⅷ. 가야의 대외관계
      • Ⅸ. 가야인의 생활
    • 08권 삼국의 문화
      • 개요
      • Ⅰ. 토착신앙
      • Ⅱ. 불교와 도교
      • Ⅲ. 유학과 역사학
      • Ⅳ. 문학과 예술
      • Ⅴ. 과학기술
      • Ⅵ. 의식주 생활
      • Ⅶ. 문화의 일본 전파
    • 09권 통일신라
      • 개요
      • Ⅰ. 삼국통일
      • Ⅱ. 전제왕권의 확립
      • Ⅲ. 경제와 사회
      • Ⅳ. 대외관계
      • Ⅴ. 문화
    • 10권 발해
      • 개요
      • Ⅰ. 발해의 성립과 발전
      • Ⅱ. 발해의 변천
      • Ⅲ. 발해의 대외관계
      • Ⅳ. 발해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발해의 문화와 발해사 인식의 변천
    • 11권 신라의 쇠퇴와 후삼국
      • 개요
      • Ⅰ. 신라 하대의 사회변화
      • Ⅱ. 호족세력의 할거
      • Ⅲ. 후삼국의 정립
      • Ⅳ. 사상계의 변동
    • 12권 고려 왕조의 성립과 발전
      • 개요
      • Ⅰ. 고려 귀족사회의 형성
      • Ⅱ. 고려 귀족사회의 발전
    • 13권 고려 전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중앙의 정치조직
      • Ⅱ. 지방의 통치조직
      • Ⅲ. 군사조직
      • Ⅳ. 관리 등용제도
    • 14권 고려 전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전시과 체제
      • Ⅱ. 세역제도와 조운
      • Ⅲ. 수공업과 상업
    • 15권 고려 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사회구조
      • Ⅱ. 대외관계
    • 16권 고려 전기의 종교와 사상
      • 개요
      • Ⅰ. 불교
      • Ⅱ. 유학
      • Ⅲ. 도교 및 풍수지리·도참사상
    • 17권 고려 전기의 교육과 문화
      • 개요
      • Ⅰ. 교육
      • Ⅱ. 문화
    • 18권 고려 무신정권
      • 개요
      • Ⅰ. 무신정권의 성립과 변천
      • Ⅱ. 무신정권의 지배기구
      • Ⅲ. 무신정권기의 국왕과 무신
    • 19권 고려 후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정치체제와 정치세력의 변화
      • Ⅱ. 경제구조의 변화
    • 20권 고려 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신분제의 동요와 농민·천민의 봉기
      • Ⅱ. 대외관계의 전개
    • 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변화
      • Ⅱ. 문화의 발달
    • 22권 조선 왕조의 성립과 대외관계
      • 개요
      • Ⅰ. 양반관료국가의 성립
      • Ⅱ. 조선 초기의 대외관계
    • 23권 조선 초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양반관료 국가의 특성
      • Ⅱ. 중앙 정치구조
      • Ⅲ. 지방 통치체제
      • Ⅳ. 군사조직
      • Ⅴ. 교육제도와 과거제도
    • 24권 조선 초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토지제도와 농업
      • Ⅱ. 상업
      • Ⅲ. 각 부문별 수공업과 생산업
      • Ⅳ. 국가재정
      • Ⅴ. 교통·운수·통신
      • Ⅵ. 도량형제도
    • 25권 조선 초기의 사회와 신분구조
      • 개요
      • Ⅰ. 인구동향과 사회신분
      • Ⅱ. 가족제도와 의식주 생활
      • Ⅲ. 구제제도와 그 기구
    • 26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Ⅰ
      • 개요
      • Ⅰ. 학문의 발전
      • Ⅱ. 국가제사와 종교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개요
      • Ⅰ. 과학
      • Ⅱ. 기술
      • Ⅲ. 문학
      • Ⅳ. 예술
    • 28권 조선 중기 사림세력의 등장과 활동
      • 개요
      • Ⅰ. 양반관료제의 모순과 사회·경제의 변동
      • Ⅱ. 사림세력의 등장
      • Ⅲ. 사림세력의 활동
    • 29권 조선 중기의 외침과 그 대응
      • 개요
      • Ⅰ. 임진왜란
      • Ⅱ. 정묘·병자호란
    • 30권 조선 중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사림의 득세와 붕당의 출현
      • Ⅱ. 붕당정치의 전개와 운영구조
      • Ⅲ. 붕당정치하의 정치구조의 변동
      • Ⅳ. 자연재해·전란의 피해와 농업의 복구
      • Ⅴ. 대동법의 시행과 상공업의 변화
    • 31권 조선 중기의 사회와 문화
      • 개요
      • Ⅰ. 사족의 향촌지배체제
      • Ⅱ. 사족 중심 향촌지배체제의 재확립
      • Ⅲ. 예학의 발달과 유교적 예속의 보급
      • Ⅳ. 학문과 종교
      • Ⅴ. 문학과 예술
    • 32권 조선 후기의 정치
      • 개요
      • Ⅰ. 탕평정책과 왕정체제의 강화
      • Ⅱ. 양역변통론과 균역법의 시행
      • Ⅲ. 세도정치의 성립과 전개
      • Ⅳ. 부세제도의 문란과 삼정개혁
      • Ⅴ. 조선 후기의 대외관계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개요
      • Ⅰ. 생산력의 증대와 사회분화
      • Ⅱ. 상품화폐경제의 발달
    • 34권 조선 후기의 사회
      • 개요
      • Ⅰ. 신분제의 이완과 신분의 변동
      • Ⅱ. 향촌사회의 변동
      • Ⅲ. 민속과 의식주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동향과 민간신앙
      • Ⅱ. 학문과 기술의 발달
      • Ⅲ. 문학과 예술의 새 경향
    • 36권 조선 후기 민중사회의 성장
      • 개요
      • Ⅰ. 민중세력의 성장
      • Ⅱ. 18세기의 민중운동
      • Ⅲ. 19세기의 민중운동
    • 37권 서세 동점과 문호개방
      • 개요
      • Ⅰ. 구미세력의 침투
      • Ⅱ. 개화사상의 형성과 동학의 창도
      • Ⅲ. 대원군의 내정개혁과 대외정책
      • Ⅳ. 개항과 대외관계의 변화
    • 38권 개화와 수구의 갈등
      • 개요
      • Ⅰ. 개화파의 형성과 개화사상의 발전
      • Ⅱ. 개화정책의 추진
      • Ⅲ. 위정척사운동
      • Ⅳ. 임오군란과 청국세력의 침투
      • Ⅴ. 갑신정변
    • 39권 제국주의의 침투와 동학농민전쟁
      • 개요
      • Ⅰ. 제국주의 열강의 침투
      • Ⅱ. 조선정부의 대응(1885∼1893)
      • Ⅲ. 개항 후의 사회 경제적 변동
      • Ⅳ. 동학농민전쟁의 배경
      • Ⅴ. 제1차 동학농민전쟁
      • Ⅵ. 집강소의 설치와 폐정개혁
      • Ⅶ. 제2차 동학농민전쟁
    • 40권 청일전쟁과 갑오개혁
      • 개요
      • Ⅰ. 청일전쟁
      • Ⅱ. 청일전쟁과 1894년 농민전쟁
      • Ⅲ. 갑오경장
    • 41권 열강의 이권침탈과 독립협회
      • 개요
      • Ⅰ. 러·일간의 각축
      • Ⅱ. 열강의 이권침탈 개시
      • Ⅲ. 독립협회의 조직과 사상
      • Ⅳ. 독립협회의 활동
      • Ⅴ. 만민공동회의 정치투쟁
    • 42권 대한제국
      • 개요
      • Ⅰ. 대한제국의 성립
      • Ⅱ. 대한제국기의 개혁
      • Ⅲ. 러일전쟁
      • Ⅳ. 일제의 국권침탈
      • Ⅴ. 대한제국의 종말
    • 43권 국권회복운동
      • 개요
      • Ⅰ. 외교활동
      • Ⅱ. 범국민적 구국운동
      • Ⅲ. 애국계몽운동
      • Ⅳ. 항일의병전쟁
    • 44권 갑오개혁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동
      • 개요
      • Ⅰ. 외국 자본의 침투
      • Ⅱ. 민족경제의 동태
      • Ⅲ. 사회생활의 변동
    • 45권 신문화 운동Ⅰ
      • 개요
      • Ⅰ. 근대 교육운동
      • Ⅱ. 근대적 학문의 수용과 성장
      • Ⅲ. 근대 문학과 예술
    • 46권 신문화운동 Ⅱ
      • 개요
      • Ⅰ. 근대 언론활동
      • Ⅱ. 근대 종교운동
      • Ⅲ. 근대 과학기술
    • 47권 일제의 무단통치와 3·1운동
      • 개요
      • Ⅰ. 일제의 식민지 통치기반 구축
      • Ⅱ. 1910년대 민족운동의 전개
      • Ⅲ. 3·1운동
    • 48권 임시정부의 수립과 독립전쟁
      • 개요
      • Ⅰ. 문화정치와 수탈의 강화
      • Ⅱ.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과 활동
      • Ⅲ. 독립군의 편성과 독립전쟁
      • Ⅳ. 독립군의 재편과 통합운동
      • Ⅴ. 의열투쟁의 전개
    • 49권 민족운동의 분화와 대중운동
      • 개요
      • Ⅰ. 국내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운동
      • Ⅱ. 6·10만세운동과 신간회운동
      • Ⅲ. 1920년대의 대중운동
    • 50권 전시체제와 민족운동
      • 개요
      • Ⅰ. 전시체제와 민족말살정책
      • Ⅱ. 1930년대 이후의 대중운동
      • Ⅲ. 1930년대 이후 해외 독립운동
      • Ⅳ.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체제정비와 한국광복군의 창설
    • 51권 민족문화의 수호와 발전
      • 개요
      • Ⅰ. 교육
      • Ⅱ. 언론
      • Ⅲ. 국학 연구
      • Ⅳ. 종교
      • Ⅴ. 과학과 예술
      • Ⅵ. 민속과 의식주
    • 52권 대한민국의 성립
      • 개요
      • Ⅰ. 광복과 미·소의 분할점령
      • Ⅱ. 통일국가 수립운동
      • Ⅲ. 미군정기의 사회·경제·문화
      • Ⅳ. 남북한 단독정부의 수립

1) 정치적 특성

(1) 중앙의 정치체제와 그 성격

 고려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전근대 왕조국가의 하나였던만큼 국왕권이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국가를 경영하여 감에 있어서 국왕은 신료들과 정치권력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서 정치체제가 중요한 문제의 하나로 대두하게 된다. 그것의 여하에 따라 국왕과 신료 양자간에 지니는 정치권력의 대소, 강약이 영향을 받았겠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먼저 중앙의 정치기구들에 대해 살펴보면, 그 가장 핵심적인 기구는 泰封 이래의 廣評省·內奉省 등을 이으면서도 한편으로는 唐의 제도에서 모범을 구한 3省(中書門下省·尙書省)과 6部(吏部·兵部·戶部·禮部·刑部·工部)였다. 그 아래에 다시 諸寺·監과 諸署·局 등이 있었지마는, 또 宋制와 계통이 가까운 中樞院(樞密院)과 三司, 그리고 고려 자체의 필요성에서 생긴 都兵馬使·式目都監 등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구들이었다. 고려 때의 중요 정치기구는 크게 말해서 이처럼 세 계통으로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운용되어 갔다는 데서 우선 한 특성을 엿볼 수 있다.263)

 그런데 이들 기구는 조직상으로 2품과 3품을 경계로 하여 상·하 이중으로 편제되었다는 점에 또 다른 특징이 있었다. 예컨대 중서문하성의 경우 2품관 이상으로서, 宰臣·宰相·省宰 등으로 불리며 議政機能을 담당했던 宰府와, 3품관 이하로 諫官·省郞 등으로 불리며 諫諍·封駁·署經 등을 담당했던 郎舍로 편성되었던 것이다. 中樞院과 尙書省도 마찬가지여서 전자의 경우 역시 2품관-후대에는 3품관 포함-으로 樞密·宰相 등으로 불리며 의정기능-후대에는 軍政 포함-을 담당했던 樞府와, 3품관으로 承宣이라 불리며 왕명의 출납을 맡았던 承宣房, 그리고 후자는 주로 문서 수발과 국가적 행사를 주관하던 2품 이상 관원의 조직인 尙書都省과 국정을 분담하여 집행하던 3품 이하 관원의 조직인 尙書6部(6部)로 나뉘어져 있었다. 고려에서 이같이 기능을 달리하는 두 조직을 한 기구 내에 설치한 것은 제도의 未分化性이라는 측면에서 볼 수도 있겠으나 일면 고려 나름으로 정국 운영의 묘를 염두에 둔 조처라는 파악도 있어264) 주목할 필요가 있는 양상의 하나이다.

 한데 이들 상·하 조직을 다시 정치권력면에서 보면 한층 비중이 큰 것은 상층조직이었다. 그 가운데에서 특히 재부와 추부는 兩府로서 정치의 중심에 위치하였는데, 이곳의 구성원인 宰臣과 樞密은 앞서 언급했듯이 宰相으로서 국왕과 중요 국정을 논의하는 의정 기능과 함께 그의 집행을 직접 관장하기도 했다는 데서 그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제도적 조처가 6部判事制였다. 判尙書吏部事(判吏部事)·判尙書兵部事(判兵部事) 등이 그런 직위들인데, 고려에서는 6부의 장관인 尙書(정3품) 위에 判事를 더 두고 재부의 재신들로 하여금 겸직하게 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判吏部事를 겸직하는 宰臣이 首相이 되고, 判兵部事를 겸직하는 재신이 亞相, 判戶部事 겸직자가 3宰, 이하 차례로 내려가 判工部事가 6宰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 宰臣判事의 6부에 대한 권한은 매우 강력하면서도 직접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265) 재신들에 의해 6부가 통할되는 면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6部尙書도 宰樞가 중복직으로 지니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즉, 吏部尙書·兵部尙書 등의 각 尙書職을 재신의 경우 주로 叅知政事·政堂文學·知門下省事가 일부를 帶有하였으며,266) 또 中樞院使(樞密院使)·知中樞院事·同知中樞院事 등 樞密들 역시 재신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상서를 중복직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다.267) 물론 상서들이 독립직·단독직으로 존재하는 사례도 보인다. 하지만 이들보다도 宰臣判事와 재추 상서들은 그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찾아지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의 운용으로 국무의 집행기관인 尙書6部가 재추의 통할하에 있었다는 게 필자의 일관된 생각이다.268)≪高麗史≫권 76, 百官志 모두의 서문에 “宰相이 6부를 統轄하였다”고 서술해 놓고 있는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설명이라고 짐작된다.

 종래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서도 국무를 6부가 직접 국왕에게 아뢰고 처리하였다는 ‘6部直奏制’說이 제기되었다. 그러므로 고려에서는 6부 중심의 행정체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269) 이 같은 주장은 업무의 처리 과정상으로 볼 때 수긍이 가지만 권력구조면에서는 좀 달리 이해해야 할 것이라 판단된다.

 아울러 근자에 국왕권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비슷한 견해가 제시되었다.270) 고려도 왕조국가의 하나였으므로 왕권이 결코 홀시되거나 낮게 평가될 수 없다는 것은 첫머리에서 지적했듯이 자명하다. 그러나 다만 국정의 운영 과정에 재추의 영향력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제도의 채택으로 상대적인 의미에서 왕권이 좀 미약했다는 정도의 이해인 것이다.

 고려의 정치체제가 이 같은 특성을 지니게 된 것은 그가 귀족사회였다는 사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사회 자체의 성격이 그러하였던 만큼 자연히 정치체제에도 귀족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게 마련이었던 것이다.

 그 하나로 우선 정치의 근간이 된 內史門下省(中書門下省)의 설치가 귀족정치를 지향하는 유신세력이 그 중심기구로 내놓았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271) 그러므로 그것은 행정기관이 아니라 議政機關이었던 것이다. 아울러 그 의정 과정도 내사문하성의 재신간에서뿐 아니라 중추원 추밀들과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으며, 의안의 결정은 議合이라 하여 재추 전원의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기도 하였다.

 臺諫制度도 유사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대간은 諫諍이나 時政의 득실을 논하는 기능 등을 통해 감히 왕권을 제약하고 국가의 중대사에 깊이 관여하는 귀족세력의 대표적 존재였기 때문이다.272) 이것 역시 귀족적 성격을 강하게 풍기는 제도의 하나였다.

 다음 관직상으로는 淸要職이나 檢校職과 같은 勳職제도에서 귀족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273) 고려시대 중앙의 정치체제에서는 이처럼 여기저기서 귀족적 성격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이것이 곧 그의 가장 커다란 특질이었다고 할 것이다.

263)邊太燮,<高麗의 政治體制와 權力構造>(≪韓國學報≫4, 1976).
264)邊太燮, 위의 글.

朴龍雲,<高麗時代의 臺諫과 宰樞文武兩班>(≪誠信女大論文集≫12, 1979:≪高麗時代 臺諫制度 硏究≫, 一志社, 1980).
265)邊太燮,<高麗時代 中央政治機構의 行政體系-尙書省 機構를 중심으로->(≪歷史學報≫47, 1970:≪高麗政治制度史硏究≫, 一潮閣, 1971).

朴龍雲,<高麗時代의 6部判事制에 대한 考察>(≪고려시대연구≫Ⅱ, 2000:≪高麗時代 尙書省 硏究≫, 景仁文化社, 2000).
266)朴龍雲,<고려시대의 叅知政事>·<고려시대의 政堂文學>·<고려시대의 知門下省事>(≪고려시대 中書門下省宰臣 연구≫, 一志社, 2000).
267)朴龍雲,<高麗時代의 尙書6部에 대한 檢討>(≪高麗時代 尙書省 硏究≫, 景仁文化社, 2000).

―――,<고려시대 樞密에 대한 검토>(≪高麗時代 中樞院 硏究≫91, 高麗大 民族文化硏究院, 2001).
268)朴龍雲,<고려시대 중앙 정치체제의 권력구조와 그 성격>(≪한국사≫13, 국사편찬위원회, 1993).

―――,<高麗時代의 宰臣과 樞密과 6部尙書의 관계를 통해 본 權力構造>(≪震檀學報≫91, 2001:≪高麗時代 中樞院 硏究≫, 高麗大 民族文化硏究院, 2001).
269)邊太燮, 앞의 글(1970).
270)朴宰佑,<高麗前期의 國政運營體系와 宰樞>(≪歷史學報≫154, 1997).

―――,<고려전기 政策提案의 주체와 提案過程>(≪震檀學報≫88, 1999).
271)李泰鎭,<高麗 宰府의 成立-그 制度史的 考察->(≪歷史學報≫56, 1972).
272)朴龍雲,≪高麗時代 臺諫制度 硏究≫(一志社, 1980).
273)李基白,<貴族的 政治機構의 成立>(≪한국사≫5, 국사편찬위원회, 1975:≪高麗貴族社會의 形成≫, 一潮閣, 1990).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