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북한
가) 상원 검은모루유적의 석기
이 유적은 평양시 상원읍 검은모루에 있는 석회암동굴로서 1966년에 발굴조사되었다. 여기에서는 모두 5개의 지층이 구분되었고 Ⅰ·Ⅲ·Ⅳ층에서 전부 중기 홍적세 초기에 해당하는 많은 종류의 동물화석이 발견되었으며 특히 IV층에서는 여러 동물화석과 함께 몇 점의 석기와 강자갈돌이 수집되었다고 한다.170) 이 유적의 출토유물들은 현재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데 우선 동물화석들의 최종적인 종의 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가 문제이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이 빈약하다는 점과 석기에 대해서는 인공여부가 논란의 대상이다.171) 그러나 아직까지 직접 검은모루의 석기를 검증해 보지 못했으므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석기이지만 일단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검은모루의 석기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가) 석기재료
이 유적에서 석기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석재는 청회색 규질암이며 근처에서 많이 발견되는 돌로서 이 돌은 입자가 매우 조밀하고 깨지면 날카로운 날을 내는 석재이다. 또 이와 함께 쉽게 발견되는 변성석회암은 석질이 단단하지 못하여 석재로서는 적합하지 못하다. 그 다음은 상원강 바닥에서 수집되는 맥석영제의 자갈을 일부 사용하였다.
(나) 석기제작기술
검은모루유적의 석기를 타제한 방법은 가장 원시적이고 초보적인 직접타격법을 사용한 흔적이 있다고 하며, 첫째는 석재에서 망치돌로 박편을 떼내는 것이고, 둘째는 모룻돌에 석재를 내려쳐서 큰 박편을 떼내어 석기를 만드는 모룻돌타격법(충돌타격법)이 쓰였다고 한다. 이 곳의 석기는 일반적으로 큰 형태의 석기이며 박편을 떼어낸 곳이 많지 않은 석기들이다. 석기 중에는 2차가공한 석기들은 보이지 않으며 큰 석기도 양면가공한 것은 없고 한면에서 타제한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따라서 전형적인 석기형태는 찾아볼 수 없고 타격을 조금씩 가해 큰 석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문제점이기도 하다.
(다) 석기의 종류·형태·특징
검은모루 석기의 대부분은 자연적으로 깨진 석회암 덩어리에서 쓰기에 알맞은 것을 골라 직접타격법으로 간단하게 석기의 날을 준비하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석기의 형태는 석재의 원래 모양이던 사다리꼴·삼각형·반달형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석기들은 같은 층에서 발견된 사용한 흔적이 있다고 하는 석영제 망치돌과 함께 출토되고 있다. 전체 석기의 수는 많지 않아 주먹도끼형석기·사다리꼴모양(梯形)석기·첨두형석기·박편석기가 있고 기타에 속하는 망치돌 등이 있다.172)
주먹도끼형석기(<그림 7>①)
이것은 모가 난 규질의 석회암 덩어리를 석재로 하여 모룻돌에 쳐서 박편을 얇게 떼낸 형태이며 타격을 가한 면이 넓고 차츰 끝쪽으로 가면서 좁고 뾰족해지는 긴(14㎝) 모양이다. 전체 형태가 주먹도끼처럼 생겼으며 석기의 넓은 부분 즉 박편을 떼낸 부분을 손잡이로 뾰족한 끝부분을 날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여기서는 전형적인 양면타제기술은 보이지 않아 석기제작기술면에서는 주먹도끼와는 차이가 난다.
사다리꼴석기(<그림 7>②)
청회색 규질석회암의 판석을 망치돌로 박편을 떼내어 만든 석기로 보고 있다. 석재의 형태가 돌의 결에 따라 깨진 사다리꼴모양이며 나란하지 않은 한 변은 칼로 자른 듯이 일직선이다. 바로 이 변의 반대쪽에 있는 변과 나란한 양변 중 길이가 짧은 변이 둔각을 이루고 있고 망치돌로 떼낸 부분은 이 양변에 해당하며 크게 박편이 떨어져 나간 부분은 세 곳으로 보인다. 2차로다듬은 흔적은 없으며 석기의 날은 무디어진 부분이 있다고 하였다. 이 석기의 형태는 석재의 원래 모양을 닮아 사다리꼴석기라고 부르게 된 것 같으나 형태 자체는 별 의미가 없고 석기제작기술상 일면가공기술로 된 쵸퍼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석기로 볼 수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길이 9∼15㎝, 너비 8.5∼10.3㎝, 두께 4㎝이다.
첨두형석기(<그림 7>③)
돌의 결에 따라 깨진 석회암 덩어리가 석재로 원래의 모양을 최대한 이용한 석기로 보인다. 석기의 한 면은 편평하고 다른 면은 뭉퉁한 편이다. 석기의 한쪽은 둥그스럼하고 그 반대편은 부리모양으로 뾰족하다. 망치돌로 다듬은 것 같은 부분은 손으로 잡기 편하도록 한 둥그스럼한 부분과 석기의 날에 해당하는 뾰족한 부분의 일부이며 한쪽 방향에서만 다듬은 일면가공으로 보인다. 석기의 날은 사용하여 무디어진 흔적이 보인다고 하였다. 검은모루에서 제일 큰 석기이며 길이 20.4㎝, 너비 14㎝, 두께 5.6㎝ 이다.
박편석기(<그림 7>④·⑤)
큰 석회암 덩어리에서 깨진 박편들이 여러 개 있으며 전체적으로 2차가공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박편 자체에 날이 서 있는 것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이미 사용하여 날이 무디어진 박편들이 있다고 한다. 박편의 하나는 길이가 14㎝, 너비는 8.8㎝인데 둥근 날부분은 사용한 흔적이 있다고 하였다. 박편을 타제하였다면 이 곳의 박편은 대부분 형태가 크기 때문에 모룻돌타격법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망치돌(<그림 7>⑥)
이 돌은 전형적인 석기로 분류될 수는 없지만 사용 흔적이 있다면 망치돌로 볼 수 있다. 검은모루 전구획에서 발견되고 특히 제4구획의 제Ⅳ층에서 많이 나왔으며 한 곳에서 8개가 같이 수집되기도 하였는데 이들은 석영암제 자갈돌로 부분적인 사용흔이 남아 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