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교판
원효가 독자적인 관점에서 당대의 경론을 종합하여 정리한 교판은 四敎判이었다. 사교를 먼저 三乘과 一乘으로 나누고, 삼승은 다시 法空의 유무를 기준으로 別敎와 通敎로 나누며 일승은 普法을 기준으로 分敎와 滿敎로 나누었다. 구체적으로 三乘別敎에는 소승을 배당하며, 三乘通敎에는≪반야경≫과≪해심밀경≫을 배당하여 대승 교학의 양대 조류인 중관과 유식이 나란히 위치하도록 하였다. 一乘分敎에는 화엄을 원용하여 대승보살계를 설하는≪범망경≫과≪영락경≫을 배당하고, 정점인 一乘滿敎에는≪화엄경≫을 배당하였다. 중관과 유식의 병렬 배당은 공유의 화쟁을 위한 원효의 의도를 구현하는 것이며, 그 위에 大乘戒를 배치한 것은 실천적인 특성을 분명히 하고자 함이었다. 사교판은 공유를 화쟁하는 교리와 실천적인 계율을 거쳐 원융무애한 화엄사상을 증득하는 데로 나아가는 원효 교학의 체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1075)
1075) | 南東信, 앞의 글, 27∼2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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