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궁중의 연회식
궁중에 대규모의 행사가 있을 때 후세에 참조할 수 있도록 그 일의 준비과정, 의식절차, 진행과정, 행사가 끝난 후의 유공자 포상에 관한 일 등을 기록한 것이 의궤이다. 궁중의 경사 이를테면 왕·왕비·대비의 회갑·탄신·四旬·望五·五旬·望六 등의 특별기념일이나, 이들이 존호를 받았을 때, 또는 왕이 耆社에 들어갔을 때, 왕의 윤허를 받아 큰 연회를 베풀었다.771) 진연·진찬 때는 都監에서 모든 절차를 계획하여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고, 의식절차와 呈才(무용과 음악)는 여러 차례 예행연습을 한다. 연회음식에 관해서는 연회일자별로 차리는 饌案의 규모·종류 및 차리는 음식이름을 적은 찬품단자를 만든다. 음식을 차리는 데 필요한 상·기명·조리기구를 점검하여 부족한 것은 새로 마련한다. 필요한 식품재료를 품의하여 잔칫날에 맞추어 미리미리 준비한다. 연회음식의 조리는 규모에 따라 적당한 인원의 熟手를 동원하여 만든다.
궁중연회에서는 왕과 왕족에게는 고임상을 올리고 친척·내외명부, 여러 신하 등 손님들에게는 賜饌床을 내린다. 고임상은 음식의 가지수도 많고 높이도 높게 차린다. 특별히 잔칫날에 왕이 받드시는 상을 進御床 또는 御床이라 한다. 궁중의 연회가 끝나면 음식을 물린 뒤 차렸던 고배음식을 종친이나 신하집으로 골고루 나누어 보낸다. 이같은 풍습으로 궁중음식이 대궐 밖으로 나가 양반집에서 궁중의 음식솜씨에 접하게 됨에 따라 자연히 고관대작의 집에서도 그 솜씨를 모방하여 사치스러운 음식이 늘어나게 되었을 것이다.
771) | 李盛雨,<朝鮮王朝 宮中食에 관한 문헌학적 硏究>(≪한국식문화학회지≫1-1, 1986), 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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