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집중형 주거의 발달
한반도의 북부지역은 남부에 비해 기후적으로는 겨울이 길고 한랭한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평야보다는 산지가 많은 지형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797) 이러한 조건하에서 주민들은 대규모의 수전농업보다는 화전이나 수렵에 의존하는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대부분 산지에서 독립가옥으로 발달하는 散村型 聚落構造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자연환경적 조건과 생업조건으로부터 주거건축은 난방과 방어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길고 추운 겨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은 연료로 장기간 난방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이미 고구려시대 이래 북부지역으로부터 온돌난방법이 발달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한편 화전과 수렵에 의존하는 산촌형 취락구조에서는 야수나 도적과 같은 외부의 적들에 마을 공동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어의 효율성도 중요하게 인식되었을 것이다.
난방과 방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거공간을 가급적 하나의 건물 안에 집중시키는 방법이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추운 겨울에는 외부에서 활동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가급적 모든 주생활이 건물내에서 이루어지도록 주거공간을 하나의 건물로 집중시키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또한 이렇게 해야만 적은 연료로 많은 공간을 난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각 공간이 외부와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여 열손실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주거공간을 한 건물에 집중시키는 방법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인명이나 재산을 보호하는 데에도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주거공간을 여러 동의 건물로 분산시키는 것보다는 하나의 건물에 집중시키는 편이 경제적인 방어의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든 주거공간을 하나의 건물로 집중시켜 만들어진 다음의<그림 3>과 같은 주거유형을 「集中型 住居」라고 부르기도 한다. 집중형 주거는 공간의 집중으로 인한 단동형 건물구성, 즉 부속건물이 미분화될 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가지의 건축적 특성을 가지게 된다. 공간의 집중에서 오는 살림채 규모의 증대는 필연적인 결과이며, 외벽면적을 최소화하여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간이 여러 겹으로 배열되는 「겹집형 평면구성」이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겹집형 평면구성은 구조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에 5樑架構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팔작지붕과 유사한 형태의 지붕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집중형 공간구성은 외부공간 및 그것을 둘러싸는 대문과 담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살림채 내부에서 거의 모든 주생활이 이루어지므로 앞마당과 같은 외부공간은 주거영역의 외부로 취급되며, 이에 따라 마당과 건물을 둘러싸는 대문과 담장이 발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전과 수렵을 생계로 삼는 이 지역에서는 농사일이나 생산물의 수장을 위한 넓은 외부공간으로서의 마당이 크게 요구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산촌형 취락구조에서 외부공간의 프라이버시도 중요시되지 않은 것도 그 원인이 되였다고 볼 수 있다. 집중형 주거에서는 오히려 살림채의 뒷마당이 「널문」과 담장으로 폐쇄적 형태를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앞마당이 개방적이기 때문에 내부공간에 수용하기 어려운 가재도구나 식품을 안전하게 수장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보여진다. 이 밖에 난방과 방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외벽을 두텁게 만들고, 두터운 반자로 천정을 마감하며, 창이나 문의 면적을 줄여 폐쇄적인 입면구성을 만드는 것도 집중형 주거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797) | 여기에서의 북부지역이란 지역적 경계가 명확하지는 않으나 대략 태백산맥을 포함하여 멸악산맥 이북지역을 의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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