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편 한국사근대47권 일제의 무단통치와 3·1운동Ⅰ. 일제의 식민지 통치기반 구축3. 식민지 지배체제의 특질
    • 01권 한국사의 전개
      • 총설 -한국사의 전개-
      • Ⅰ. 자연환경
      • Ⅱ. 한민족의 기원
      • Ⅲ. 한국사의 시대적 특성
      • Ⅳ. 한국문화의 특성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개요
      • Ⅰ. 구석기문화
      • Ⅱ. 신석기문화
    • 03권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
      • 개요
      • Ⅰ. 청동기문화
      • Ⅱ. 철기문화
    • 04권 초기국가-고조선·부여·삼한
      • 개요
      • Ⅰ. 초기국가의 성격
      • Ⅱ. 고조선
      • Ⅲ. 부여
      • Ⅳ. 동예와 옥저
      • Ⅴ. 삼한
    • 05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Ⅰ-고구려
      • 개요
      • Ⅰ. 고구려의 성립과 발전
      • Ⅱ. 고구려의 변천
      • Ⅲ. 수·당과의 전쟁
      • Ⅳ. 고구려의 정치·경제와 사회
    • 06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Ⅱ-백제
      • 개요
      • Ⅰ. 백제의 성립과 발전
      • Ⅱ. 백제의 변천
      • Ⅲ. 백제의 대외관계
      • Ⅳ. 백제의 정치·경제와 사회
    • 07권 고대의 정치와 사회 Ⅲ-신라·가야
      • 개요
      • Ⅰ. 신라의 성립과 발전
      • Ⅱ. 신라의 융성
      • Ⅲ. 신라의 대외관계
      • Ⅳ. 신라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가야사 인식의 제문제
      • Ⅵ. 가야의 성립
      • Ⅶ. 가야의 발전과 쇠망
      • Ⅷ. 가야의 대외관계
      • Ⅸ. 가야인의 생활
    • 08권 삼국의 문화
      • 개요
      • Ⅰ. 토착신앙
      • Ⅱ. 불교와 도교
      • Ⅲ. 유학과 역사학
      • Ⅳ. 문학과 예술
      • Ⅴ. 과학기술
      • Ⅵ. 의식주 생활
      • Ⅶ. 문화의 일본 전파
    • 09권 통일신라
      • 개요
      • Ⅰ. 삼국통일
      • Ⅱ. 전제왕권의 확립
      • Ⅲ. 경제와 사회
      • Ⅳ. 대외관계
      • Ⅴ. 문화
    • 10권 발해
      • 개요
      • Ⅰ. 발해의 성립과 발전
      • Ⅱ. 발해의 변천
      • Ⅲ. 발해의 대외관계
      • Ⅳ. 발해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발해의 문화와 발해사 인식의 변천
    • 11권 신라의 쇠퇴와 후삼국
      • 개요
      • Ⅰ. 신라 하대의 사회변화
      • Ⅱ. 호족세력의 할거
      • Ⅲ. 후삼국의 정립
      • Ⅳ. 사상계의 변동
    • 12권 고려 왕조의 성립과 발전
      • 개요
      • Ⅰ. 고려 귀족사회의 형성
      • Ⅱ. 고려 귀족사회의 발전
    • 13권 고려 전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중앙의 정치조직
      • Ⅱ. 지방의 통치조직
      • Ⅲ. 군사조직
      • Ⅳ. 관리 등용제도
    • 14권 고려 전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전시과 체제
      • Ⅱ. 세역제도와 조운
      • Ⅲ. 수공업과 상업
    • 15권 고려 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사회구조
      • Ⅱ. 대외관계
    • 16권 고려 전기의 종교와 사상
      • 개요
      • Ⅰ. 불교
      • Ⅱ. 유학
      • Ⅲ. 도교 및 풍수지리·도참사상
    • 17권 고려 전기의 교육과 문화
      • 개요
      • Ⅰ. 교육
      • Ⅱ. 문화
    • 18권 고려 무신정권
      • 개요
      • Ⅰ. 무신정권의 성립과 변천
      • Ⅱ. 무신정권의 지배기구
      • Ⅲ. 무신정권기의 국왕과 무신
    • 19권 고려 후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정치체제와 정치세력의 변화
      • Ⅱ. 경제구조의 변화
    • 20권 고려 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신분제의 동요와 농민·천민의 봉기
      • Ⅱ. 대외관계의 전개
    • 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변화
      • Ⅱ. 문화의 발달
    • 22권 조선 왕조의 성립과 대외관계
      • 개요
      • Ⅰ. 양반관료국가의 성립
      • Ⅱ. 조선 초기의 대외관계
    • 23권 조선 초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양반관료 국가의 특성
      • Ⅱ. 중앙 정치구조
      • Ⅲ. 지방 통치체제
      • Ⅳ. 군사조직
      • Ⅴ. 교육제도와 과거제도
    • 24권 조선 초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토지제도와 농업
      • Ⅱ. 상업
      • Ⅲ. 각 부문별 수공업과 생산업
      • Ⅳ. 국가재정
      • Ⅴ. 교통·운수·통신
      • Ⅵ. 도량형제도
    • 25권 조선 초기의 사회와 신분구조
      • 개요
      • Ⅰ. 인구동향과 사회신분
      • Ⅱ. 가족제도와 의식주 생활
      • Ⅲ. 구제제도와 그 기구
    • 26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Ⅰ
      • 개요
      • Ⅰ. 학문의 발전
      • Ⅱ. 국가제사와 종교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개요
      • Ⅰ. 과학
      • Ⅱ. 기술
      • Ⅲ. 문학
      • Ⅳ. 예술
    • 28권 조선 중기 사림세력의 등장과 활동
      • 개요
      • Ⅰ. 양반관료제의 모순과 사회·경제의 변동
      • Ⅱ. 사림세력의 등장
      • Ⅲ. 사림세력의 활동
    • 29권 조선 중기의 외침과 그 대응
      • 개요
      • Ⅰ. 임진왜란
      • Ⅱ. 정묘·병자호란
    • 30권 조선 중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사림의 득세와 붕당의 출현
      • Ⅱ. 붕당정치의 전개와 운영구조
      • Ⅲ. 붕당정치하의 정치구조의 변동
      • Ⅳ. 자연재해·전란의 피해와 농업의 복구
      • Ⅴ. 대동법의 시행과 상공업의 변화
    • 31권 조선 중기의 사회와 문화
      • 개요
      • Ⅰ. 사족의 향촌지배체제
      • Ⅱ. 사족 중심 향촌지배체제의 재확립
      • Ⅲ. 예학의 발달과 유교적 예속의 보급
      • Ⅳ. 학문과 종교
      • Ⅴ. 문학과 예술
    • 32권 조선 후기의 정치
      • 개요
      • Ⅰ. 탕평정책과 왕정체제의 강화
      • Ⅱ. 양역변통론과 균역법의 시행
      • Ⅲ. 세도정치의 성립과 전개
      • Ⅳ. 부세제도의 문란과 삼정개혁
      • Ⅴ. 조선 후기의 대외관계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개요
      • Ⅰ. 생산력의 증대와 사회분화
      • Ⅱ. 상품화폐경제의 발달
    • 34권 조선 후기의 사회
      • 개요
      • Ⅰ. 신분제의 이완과 신분의 변동
      • Ⅱ. 향촌사회의 변동
      • Ⅲ. 민속과 의식주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동향과 민간신앙
      • Ⅱ. 학문과 기술의 발달
      • Ⅲ. 문학과 예술의 새 경향
    • 36권 조선 후기 민중사회의 성장
      • 개요
      • Ⅰ. 민중세력의 성장
      • Ⅱ. 18세기의 민중운동
      • Ⅲ. 19세기의 민중운동
    • 37권 서세 동점과 문호개방
      • 개요
      • Ⅰ. 구미세력의 침투
      • Ⅱ. 개화사상의 형성과 동학의 창도
      • Ⅲ. 대원군의 내정개혁과 대외정책
      • Ⅳ. 개항과 대외관계의 변화
    • 38권 개화와 수구의 갈등
      • 개요
      • Ⅰ. 개화파의 형성과 개화사상의 발전
      • Ⅱ. 개화정책의 추진
      • Ⅲ. 위정척사운동
      • Ⅳ. 임오군란과 청국세력의 침투
      • Ⅴ. 갑신정변
    • 39권 제국주의의 침투와 동학농민전쟁
      • 개요
      • Ⅰ. 제국주의 열강의 침투
      • Ⅱ. 조선정부의 대응(1885∼1893)
      • Ⅲ. 개항 후의 사회 경제적 변동
      • Ⅳ. 동학농민전쟁의 배경
      • Ⅴ. 제1차 동학농민전쟁
      • Ⅵ. 집강소의 설치와 폐정개혁
      • Ⅶ. 제2차 동학농민전쟁
    • 40권 청일전쟁과 갑오개혁
      • 개요
      • Ⅰ. 청일전쟁
      • Ⅱ. 청일전쟁과 1894년 농민전쟁
      • Ⅲ. 갑오경장
    • 41권 열강의 이권침탈과 독립협회
      • 개요
      • Ⅰ. 러·일간의 각축
      • Ⅱ. 열강의 이권침탈 개시
      • Ⅲ. 독립협회의 조직과 사상
      • Ⅳ. 독립협회의 활동
      • Ⅴ. 만민공동회의 정치투쟁
    • 42권 대한제국
      • 개요
      • Ⅰ. 대한제국의 성립
      • Ⅱ. 대한제국기의 개혁
      • Ⅲ. 러일전쟁
      • Ⅳ. 일제의 국권침탈
      • Ⅴ. 대한제국의 종말
    • 43권 국권회복운동
      • 개요
      • Ⅰ. 외교활동
      • Ⅱ. 범국민적 구국운동
      • Ⅲ. 애국계몽운동
      • Ⅳ. 항일의병전쟁
    • 44권 갑오개혁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동
      • 개요
      • Ⅰ. 외국 자본의 침투
      • Ⅱ. 민족경제의 동태
      • Ⅲ. 사회생활의 변동
    • 45권 신문화 운동Ⅰ
      • 개요
      • Ⅰ. 근대 교육운동
      • Ⅱ. 근대적 학문의 수용과 성장
      • Ⅲ. 근대 문학과 예술
    • 46권 신문화운동 Ⅱ
      • 개요
      • Ⅰ. 근대 언론활동
      • Ⅱ. 근대 종교운동
      • Ⅲ. 근대 과학기술
    • 47권 일제의 무단통치와 3·1운동
      • 개요
      • Ⅰ. 일제의 식민지 통치기반 구축
        • 1. 무단통치체제의 확립
          • 2) 조선총독 지배하의 탄압기관
        • 2. 식민지 수탈구조의 구축
          • 1) 토지조사사업과 토지수탈기반의 마련
          • 2) 수탈을 위한 농업정책과 한국농민의 고난
          • 4) 광업과 어업의 장악
          • 5) 금융·재정의 식민지적 재편
          • 6)<회사령>과 기업활동의 억압
        • 3. 식민지 지배체제의 특질
          • 1) 일제의 조선침략과 식민주의
      • Ⅱ. 1910년대 민족운동의 전개
        • 1. 국내민족운동
          • 1) 1910년대 국내민족운동의 배경과 경향
          • 2) 의병계열의 민족운동단체
          • 3) 계몽운동계열의 단체
            • (7) 애국창가집 편찬, 배포와 관련된 민족교육투쟁
          • 4) 혁명적 경향의 민족운동단체
        • 2. 해외민족운동
          • 1) 만주
            • (1) 북간도지역의 민족운동
            • (2) 서간도지역의 민족운동
          • 2) 러시아
            • (1) 러시아혁명 이전의 독립운동
            • (2) 러시아혁명 이후의 독립운동
          • 3) 중국 관내지역
            • (1) 한인의 이주와 한인사회의 형성
            • (3) 한인단체의 활동과 독립운동의 기반조성
          • 4) 미주
            • (1) 미주 한인사회의 형성과 한인단체의 결성과정
            • (3) ‘합병’ 반대투쟁과 군인양성운동
          • 5) 일본
            • (1) 1910·20년대 재일 조선인의 상태
            • (2) 1910년대 일본지역 민족해방운동
            • (3) 2·8운동
            • (4) 1920년대 일본지역 민족해방운동
      • Ⅲ. 3·1운동
        • 1. 3·1운동의 배경
          • 4) 국내 상황
          • 5) 3·1운동의 태동
        • 2. 3·1운동의 전개
          • 1) 3·1운동의 초기 조직화
          • 2) 3·1운동의 발발
            • (3) 국내의 만세시위운동
        • 3. 3·1운동의 해외 확산
          • 1) 중국 만주
            • (1) 북간도의 시위운동
            • (2) 서간도의 시위운동
          • 2) 러시아 연해주
            • (4) 독립선언과 시위운동의 전개
            • (5) 국내진공 계획과 노인동맹단의 독립운동
        • 4. 3·1운동의 영향과 의의
          • 1) 3·1운동에 대한 열강의 반응
          • 2) 3·1운동의 역사적 의의
            • (1) 3·1운동의 민족사적 의의
    • 48권 임시정부의 수립과 독립전쟁
      • 개요
      • Ⅰ. 문화정치와 수탈의 강화
      • Ⅱ.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과 활동
      • Ⅲ. 독립군의 편성과 독립전쟁
      • Ⅳ. 독립군의 재편과 통합운동
      • Ⅴ. 의열투쟁의 전개
    • 49권 민족운동의 분화와 대중운동
      • 개요
      • Ⅰ. 국내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운동
      • Ⅱ. 6·10만세운동과 신간회운동
      • Ⅲ. 1920년대의 대중운동
    • 50권 전시체제와 민족운동
      • 개요
      • Ⅰ. 전시체제와 민족말살정책
      • Ⅱ. 1930년대 이후의 대중운동
      • Ⅲ. 1930년대 이후 해외 독립운동
      • Ⅳ.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체제정비와 한국광복군의 창설
    • 51권 민족문화의 수호와 발전
      • 개요
      • Ⅰ. 교육
      • Ⅱ. 언론
      • Ⅲ. 국학 연구
      • Ⅳ. 종교
      • Ⅴ. 과학과 예술
      • Ⅵ. 민속과 의식주
    • 52권 대한민국의 성립
      • 개요
      • Ⅰ. 광복과 미·소의 분할점령
      • Ⅱ. 통일국가 수립운동
      • Ⅲ. 미군정기의 사회·경제·문화
      • Ⅳ. 남북한 단독정부의 수립

3. 식민지 지배체제의 특질

1) 일제의 조선침략과 식민주의

 제국주의의 보편적 식민지 지배원리는 ‘최소의 비용에 의한 최대의 수탈’이다. 이러한 보편적 식민주의에 입각하여 서구 열강은 ‘개척’과 ‘문명화’라는 미명하에 비백인·비유럽 지역 각처에서 새로운 영토를 획득하여 갔다. 그리고서 필요에 따라 간접통치 혹은 직접통치를 통하여 ‘자기목적’을 충족시킨다.

 일본은 메이지(明治)유신을 통하여 천황제 통일국가를 수립하자 그 순간부터 주변지역에 대한 침략을 자행하여 이민족이 살고 있던 북쪽의 蝦夷地(현재의 북해도)와 남쪽의 琉球王國(현재의 오키나와현)을 병합하여 일본의 영토에 편입시켰다. 그리고 나서 침략의 방향을 조선으로 돌려 정한론(1873년) 이후 줄곧 침략적 행위를 자행하여 오다가 청일전쟁(1894년)과 러일전쟁(1904)을 치르고서 1910년 조선을 불법적으로 강점하였다. 40여 년만에 조선침략의 ‘숙원’이 달성된 것이다.

 근대 일본은 아시아 지역에 대한 침략을 자행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백인의 서구열강의 침략으로부터 황인종의 아시아를 보호하기 위하여”라는 아시아주의를 표방하는가 하면,185) 대내적으로는 “일본의 독립과 부강을 위한 대륙국가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를 주도한 것은 특히 군벌세력과 대륙팽창주의자들이었는데 이들은 이 침략을 통하여 국가권력을 장악하여 갔고 근대 일본을 군국주의 국가로 만들어 갔다. 군국주의란 다름 아니라, 대내적으로는 군사최고주의이고 대외적으로는 아시아에 대한 군사적 패권주의를 뜻한다.

 해군 군벌이 남진론에 서서 남방진출을 도모하는 데 반해, 조선을 출발점으로 하여 대륙침략을 주장하고 주도한 것은 육군 군벌 특히 죠슈(長州)閥이었다.186) 이들에게 조선은 지배의 대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대륙 침략의 기지로 자리 매겨졌다. 이것은 조선지배 이데올로기와 지배정책 및 지배권력의 성격을 규정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일본은 1910년 조선을 병합하면서 천황의 조서에서 ‘완전히 그리고 영구히’ 지배할 것을 천명하는가 하면,187) 강제적으로 체결한 병합조약에서는 “한국 황제폐하는 한국정부에 관한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히 그리고 영구히 일본국 황제폐하에 양여한다”라고 하였다. 그리고서는 一視同仁·內地延長主義·內鮮融和·內鮮一體化·皇國臣民化 등을 표방하면서188) 조선을 통치하여갔다. 이것은 곧 ‘조선인의 일본인화’, ‘조선의 일본화’를 통하여 북해도나 오키나와처럼 일본의 한 지역으로 편입시켜 조선을 영원히 지배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일제의 식민주의는 조선민족 말살을 통한 영토확장주의189)라고 할 수가 있다.

 민족말살주의에 의한 제 정책은 전통적 ‘조선’의 파괴와 해체를 통한 일본에의 편입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것이 바로 그들이 주장하는 시혜적인 ‘무차별의 경지’도 아니었고 문명화·근대화를 뜻하는 것도 결코 아니었다. 이 민족말살의 본질은 ‘조선’의 斷裂化를 통한 천황제 국가체제에의 노예적 편입 바로 그것이다.

 단열이란, 통일·통합과 대비되면서 分裂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분열이 ‘집단적으로 갈라지는 것’을 뜻한다고 하면, 이는 파쇄화하여 해체되는 것을 표상한다. 때문에 사회구조 전체를 논할 때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제 구조가 통합성과 정합성을 상실하여 단층화되는 현상을 뜻하며, 정치사적인 분석개념으로 사용될 때는 분할지배(divide and rule)에서 더 나아가 斷轄지배 즉 이온화하여 지배하는 정치형태를 뜻한다. 식민지 사회를 포함한 종속사회의 필연적 사회현상인 이중구조화를 비롯하여 정치적·사회적 분열현상, 문화적 정체성의 파괴, 경제 각 부분간의 비접합성과 경제적 제 공간의 식민지 본국에의 직접적 편입, 비자립적인 이온적 개체의 양산 등은 모두 단열사회의 현상이다.190)

 일제의 조선민족 말살은 조선사회를 철저히 단열화시킴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었다. 전통사회가 근대적이든 봉건적이든 간에 그것이 하나의 독립된 민족공동체로서 갖는 통일성과 통합성 그리고 정체성을 모든 분야에서 해체시켜야만 하였다.

 일제의 단열을 통한 민족말살은 오랫동안 민족공동체로서 독립된 역사를 영위하여 왔던 조선민족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민족적 저항은 충분히 예상되었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통제체제를 구축하여 물리적인 강권통치를 통해서만 비로소 가능하였다.

 일제의 조선지배의 권력, 통치기구 및 정책은 이 민족말살주의가 관철되는 범위내에서 내외의 현실적 조건에 규정되면서 결정된다. 그러면 일제의 이러한 지배이데올로기는 어떻게 관철되어 갔고 지배정책은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다음과 같이 3시기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191)

185) 竹內好 編集,≪アジア主義≫(筑摩書房, 1963).

강창일,<근대 일본의 사상흐름과 조선침략론>(역사학연구소 엮음,≪오늘에 본 친일문제와 일본의 조선침략론≫, 거름, 1993).
186) 죠슈벌의 수령으로서 근대 일본의 대륙침략을 선도하여 온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는 총리대신으로 재직하던 1890년에 이미 시정방침 연설에서, 일본의 독립과 자위를 위해서는 ‘이익선’인 조선을 보호국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山縣有朋,<외교정략론>, 大山梓 편,≪山縣有朋意見書≫, 原書房, 1966, 196∼201쪽;山縣有朋<施政方針演說>, 1890년 12월 6일, 같은 책, 201∼204쪽;山縣有朋,<帝國の國是に就ての演說>, 1891년 2월 16일, 같은 책, 204∼207쪽).
187)<倂合ノ詔書>(1910. 8. 29)·<韓國倂合ニ關スル條約>(1910. 8. 29) 第1條.
188) 이상의 슬로건은 ‘동화주의’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은 것인데. 일제는 이를 ‘시혜적인 무차별주의’라고 선전하였다. 3·1 운동이 발발하자 天皇은 ‘-視同仁’을 선전하였고(<官制改革ノ詔書>), 수상 原敬는 ‘內地延長主義’(原敬,<朝鮮統治私見>)를 천명하였다. ’內鮮融和’는 宇垣一成 총독(1931∼1936) 때에, ‘內鮮一體化’와 ‘皇國臣民化’는 南次郎 총독(1936∼1942)에 의해, 특히 주창되었다.
189) 민족말살의 용어는 단지 생물학적인 살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지연공동체, 혈연공동체, 언어·문화 공동체, 역사공동체로서의 ‘민족’을 부정하여 이를 해체·파괴하는 일체의 행위를 뜻한다. 때문에 여기에서는 민족문화 및 민족성의 말살에서부터 민족차별·노예화·추방·아파르트헤이트·혼거·혼혈 등의 제 정책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한다. ‘내선일체’라는 미명으로 포장된 민족말살주의가 어떠한 이론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그 실체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음의 자료를 참조한다.

국민총력 조선연맹,≪(秘) 內鮮-體の具現≫(1941).

조선총독부 경무국장,≪(極秘) 內鮮一體の理念及其實現方策要綱≫(1941).

강창일,<일제의 조선지배정책-식민지 유산문제와 관련하여->(≪역사와 현실≫12, 한국역사연구회, 1994).
190) 이 글에서 표상하는 단열의 개념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미 라틴아메리카의 국가와 사회 형태를 분석한 알렌 토래누의≪종속사회≫를≪단열사회≫로 번역하여 사용한 경우가 있다(佐藤幸男 譯,≪斷裂社會≫, 新評論社, 1989;Alain Touraine, Les Societes Dependantes).
191) 종래에 이 시기구분은 일반적으로 3·1독립운동과 경제공황·‘만주사변’을 결정적인 계기로 삼아서 1910년대 무단통치기, 1920년대 ‘문화통치’기, 1930년대 이후 ‘황민화’정책기 혹은 대륙병참기지화기로 되어 있다. 이러한 구분법은 ‘만주사변’ 이후 패망 때까지를 ‘15년 전쟁’으로 묶어 한 기간으로 설정하는 일본 근현대사의 시기구분을 그대로 한국사에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연구성과를 토대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어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강창일, 앞의 글, 1994).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