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초등역사시대별인물삼국 이전주몽

주몽, 고구려를 세우다

<오녀산성(중국 랴오닝성)>   

“우와, 또 과녁 한 가운데를 맞췄네.” “어찌된 일인가! 활을 쏘면 백발백중일세.” “최고의 명궁이라더니 정말 대단하네.”

활쏘기 대회에 몰려든 사람들은 소년의 활쏘기 실력에 감탄했어요.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과녁 한 가운데를 연거푸 명중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에요. 과연 이 소년은 누구일까요?

주몽, 알에서 태어나다

이 소년은 주몽이에요. 주몽의 이야기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비롯한 여러 기록에서 아주 신기하고 특별한 이야기로 소개되어 있어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일까요?

주몽은 신비한 기운을 받고 태어났어요. 주몽의 어머니 유화 부인은 강의 신 하백의 딸이었어요. 유화 부인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서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는 자신이 하늘의 아들 해모수라고 하였어요. 하지만 하백은 딸이 마음대로 혼인하였다고 해서 집에서 내쫓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동부여의 왕인 금와왕이 강가에서 우연히 유화 부인을 만나게 되었어요. 금와왕은 유화 부인이 왜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유화 부인은 허락받지 못한 사랑으로 집에서 쫓겨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했어요.

이야기를 들은 금와왕은 이상히 여겨서 유화 부인을 데리고 돌아와 방 안에 가두었어요. 그런데 유화 부인에게 하늘에서 신비한 빛이 계속 따라다니며 비추었어요. 놀랍게도 이 빛으로 유화는 임신이 되었는데, 얼마 후 알을 낳았어요.

금와왕은 이를 불길하게 여겨 그 알을 짐승들에게 주었지만 먹지 않았어요. 알을 성 밖 멀리 내어놓자 이번에는 새들이 날개로 알을 감싸 안으며 보호했어요.

이에 금와왕은 알을 유화 부인에게 돌려주었어요. 유화 부인은 알을 받아 잘 싸서 따뜻한 곳에 두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을 깨고 한 사내아이가 나왔어요. 이 아이가 바로 주몽이에요.

주몽은 어릴 때부터 활 쏘는 솜씨가 뛰어났어요. 부여에서는 활 잘 쏘는 사람을 ‘주몽’이라고 부르는 풍습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알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주몽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어요.

<주몽의 탄생>   

왕자들의 괴롭힘과 위협으로 동부여를 떠날 결심을 하다

“주몽, 저 놈을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될 것 같아.” “네, 형님. 저 놈이 저렇게 활쏘기를 잘하며 우쭐하면서 아바마마의 인정받는 것을 더 이상 못 보겠습니다.” “그래, 저 놈에게 왕위를 빼앗길 순 없지.”

금와왕에게는 첫째 아들 대소를 비롯한 많은 왕자들이 있었어요. 이들은 주몽이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못마땅했어요. 자신들과 달리 주몽이 어려서부터 용감하고 재주가 뛰어나서 아버지인 왕에게 사랑을 받는 모습이 싫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주몽은 왕자들과 잘 지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왕자들의 심부름도 잘하면서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중국 지린성 지안)>   
동북아역사재단

하지만 대소 왕자는 금와왕을 찾아갔어요.

“주몽은 사람의 아들이 아니니 그대로 두시면 아니 되옵니다. 훗날 큰 재앙이 될 터이니 주몽을 제거하여 주시옵소서.”

금와왕은 주몽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금와왕은 일단 주몽에게 목장에서 말을 돌보라 했어요. 힘든 일을 시키면서 주몽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지요.

주몽은 성실하게 말을 키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유화부인은 주몽을 찾아왔어요.

“목장에서 어느 말이 가장 힘세고 뛰어나느냐?”

주몽은 자신 있게 가장 좋은 말을 가리켰어요. 그러자 유화 부인은 뜻밖의 이야기를 했어요. 가장 힘세고 날렵한 말에게 먹이를 적게 주라고 했어요. 주몽은 유화 부인이 시킨 대로 했어요. 그러자 가장 힘세고 날렵했던 말이 어느새 비쩍 마르고 볼품이 없어졌어요.

이후 금와왕과 신하들이 사냥을 위해 목장을 찾았어요. 주몽이 다른 마음을 품지 않고 목장 일을 잘하는지 감시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어요. 살펴보니 주몽의 노력으로 대부분 말들이 윤기가 나며 살이 부쩍 올라 있었어요. 이에 금와왕은 주몽을 칭찬한 후, 자신은 살이 오르고 윤기나는 말을 타고 대신들과 함께 사냥에 나섰어요. 주몽에게는 야윈 말을 내어주었지만, 주몽은 뛰어난 활 솜씨로 오히려 더 많은 짐승을 잡았어요.

이런 상황을 보면서 왕자와 대신들은 더 이상 주몽을 살려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계획을 세웠어요. 유화부인은 이 사실을 알고 주몽에게 이야기했어요.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서는 아니 된다. 너를 해치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구나. 이곳을 떠나 넓은 세상에서 네 뜻을 열어가거라.”

주몽은 어머니 유화부인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들였어요. 이후 주몽은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평소 자신을 믿고 따르던 오이, 마리, 협보를 이끌고 동부여를 떠나 남쪽으로 길을 나섰어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고구려를 세우다

“아니, 주몽이 지금 탈출하고 있다고?”

대소는 주몽이 출한다는 소식에 버럭 화를 내며 주몽을 잡아야 한다고 명령을 내렸어요.

“모두 나서서 주몽을 추격해라! 꼭 그 놈을 잡아야 한다.”

대소와 동부여의 군사들은 주몽 일행을 바짝 뒤쫓았어요.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주몽에게 위기가 닥쳤어요. 주몽이 가는 길 앞을 커다란 강이 가로 막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배가 없으면 이 강을 건너지 못하고 대소와 동부여 군사들에게 꼼짝없이 붙잡힐 위기였어요. 어느덧 주몽을 뒤쫓는 대소와 동부여 군사들이 거의 다 따라 붙었어요.

“주몽, 네 이놈, 어디를 도망가느냐.”

대소와 동부여 군사들은 주몽을 발견하고 소리쳤어요.

주몽은 강물을 향해 소리쳤어요.

“나는 하늘 황제의 손자이자, 하백의 외손자이다. 오늘 도망 중에 추격자가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몽의 말이 끝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강물이 용솟음치면서 수많은 물고기와 자라들이 물 위로 떠올라 다리를 만들어 준 것이에요. 이에 주몽을 비롯한 사람들은 다리 위로 강을 넘어갔어요. 주몽 일행이 다리를 건너자 물고기와 자라는 다시 강물로 들어갔어요.

<부여를 탈출하는 주몽>   

위기를 무사히 넘긴 주몽과 동료들은 압록강 중류의 졸본 지역에 도착했어요. 이곳에서 주몽은 기원전 37년 고구려를 세웠어요. 주몽은 고구려를 건국한 동명성왕으로 역사에 남았어요.

그런데 정말 주몽은 알에서 태어난 것일까요? 사실 이 이야기들은 주몽이 새로운 나라인 고구려를 세울 정도로 특별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지요. 나라를 세운 사람들 이야기 중에는 이처럼 특별한 출생의 비밀을 가진 사례가 많아요. 더불어 물고기와 자라가 다리를 만들어줬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에요. 이런 이야기들은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할 때 하늘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에요.

역사 속 이야기들 중에는 이처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기보다는, 주인공을 더욱 특별하고 신비하게 보이도록 지어낸 것도 있어요. 주몽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서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어떤 부분들이 강조되었는지 생각해볼까요.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