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4장 일제강점기의 배움과 가르침1. 식민지 교육 정책의 변화

제4차 조선 교육령(1943∼1945)

1943년 3월 공포된 제4차 조선 교육령의 교육 목표는 ‘황국의 도에 따른 국민 연성(鍊成)’에 있었다. 일제는 침략 전쟁의 패색이 짙어지자 조선인 학생을 침략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전시 동원 체제(戰時動員體制) 아래 편입시켜 학교 교육을 군사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였다. ‘근영 즉 교육(勤榮卽敎育)’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학생들을 노동 현장과 전장 에 강제 동원하여 전쟁 확대에서 오는 인적·물적 손실을 메웠다. 또한, 전시 군사 교육 체제에 입각하여 각급 학교 수업 연한의 단축, 고등 교육 기관의 통폐합, 교육의 근영동원화(勤榮動員化)를 추진하였다.

<제4차 조선 교육령기의 국민학교>   
1942년에 촬영한 거창읍 공립 국민학교 전경이다. 제4차 조선 교육령기에는 소학교를 국민학교로 개칭하고 수업 연한 6년의 초등과와 2년의 고등과를 두었다.

중등 교육 이상의 남자 학교는 모두 수업 연한을 단축하였는데 이는 전쟁 수행에 따른 군사 동원과 관계가 있었다. 또한, 이른바 ‘결전학년(決戰學年)’의 새 교과서를 모든 중등학교에 사용하게 하였다. 이에 따라 민간인 사립학교와 기독교 학교의 교육 목적도 강제로 바꾸었고, 그에 따라 결전 학년의 교과서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의도 아래 공포된 제4차 조선 교육령은 일본 내에서 공포된 적이 있는 제 학교령, 예컨대 사범학교를 관립 전문학교 정도로 승격시킨 사범학교령 등을 조선에서도 그대로 적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제4차 조선 교육령이 공포된 뒤에도 계속하여 전시 학도 체육 훈련 실시 요강과 학도 전시 동원제 확립 요강이 시달되고, 교육에 관한 전시 비상 조치령이 공포되었다. 이 조치령에 따라 전문학교 이름을 개칭(改稱)하고 학병제(學兵制)가 실시됨으로써 교육 제도를 전시 체제에 맞게 적용하였는데, 제4차 조선 교육령은 이러한 제 법령 실시의 기초 작업으로 공포된 것이다.

<표> 국민학교(초등과) 학년별·과목별 매주 수업 시수(1941)
교과목

학년
국민과 이수과 체련과 예능과 직업과 총 시간
수신 국어 국사 지리 산수 이과 체조 무도 음악 습자 도화 공작 가사,
재봉(여)
농업, 공업,
상업, 수산
1 11     5 5       2     23
2 11     5 5       2     25
3 2 9     5 1 5   2 1 2     27
4 2 8   1 5 2 5   2 1 남 4
여 2
3 남 2
여 1
32
5 2 7 2 2 5 2 5 2 1 남 4
여 2
3 남 2
여 1
34
6 2 7 2 2 5 2 5 2 1 남 4
여 2
3 남 2
여 1
34
  175
<표> 국민학교(중등과) 학년별·과목별 매주 수업 시수(1941)
교과목

학년
국민과 이수과 체련과 예능과 직업과 총 시간
수신 국어 국사 지리 산수 이과 체조 무도 음악 습자 도화 공작 가사,
재봉(여)
농업, 공업,
상업, 수산
1 2 5 2 2 3 2 남 6
여 4
1 1 2 5 남 5
여 2
남33
여35
2 2 5 2 2 3 2 남 6
여 4
1 1 2   남 5
여 2
남33
여35

제4차 조선 교육령의 개정 골자인 전시 체제의 교육은 이 영이 공포되 기 전에도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일제는 우선 1941년 3월 1일 국민학교령을 제정·공포하여 소학교를 ‘국민학교’로 개명하고 수업 연한 6년의 초등과와 2년의 고등과를 두게 하였으며, 지역 형편에 따라 그 가운데 하나만을 설치할 수 있게 하였다.

한편, 교과 과정이 통합 과정으로 되어 하나의 통합 교과 안에 몇 개 과목이 포함되게 하였다. 또한, 1942년에 중학교령, 고등학교령, 실업학교령 등을 폐지하고 일괄적으로 통합하여 1943년 1월 21일에 중등학교령을 제정하여 수업 연한을 5년에서 4년으로 단축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분과 교과 중심 교육 과정을 ‘황국 신민 된 연성’을 핵심으로 한 통합 교과로 편성하여 교육 과정을 침략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전시 체제에 적응하도록 개편하였다. 또한, 1943년 3월 8일 사범학교령을 개정하여 사범학교를 관립 전문학교 정도로 승격시켜 남자부와 여자부를 두게 하였으며, 남녀 각 부에는 수업 연한 3년의 본과와 수업 연한 2년의 예과를 두게 하였다.

<표> 중학교 학년별·과목별 매주 수업 시수(1941)
교과목

학년
국민과 이수과 체련과 예능과





총 시간
수신 국어 국사 지리 수학 물상 생물 교련 체조 무도 음악 서도 도화 공작
1 1 5 3 4 4 3 4 1 1 2 2 4 3 37
2 1 5 3 4 4 3 4 1 1 2 2 4 3 37
3 2 5 3 4 6 3 6 1 3 2(2) (4) 2(2) 38
4 2 5 3 4 5 3 5 1 3 2(2) (4) 2(2) 38
  150

이러한 제4차 조선 교육령 시행기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 과정을 통합 교과로 편성하여 침략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전시 체제에 부응하도록 개편한 점이다. 즉, 식민지 교육 정책의 핵심 교과인 수신·언어·역사·지리 교과를 국민과로, 수학·이과 관련 교과를 이수과로, 체육·교련 관련 교과 를 체련과로, 음악·도화·공작 등의 교과를 예능과로, 농업·공업·상업 등의 교과를 수산과로 통합하였다.

교과 내용도 종전까지는 그래도 형식적이나마 수의 과목으로 있던 조선어 교과가 1941년 초등학교령과 1943년 중등학교령, 사범학교령에 따라 교육 과정에서 완전히 폐지되었고, 이에 따라 일본어의 비중은 절대적으로 높아졌다. 결국 교육 과정 개편 때마다 조선어의 비중을 줄이고, 일본어의 비중을 늘린 결과 제4차 조선 교육령에서 조선어 교과는 완전히 삭제되어 공식 교육 기관에서 조선어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으며, 모든 교과 내용도 일본어로만 공부하게 되었다.

중학교의 교과 과정은 국민과, 이수과(理數科), 체련과(體鍊科), 예능과, 실업과, 외국어과로 하였으며, 외국어과는 제3학년 이상에서 수의 과목으로 하였다. 중학교 교과 역시 ‘황국 신민 된 연성’을 중심 내용으로 하는 통합 교과 교육 과정으로 편성되었고, 교과 외에 수련(修鍊)이 설정되고 공민과는 삭제하는 대신 국민과를 강화하였다. 또한, 유명무실하나 수의 과목으로 되어 있던 조선어를 교육 과정에서 완전히 삭제하였다. 예능과에는 음악, 도화 외에 서도와 공작 과목을 새로 개설하였고, 체조를 체련과로 하여 교련, 체조, 무도 등의 과목을 통합하였다. 이러한 교과 조직은 국민과, 체련과에 치중하여 전시 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전시 인력을 차출하는 데 기여하게 한 것이다. 영어는 적성국의 말이라 하여 교육을 억압하였다.

[필자] 김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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