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4장 일제강점기의 배움과 가르침

1. 식민지 교육 정책의 변화

[필자] 김태완

우리나라 교육 역사에서 일제강점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일제의 식민지 교육 정책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동원 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한 식민지 지배 정책의 구도 속에서 이루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는 식민지 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사에서 가장 암울하고 불행한 시기였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일제강점기는 전통적인 교육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교육 제도가 우리 사회에 정착한 시기이기도 하다.

일제는 조선을 지배하면서 다른 식민지와 같은 차별 정책을 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선인의 민족성을 말살하고 일본인화하려는 강력한 동화 정책도 함께 추진하였다. 동화와 차별 정책은 서로 모순된 정책이었고, 이러한 지배 정책은 조선인의 저항을 불러왔다. 이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장치가 필요하였고, 학교는 바로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핵심적 기구였다. 일제는 학교를 통해 일본말과 일본 역사, 지리를 가르치고, 천황의 통치 이념과 도리를 가르쳐 충량(忠良)한 황국 신민을 만들려고 하였다. 또 일제의 학교 교육은 조선인의 사회적 선발과 배치를 담당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일제강점기 교육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일제의 교육 정책의 의도와 목적을 밝히는 것에 집 중되었다.

그러다 보니 ‘배움’의 가장 기본인 교사와 학생이 어우러져 있는 학교의 풍경이 떠오르지 않는다. 누가, 어떻게 학교에 입학하였으며, 무엇을 배웠으며, 조선인은 얼마나, 왜 배우려고 하였는지에 대한 생생한 모습을 알 수 없다. 또 교사들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알 수 없다. 일제강점기 교실 풍경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대부분 학생들과 제복을 입고 칼을 찬 교사가 있는 엄숙한 분위기의 교실을 떠올린다.

일제강점기 교육이 식민지라는 특수한 정치 상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지만, 교육의 가장 본질적인 측면인 학생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생활하였는지 생각하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교육 과정과 내용이 일제의 교육 정책과 제도에 따른 것이었지만, 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조선인의 인식과 행동은 다를 수 있고, 실제로 일제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하였다.

[필자] 김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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