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1장 조선인에게 비친 과학 기술

1. 서양 과학 기술과의 만남

[필자] 박진희

조선 사람들이 동도서기(東道西器)의 뜻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것은 아마 일본인 상점을 환히 밝혀 주던 전등과 만 리를 넘나드는 전보를 접하면서일 것이다. 전기는 도시와 농촌을 가릴 것 없이 나라 안의 생활 의식을 바꾸어 놓았다. 밤을 낮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자연에만 의존했던 생활 리듬을 인위적으로 변화시켰다. 전등을 밝히는 가게들이 늘면서 거리는 밤에도 활기를 띠었다. 서울로 유학 간 아들은, 평양 집에서 자식 소식에 마음을 졸이고 있는 어머니에게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언제든지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서양 기술은 일제 강점기라는 배경 속에서 대량 보급되면서 조선인들에게 편익만을 주었던 것은 아니었다. 봉화(烽火) 대신에 등장한 전신은 총독부의 눈과 귀가 되어 의병들의 항일 투쟁을 감시하는 데 이용되었고, 전화의 혜택을 받은 이는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필자]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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